수업을 왜 하지? - 꼼꼼하게 들여다본 아홉 개의 수업 장면
서근원 지음 / 우리교육 / 2003년 3월
절판


"예전에도 그랬지만 올 일 년 동안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나는 교과서를 불태워버리고 싶은 적이 많았다. 교과서는 교과로서 나 자신이 교육에서 철저히 소외되어 있음을 재삼 확인하게 했다. 지식 중심인 교과서, 아이들의 정서와 실제적인 지적 능력과는 먼 교육 내용을 실감하면서도 가르쳐야 했다. 맞지 않는 것을 배워야 하는 아이들의 고통과 교사로서의 나 자신이 진짜 가르쳐야 하는 것으로부터 소외되는 이중의 고통 속에서 때로는 무기력해지기도 했다. 많은 아이들, 그만큼 다양한 아이들의 개성, 그리고 가정과 사회가 원인인 문제들을 감당하기가 힘들었다. 어디 올 한 해뿐인가? 돌이켜보면 제6차 교육과정과 열린교육 때도 그랬다."
- 정애순, <초등 우리교육>, 2001년 12월호-79쪽

"저는 차시별로 수업을 하지 않고 단원 전체를 보고 수업을 해요. 새로운 단원이 시작되면 교과서나 교사용 지도서를 보면서 그 단원에서 주로 다루어져야 할 내용이 무엇인지 찾아내고, 그것을 가르치려고 해요. 그리고 교과서에서 제시하고 있는 소재나 방법이 우리 아이들에게 받아들여질 만한지 생각해 보고, 적당하지 않으면 다른 소재나 방법을 동원해요. 제가 보기에 교과서는 우리 아이들 수준에 안 맞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교과서 밖에서 소재를 많이 들여오는 거에요."
- 강영주 교사.

이 정도가 내가 생각하는 수업의 기본이 아닐까.-84쪽

한편으로 자신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는 학생을 가르쳐야 한다. 그에게는 학생을 가르쳐야 하는 (권리가 아닌) 의무가 주어져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가 학생을 가르치는 일은 '오늘은 날씨가 춥다'와 같은 단순한 정보를 일러주는 일이 아니다. 강 교사에게 가르침이란 세상을 특정한 방식으로 보도록 요구하는 일이며, 그 일은 단순히 보도록 하는 데서 멈추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의 삶의 방향과 실천까지도 지시하는 일이다. 따라서 그에게 가르치는 일은 더욱 조심스럽고 불안한 일일 수밖에 없으며, 그는 그 불안을 벗어나기 위해 자신을 더 채찍질한다. ...(중략)....

요컨대, 수업의 표면에서는 교사가 학생을 가르침으로써 아이가 성장히지만, 그 이면에서는 교사가 자신의 한계를 깨닫고 불안을 느끼며, 그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서 노력하는 가운데 성장해 간다. 아마도 여기에 수업의 또 다른 의미가 있을 것이다.-87쪽

이진철 교사는 자신의 질문에 대해서 단 한 명이라도 정답을 말하면, 그 질문에 대해서 모든 학생이 알고 있다고 간주하고 그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거나, 학생들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자신이 정답을 말하거나, 질문을 아예 생략하고 자신이 결론을 말한다. 때로는 결론조차 말하지 않고 수업을 마친다. 실험을 할 때도, 이 교사는 학생들이 실험 기구를 충분히 조작해 볼 수 있는 여유를 주지 않고 다음 활동으로 서둘러 넘어간다.
이런 수업 속에서 학생들의 학습은 다음과 같은 제약을 받게 된다. 첫째, 학생 각자가 학습의 주체로서 수업에 참여하지 못한다. 이 교사가 자신의 질문에 대하여 단 한 명이라도 정답을 말하면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거나, 이 교사 자신이 정답을 말하거나, 질문을 생략하고 결론만 말하거나, 언급조차 하지 않음으로써 대부분의 학생은 질문에 대하여 직접 생각해 볼 기회를 가지지 못한다. 그에 따라 다른 학생의 대답이나 교사의 말을 자신의 결론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108쪽

과학 실험 수업은 학생들이 교사의 질문에 대하여 자신이 직접 사고하고,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 적절한 실험을 모색하며, 실험 결과의 의미를 자신이 직접 해석하는 과정을 통해서 과학적 태도와 안목을 기르는 것이어야 한다. 실험은 단순히 예상한 것을 확인하는 것이 아니라, 그 결과를 과학적으로 해석하기 위한 과정이다. 그렇다면 그 과정은 과학에서 가장 핵심적인 활동이고, 수업의 장면에서는 실험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일 수 있다.
그러나 앞의 수업에서는 이 과정이 생략됨으로써, 학생들은 과학적으로 사고하고 과학적으로 활동하는 체험을 하지 못하게 된다. 학생들은 단순히 실현 결과만 기억하거나, 정답으로 제시된 타인의 해석을 자신의 해석으로 삼게 된다. 결과적으로는 자기 생각이 없는 사람으로 자라게 된다.-110쪽

이렇게 심각할 정도로 수업에 영향을 미치지만, 그렇다고 이진철 교사가 수업 외 업무를 안 할 수는 없다. 우리 나라에서 공립 초등학교는 국가 기관이고, 교사는 공무원이기 때문이다. 공무원으로서의 교사는, 학교 관리자나 동료 교사들로부터의 비난과 따돌림, 승진에서의 불이익 등을 감수하거나 교직을 그만둘 각오를 하지 않는 이상, 국가가 부과한 업무를 어떤 형태로든지 수행해야만 한다. 따라서 교사는 수업 준비, 평가기록부나 생활기록부 작성 등과 같이 수업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업무나, 입학식과 졸업식 등과 같이 학교 고유의 행사와 관련된 일 이외에도, 국가가 학교에 부과한 여러 업무들을 수행하지 않을 수 없다. 이것은 누구도 예외가 되지 않는다.
또한 이 교사는 업무를 수업에 우선하여 처리할 수밖에 없다. 일반적으로 수업은 장기간 일상적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한두 시간 미루거나 소홀히 해도 만회할 수 있는 기회가 늘 있다고 여겨진다. 또 수업의 성공적인 수행 여부는 즉각 판단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관리자는 교사들의 수업에 세심한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이와 달리 국가나 상급 기관에 의해서 부과되는 업무는 단기간 한시적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반드시 정해진 기간 내에 처리 결과 또는 실적을 보고해야 한다. 그 기한을 넘거나 실적이 미흡하면 상급 기관으로부터 즉각적인 실책이 뒤따른다. 또 그것의 성공적인 수행 여부가 가시적으로 드러나기 때문에 학교 관리자는 교사들에게 업무 처리를 독려하고, 업무를 잘 처리하는 교사를 유능한 교사로 인정한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교사는 수업을 잠시 미루더라도 업무를 우선할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이런 사정이 있다고 해서 이 교사가 수업을 안 한다거나 교과 내용을 건너뛸 수는 없다. 그것은 담임 교사로서의 가장 기본적인 업무를 소홀히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 요즘 나의 딜레마. 정말 구구절절이 와 닿는다.-112쪽

교사의 교수 방법 개선을 통해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것은, 학교가 구조적으로 안고 있는 문제는 그대로 둔 채 미시적인 해결책만을 강구하고 그 해결책이 효과를 발휘하는 것처럼 보이게 함으로써, 학교의 구조적인 문제를 문제로서 인식하지 못하도록 함과 동시에 교사에게 선구자적인 희생만을 요구하는 것이다.-119쪽

지금 상황에서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하고 현실적으로도 가능한 것은, 학교가 반드시 해야 할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구분하는 일이다. 정치가나 행정가의 처지에서 보면 학교는 여러 모로 편리한 곳이다. 다수가 모여 있기 때문에 계몽 기관이나 홍보 기관으로도 효과적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국가적으로, 또는 개개인에게 필요하고 좋은 일이라고 해서 그것을 모두 학교나 교사에게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하게 할 경우에, 교사는 수업을 충실히 할 수 없게 되고 학생들의 학습 역시 부실해진다. 이는 개인을 위하는 일도 되지 못하고, 국가를 위하는 일도 되지 못한다.
<중략>
만약 초등학교가 의무교육기관으로서 계속 유지되기 바란다면, 국민에게 취학의 의무를 말하기 이전에 학교가 반드시 할 필요가 없는 일을 줄여 나가야 할 것이다.

- 중학교도 마찬가지라구요!-119-120쪽

그렇다면 교과를 스스로 이해하기 위한 교사 자신의 노력은 다음으로 미룰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리고 그런 노력은, 이진철 교사가 수업 중에 간접 화법을 써서 말한 데서 알 수 있듯이, 수업의 과정에서 상실되었던 교사의 존재 의미와 주체성을 회복하는 길이 될 수 있을 것이다.-122쪽

그러나 여러 면에서 서로 다르고 왜 배워야 하는지도 잘 모르는 다수의 어린아이들을 한 교실 안에 모아놓고 한 가지 내용을 똑같은 방법과 속도로 가르칠 경우에, 그 수준과 속도와 방법에 부합하지 않는 학생들은 통제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중략>
교사가 학생을 통제하는 또 다른 이유는 학생은 본래 교과 공부 그 자체에 흥미를 갖기 어려운 존재라는 점 때문이다. 아이들은 알지 못하는 것에 흥미를 갖지 못하고, 자신에게 익숙하고 이미 그 재미를 알고 있는 대상에 더 흥미를 보이기 마련이다. 그 점은 성인도 마찬가지다.
학생들은 자신이 알지 못하거나 익숙하지 못한 교과 공부에 당연히 흥미를 보이지 않게 되고, 학생들에게 교과를 정해진 시간 내에 가르쳐야 하는 처지에 놓여 있는 교사는 교과 공부에 대하여 관심을 보이지 않는 학생을 통제할 수밖에 없게 된다.-138-139쪽

이 일을 하기 위해서 교사는 한편으로는 학생들 하나하나에 관심을 가지고 그들의 현재 수준과 속도를 확인해야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현재 교과서에 수록된 내용이 생산되기까지의 과정을 교사 자신이 먼저 경험할 필요가 있다.
<중략>
그것은 자전거를 탈 줄 모르는 사람도 책에 적힌 자전거 타는 방법을 가르칠 수는 있지만, 실제로 자전거를 타는 방법을 가르치지는 못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교사가 아무리 수업 방법을 많이 익히고 효과적인 교수 방법을 수업에 적용한다고 해도, 자신이 자전거 타는 방법을 모르는 상태에서 학생에게 자전거 타는 방법을 익히게 하는 것은 뭔가 기형적이라는 점을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140쪽

결국, 좋은 수업을 모색하는 일은 교사가 '지금' '이 교실'에서 '이 아이'들 하나하나와 관계하면서 부딪치는 문제로부터 출발해야 한다. 교사들은 항상 자신만의 고유한 조건 속에서 학생들을 가르친다. 교실마다 교사 자신이 다르고, 학생이 다르고, 또 학생의 수준이 다르다. 교사가 교실에서 부딪치고 있는 문제는 교사 자신이 가장 잘 알 수 있고, 그 해결책 또한 자신이 가장 잘 찾을 수 있다. 따라서 교사는 자신이 현재 교실에서 당면하는 문제가 무엇이고, 그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를 스스로 모색해야 한다.-185쪽

그러나 교사가 수업 방법의 전문가임을 자처하고, 수업 방법이나 각종 수업 교구와 교재를 개발하는 데만 전념할 경우에 '가르쳐야 할 것이 무엇인가?' '그것을 왜 가르쳐야 하는가?' 등의 질문을 소홀히 할 염려가 있다. 유은선 교사는 그 자신이 수학을 처음부터 다시 공부함으로써, 학생들에게 가르쳐야 할 보다 중요한 것은 연산 기능을 익히는 것이 아니라, 그 개념을 이해하는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교사가 교과를 충실히 이해하고자 할 때 수업을 통해서 학생뿐만 아니라 교사 자신이 먼저 성장할 수 있음을 스스로 깨달았다.-206쪽

인간의 모든 행위는 어떤 질문에 대한 대답이기 마련이다. 내가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것 역시 단지 정해진 주제에 따라 기계적으로 원고를 쓰는 것이 아니라, '나는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답하고 있는 것이다. 그 점에서 보면 교사들의 모든 수업은 '나에게 수업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으로 읽힐 수 있다.
내가 지금까지의 작업을 통해서 확인한 것 가운데 하나는, 교사가 수업을 한다는 것은 교육과정, 교과서, 교수 방법과 절차 등에 얽매인 채 단지 송유관 역할을 한다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교과를 이해하고, 바로 그것을 학생들이 이해하도록 하는 것이다. 거기에는 늘 불안이 따르고, 교사는 그 과정 속에서 성장해 간다.-207-208쪽

그것은 내가 그 아이들을 내 이해의 '상대'가 아니라 내가 정한 목표를 향하여 변화시켜야 하는 '대상'으로서만 보았기 때문이다. 나는 그들에게 무엇인가를 가르치고, 그들은 나로부터 배워야 한다고만 생각한 것이다. 내가 그 아이들을 이해의 상대로서 바라보았더라면 내 계획, 내 진도에 그렇게 얽매이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 대신 아이들의 소리를 듣고, 아이들의 몸짓을 읽어 내려고 애썼을 것이다. 그러면서 아이들의 언어를 이해하려고 노력했을 것이다. 그랬더라면 아이들은 자신을 더욱 드러냄으로써, 내가 자신들에 관하여 더 많은 것을 알 수 있게 했을 것이다. 내가 그들을 이해함으로써 그들이 나를 가르치고, 나는 그들로부터 배웠을 것이다. 동시에 나는 그들에게 타인의 사고를 이해하는 일, 내 사고가 타인에게 이해되도록 표현하는 일이 어떤 일인지 보여 주고 참여하게 할 수 있었을 것이다.-22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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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거미원숭이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김춘미 옮김, 안자이 미즈마루 그림 / 문학사상사 / 2003년 6월
구판절판


3년 동안 교제하며 결혼하기로 약속한 애인이 도넛화해 버리고, 그래서 우리들 사이가 거북해졌을 때쯤 -- 도대체 어느 누가 도넛화해 버린 애인과 잘 지낼 수 있겠는가? -- 나는 매일 밤마다 고주망태가 되어 <시에라 마드르의 보물>에 나오는 험프리 보가트처럼 비쩍 마르고 초췌해져 있었다.
"오빠, 제발 부탁이니깐 그녀는 단념해요. 이러다가 쓰러지겠어요."
누이동생이 충고했다.
"오빠 마음은 잘 알지만, 한번 도넛화해 버리면 다신 원상 복귀되지 않아요. 이젠 확실하게 결단을 내려야 한다구요. 안 그래요?"
분명히 그녀 말이 맞다. 여동생이 말하듯, 한번 도넛화한 것은 영원히 도넛화한 채 있는 것이다.
나는 애인에게 전화를 걸어 작별을 고했다.
"너하고 헤어지는 것은 괴롭지만, 결국 이렇게 될 운명이었나 봐. 너를 평생 잊지 못할 거야…… 어쩌고 저쩌고."
"당신은 아직도 모르는군요."
도넛화한 애인이 말했다.
"우리들 인간 존재의 중심은 無에요. 아무것도 없는 제로라구요. 왜 당신은 그 공백을 똑바로 직시하려고 하지 않죠? 왜 주변부에만 눈길이 가느냐구요?"
왜?라고 질문하고 싶은 것은 오히려 내 쪽이었다.
왜 도넛화한 사람들은 그처럼 편협한 생각밖에 하지 못하는 걸까?
그러나 어쨌든, 그렇게 해서 나는 애인하고 헤어졌다. 그것이 지금으로부터 2년 전의 이야기다. 그리고 작년 봄, 이번에는 여동생이 아무 예고도 없이 도넛화해 버렸다. 조치대학을 나와 일본항공에 근무하기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출장 간 삿포로의 호텔 로비에서 갑자기 도넛화해 버린 것이다. 어머니는 집에 틀어박혀 매일매일 울면서 보내고 있다.
나는 가끔 여동생에게 전화를 걸어, "잘 지내?" 라고 물어본다.
"오빠는 아직도 몰라?"
도넛화한 여동생이 말한다.
"우리들 인간 존재의 중심은 ……." -99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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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 1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김진욱 옮김 / 문학사상사 / 1996년 6월
구판절판


"모든 것이 잘되어 간다고 믿고 있으면, 세상에 두려운 건 아무것도 없어요."라고 그녀가 말했다.
"나이를 먹으면 믿는 일이 점점 적어지는 거야"라고 내가 말했다.
"이빨이 점점 닳아 가는 것과 마찬가지야. 이것저것 별로 참된 것도 없고 가치 있는 일도 없다는 투로 시니컬하게 되어가는 것도 아니고 회의적으로 되어 가는 것도 아니고, 그저 마모되어 가는 거지."
"무서워요?"
"그래, 무서워"라고 나는 말했다.
-50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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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친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199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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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모두, 여러 가지 길이 있고,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선택하는 순간을 꿈꾼다고 말하는 편이 정확할 지도 모르겠다. 나 역시 그랬다. 그러나 지금 알았다. 말로서 분명하게 알았다. 길은 항상 정해져 있다. 그러나 결코 운명론적인 의미는 아니다. 나날의 호흡이, 눈길이, 반복되는 하루하루가 자연히 정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사람에 따라서는 이렇게, 정신을 차리니 마치 당연한 일이듯 낯선 땅 낯선 여관의 지붕 물구덩이 속에서 한겨울에, 돈까스 덮밥과 함께 밤하늘을 올려다보지 않을 수 없게 된다.
--- 아아, 달이 너무 예쁘다.
-13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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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H > 이브의 아름다운 키스
이브의 아름다운 키스 - [할인행사]
찰스 허먼 감독, 제니퍼 웨스트펠트 외 출연 / 20세기폭스 / 2008년 5월
품절


새로울 것 없는 관계를 맺는 것은
타성 때문만은 아니다
새로운 경험에 앞서오는
두려움과 수줍음 때문이다

모든 걸 감수할 준비가 된 자만이
살아있는 관계를 지속할 수 있다.



영화 속에 인용된 릴케의 문구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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