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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정현종 

아침에는  
운명 같은 건 없다
있는 건 오로지 
새날
풋기운! 

운명은 혹시
저녁이나 밤에
무거운 걸음으로
다가올른지 모르겠으나,
아침에는
운명 같은 건 없다. 

 

http://blog.naver.com/hatsalhb/10038298053 

이 블로그에서 본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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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3-26 19: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3-27 12: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혼자 가는 사람
   예지 쿠크츠카 1

                                                           이성부

무엇보다도 그대가 살고 일하고 다다랐던 하늘이
예사 사람들이 하던 것과는 다르다
다른 사람과 다르게 사는 사람은
어째서 그 삶이 외롭게 만들어지는가를 안다
스스로 만드는 삶이 고단하여 등 돌려도
그대는 결코
두려워하거나 피해 가는 법이 없다
외로움뿐이므로
몸에 익은 가난뿐이므로
그 두려움 온몸으로 껴안아 힘을 얻는다

전문이 아니라 시 일부. 이성부 시인 강연에 갔다가 산 시집에서
읽은 시이다. 산, 이란 것은 분명 매우 매력적인 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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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수리나무 아래

                                             나희덕

누군가 맵찬 손으로
귀싸대기를 후려쳐주었으면 싶은

잘 마른 싸릿대를 꺾어
어깨를 내리쳐주었으면 싶은

가을날 오후

언덕의 상수리나무 아래
하염없이 서 있었다

저물녘 바람이 한바탕 지나며
잘 여문 상수리들을
머리에, 얼굴에, 어깨에, 발등에 퍼부어주었다

무슨 회초리처럼, 무슨 위로처럼

  

 

- 요거요거,, 지금 딱 내 맘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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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ony 2008-09-11 18: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젠가 어느 신문 한 귀퉁이에 나희덕의 시가 실렸는데
시 한 편 읽고 팬이 되었다^^

알맹이 2008-09-11 23:56   좋아요 0 | URL
오호. 제목이 뭐였어? 이 분 시가 좋아.. ^^

miony 2008-09-21 21:32   좋아요 0 | URL
제목이나 내용은 기억이 안 나.
그저 그 후로 학교도서관에 있는 나희덕의 시는 다 읽었는데 좋더라.

순오기 2008-09-11 19: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희덕 시에 필이 꽂히던 때가 있었죠~ 천장호에서도 좋았고요.
저런~ 마음이군요. 요즘~~~ ^^

알맹이 2008-09-11 23:56   좋아요 0 | URL
앗.. 그런 시절이 있으셨군요. 오늘 나희덕님 강연 들으러 갔었는데 꽤 즐거웠습니다. 이 시집까지의 시를 사물들이 내는 '울음'을 듣고 받아적는 작업이었다고 얘기하시더라고요. 요즘엔 그 물기를 마르게 하려고 스스로를 벼르시는 중이라고요.

2008-09-17 00: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9-17 09: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울음이 타는 가을 강

박재삼

마음도 한자리 못 앉아 있는 마음일 때,
친구의 서러운 사랑 이야기를
가을 햇볕으로나 동무삼아 따라가면,
어느새 등성이에 이르러 눈물나고나.

제삿날 큰집에 모이는 불빛도 불빛이지만,
해질녘 울음이 타는 가을 강을 보것네.

저것 봐, 저것 봐,
네보담도 내보담도
그 기쁜 첫사랑 산골 물소리가 사라지고
그 다음 사랑 끝에 생긴 울음까지 녹아나고
이제는 미칠 일 하나로 바다에 다 와 가는
소리 죽은 가을 강을 처음 보것네.

예전에 임용고시 공부할 때 그냥 공부의 대상으로서만 봤던 시인데,
오늘따라 가슴에 와서 꽂힌다. 한 구절 한 구절이 절절하게.
"마음도 한 자리 못 앉아 있는 마음"
"불빛도 불빛이지만"
"이제는 미칠 일 하나로 바다에 다 와 가는 소리 죽은 가을 강"

정말 멋진 구절들이다.. 누가 또 이런 표현을 할 수 있겠는가!

(사진 출처는 여기: http://club.cyworld.com/5085360529/-34916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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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ice 2008-09-11 1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아줌마. 간만의 포스팅이구먼.
새학기는 잘 해나가고 있는감? 9월에는 장담 못하겄구 10월에는 꼭 보자꾸나.
보구 싶당.

알맹이 2008-09-11 15:15   좋아요 0 | URL
신혼재미 짭짤한가? 요즘 스스로 너무 황폐하게 느껴서, 무기력하기도 하고.. 왜 그런가 모르겠다. 나두 보고 싶다~

2008-09-17 00: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9-17 09: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자전거 바퀴에 바람을 - 이창기

한 사나흘 깊은 몸살을 앓다
며칠 참았던 담배를 사러
뒷마당에 쓰러져 있던 자전거를
겨우 일으켜 세운다.

자전거 바퀴에 바람을 넣는데
웬 여인이 불쑥 나타나
양조간장 한 병을 사오란다
깻잎 장아찌를 담가야 한다고

잘 있거라
처녀애들 젖가슴처럼
탱탱한 바퀴에 가뿐한 몸을 싣고
나는 재빠르게 모퉁이를 돌아선다

근데
이미 오래전에 한 사내를 소화시킨 듯한
저 여인은 누구인가
저 여인이 기억하는,
혹은 잊고 있는 나는 누구인가

- 나는 왜 이 시가 웃기면서도 슬프지. 이렇게 생활을 노래하는 시가 좋다.
역시, 춥고 지치는 계절엔 시가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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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07-09-29 0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바람불고 기온이 떨어지니 시가 고프지요?

miony 2007-09-29 19: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다. 나도 시집 한 권 사련다!

알맹이 2007-09-30 17: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시를 그다지 즐겨 읽지는 못해서 이런 식의 - CD로 치자면 - '컴필레이션' 시집을 종종 사곤 하는데.. 그러다 보면 멋진 시인을 발견해서 그 분의 시집을 따로 사기도 하고.. 그러지요. 30줄에 들고 나선 이 무렵엔 항상 시를 읽게 되더라고요;

2007-10-23 18: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11-03 11: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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