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색 공책 2 - 도리스 레싱 탄생 100주년 기념 특별판 창비세계문학 74
도리스 레싱 지음, 권영희 옮김 / 창비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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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 대해 설명이랄 것이.가능할까? 아니나 다를까 블로그며 알라딘 서재를 뒤져 보아도 누구 하나 뾰족한 해석을 내놓지 못했다.

우선 이 책은 형식 면에서 매우 새롭다.
작가 - 애나 - 엘라 이야기가 마구 섞여서 휘몰아친다. 애나는 이 소설의 초점 화자이다. 공산주의자에 처녀작이 꽤 팔려서 특별히 일을 하지 않아도 살아갈 수 있다. 결혼을 해서 딸을 하나 뒀다가 이혼하고 자유롭게 살아가는 여성이다. 여기서 '자유롭게'라는 건 아마도 긍정적인 의미가 아니었으리라. 당시 이런 여성들에 대한 일종의 비꼬는 평가의 말이었을 것이라고 감으로 느낄 수 있었다. 애나는 자신이 쓴 히트작 소설이 결국 허위임을, '노스탤지어'를 기록한 것임에 불과함을 깨닫고 다시는 글을 쓰지 않으려 한다. 그녀는 빨간 공책, 노란색 공책, 검정색 공책, 파란색 공책 등 색깔별로 공책을 나누어 자신의 삶을 기록해 간다.
애나가 파란색 공책에 쓰는 '소설' 속 주인공이 '엘라'이다. 애나 이야기를 읽으며 독자는 애나가 이 책의 작가를 반영한 인물일 것이라 생각하게 되는데, 애나는 또 자신의 모습을 반영하는 '엘라'의 이야기를 소설에 쓴다. 읽다 보면 이 세 인물이 머릿속에서 마구 뒤섞이게 되고 실제로도 작가는 이들을 분명하게 구별하려 하지 않는다. 의도적으로 이들을 혼동하도록 작품을 쓴 것 같다. 이러한 형식을 통해 작가는 문학이라는 것이 작가 개인의 삶을 떠나 존재할 수 없는 것임을, 그랬을 때 그 문학은 허위가 될 수 있음을 처절하게 보여준다. 처음엔 엘라의 이야기는 소설일 뿐이야.. -사실 애나의 이야기도 마찬가지인데 ㅎㅎ- 라며 애써 두 이야기를 구분하며 머리 아프게 읽었는데 나중에는 이런 시도를 포기하게 된다. 이 책 속에 수도 없이 나오는 말인 '그건 중요하지 않아'

60년대 초반에 출간된 책인데. '애나'는 너무나 새로운 유형의 사람이다. 아마 자신이 살았던 시대에는 새로운 삶을 시도했기에 새로운 유형의 사람이었다면, 지금 2020년에 보기에는 그토록 사회를 개혁하고 진실된 삶을 살기 위해 처절하게 스스로를 비판하고 몰아붙이는 사람이었기에 새롭다. 내가 느끼기에 2020년에야말로 '누구도 타인에 대해 상관하지 않는다.'

다 읽고 나서 떠오르는 단어는
- 위에도 몇 번이나 썼듯 - 처절하다.
뿐. 그리고 새롭다. 뭐라 규정할 수 없는 소설. 이것이 과연 문학작품이 맞긴 한 건가 싶은. 전통적인 스토리 구성을 완전히 깨고 있다.

책에 대한 설명들을 찾아 읽어보면 작가는 여러 색깔의 공책으로 분열되었던 자신을 '금색 공책'에서 통합시키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금색 공책'의 내용은 '애나'가 '쏠'이라는 작가와의 만남을 통해 자신의 밑바닥까지 내려가면서 인식상으로 또 심리상으로 처절한 고통을 겪고 쏠을 집에서 내보내면서 거기서 빠져나오는 내용이다. 이 내용과 마지막 '자유로운 여자들5' 파트는 내용이 상충되는데 생각하다 보니 '자유로운 여자들' 부분 또한 애나가 쓴 '애나' 라는 인물을 주인공으로 한 소설인 것 같다. 시작하는 문장이 쏠이 떠나며 주고 간 첫 번째 문장과 일치하는 것으로 보아. 이렇게 또 독자는 작가를 애나와 동일시하게 만들어 두었네..

정말 마음 속에 오래 남는 묵직한 책인데.
정리하기가 쉽지 않다. 여러 번 읽어야 할 터인데, 그 또한 불가능할 듯... ㅋㅋ
300쪽 가량을 꾹 참고 읽어야 이 책의 대단함을 알게 되고 끝까지 완독이 가능해지는
꽤 어려운 책이다.
서문부터 너무 길고 어려웠는데, 다 읽고 나니 어째서 그런 어려운 서문이 붙어 있었는지 알 것 같았다.

멋진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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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20-11-18 16: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정말 좋으셨나 봐요!! 알맹이 님께서 오랜만에 글도 쓰실 정도로!! ^^

알맹이 2020-11-18 17: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가워요~^^ 사실 올 초에 읽은 책인데.. 리뷰를 써놨다가 옮겨왔어요. 읽을 땐 힘들었는데.. 뭔가 묵직하게 다가오더라고요. 좋았어요. 근데 두 번은 못 읽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