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음이 타는 가을 강
박재삼
마음도 한자리 못 앉아 있는 마음일 때,
친구의 서러운 사랑 이야기를
가을 햇볕으로나 동무삼아 따라가면,
어느새 등성이에 이르러 눈물나고나.
제삿날 큰집에 모이는 불빛도 불빛이지만,
해질녘 울음이 타는 가을 강을 보것네.
저것 봐, 저것 봐,
네보담도 내보담도
그 기쁜 첫사랑 산골 물소리가 사라지고
그 다음 사랑 끝에 생긴 울음까지 녹아나고
이제는 미칠 일 하나로 바다에 다 와 가는
소리 죽은 가을 강을 처음 보것네.
예전에 임용고시 공부할 때 그냥 공부의 대상으로서만 봤던 시인데,
오늘따라 가슴에 와서 꽂힌다. 한 구절 한 구절이 절절하게.
"마음도 한 자리 못 앉아 있는 마음"
"불빛도 불빛이지만"
"이제는 미칠 일 하나로 바다에 다 와 가는 소리 죽은 가을 강"
정말 멋진 구절들이다.. 누가 또 이런 표현을 할 수 있겠는가!
(사진 출처는 여기: http://club.cyworld.com/5085360529/-34916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