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3 | 4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열세 가지 수수께끼 - 애거서 크리스티 재단 공식 완역본 황금가지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6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이은선 옮김 / 황금가지 / 2003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미스 마플의 집 응접실에서 모인 미스 마플과 그녀의 조카 레이먼드 웨스트(소설가), 화가 조이스 랑프리에르, 변호사 페서릭, 성직자 펜더 박사, 런던 경시청의 전 경시청장 헨리 클리서링은 1가지씩 직접 겪은 미스터리 이야기를 하기로 한다. 
돌아가면서 하나씩 이야기를 하고 당연한 일이지만, 우리의 미스 마플은 손으로는 바지런히 뜨개질을 하면서 척척 정답을 맞춰 낸다.  
그리고 이 때 미스 마플에게 깊은 인상을 받은 클리서링경은 벤트리 대령 부부의 집에 초청되어 머물면서 미스 마플을 초청하여 배우 제인 헬리어, 의사 로이드 박사와 함께 몇 가지 수수께끼 이야기를 더 한다. 

'13 수수께끼'라는 말 그대로 짤막짤막한 수수께끼가 제시되고 미스 마플은 늘 그렇듯, 세인트 메리 미드 마을에 살면서 목격했던 사건들의 등장 인물들 얘기를 하면서 수수께끼를 풀어간다. 애거서 크리스티 이야기답게 범인은 언제나 가장 의외의 인물이다. 많은 추리 소설과 추리 만화를 읽으며 익숙해진 덕분에 몇 개의 이야기에서 범인을 콕 찍어낼 수도 있었다. ㅎㅎ 

황금가지의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이 끝도 없이 나오는 걸 보면서 역시 애거서 크리스티가 대단하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비록 문학적으로 최고의 작품들을 썼다고는 하기 어렵겠지만, 재미가 보장되는 수많은 작품들을 왠지 술술 쉽게 써내렸을 것 같다. 그리고 항상 변화하는 사회 현실이나 인간의 심리에 바탕을 두고 소설을 썼다는 것이 그녀를 추리 소설의 선구자로 확실하게 자리매김하도록 한 원동력이 되지 않았나, 생각해 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와 손톱
빌 밸린저 지음, 최내현 옮김 / 북스피어 / 2008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줄거리 

첫 도입이 인상적이다.  

첫째, 그는 살인범에게 복수했다. 
둘째, 그는 살인을 실행했다. 
셋째, 그는 그 과정에서 살해당했다. 

그리고 모든 트릭은 이 세 문장에서 시작된다. 

주인공 '루'는 우연히 만나게 된 신비한 여인 '탤리 쇼'를 도와주고 함께 마술 공연을 하다가 마침내는 사랑에 빠져 결혼하게 된다. 그런데 탤리는 그녀의 외삼촌이 만들었던 위조지폐 동판 때문에 '그린리프'라는 인물에게 살해당하고, 루는 복수를 결심한다. 

이 소설은 자신의 집사 아이샴 레딕을 살해한 혐의로 한 피고인이 재판을 받는 과정과 루의 사연이 한 장(章)씩 번갈아가며 서술된다. 이 재판에서 중요한 것은 결정적 증거가 없다는 점. 시체가 이미 불에 타 소실된 것으로 짐작된다는 것, 살인은 오직 '정황 증거'로만 증명될 수 있을 뿐이다. 하지만 검사 캐넌은 몇 가지 증거물들 - 이빨, 잘려진 손가락을 이용하여 배심원들에게 피고의 유죄를 확신시킨다. 

하지만 우리의 주인공 루는 마술사 아니던가! 그 점을 생각해 보면 이 이야기의 트릭을 더욱 쉽게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 감상 

'결말 봉인' 때문에 워낙 유명한 책이라.. 추리소설 팬으로서 이 소설을 읽었다는데 의의를 두고 싶다. ^^ 그냥 고전적인 분위기의 추리소설이었다. 법정 장면이 꽤 인상적이고 등장 인물들이 잘 살아난.

앞니 빠지고 허풍이 심하며 어딘가 멍청해 보이는 집사 아이샴 레딕. 마지막 장에 다다르기 전까지는 시체로만 등장하는 이 인물은, 결말의 반전이 유명했던 영화 '유주얼 서스펙트'의 카이저 소제를 연상시킨다. 아마도 이 영화가 이 소설의 영향을 받았을 것으로 짐작된다. 

이 소설이 출판되었던 50년대만 해도 세상 참 좋았다, 라는 생각이 든다. 같은 살인자라 할지라도 이 시대 사람들은 사랑하는 사람의 복수를 위해 다른 사람을 죽이는 어찌 보면 로맨틱한 인간성을 지니고 있었다. 그에 비해 요즘의 이야기들, 또는 실제 사건들 속의 살인자들은 어떠한가. 그들은 자신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 심지어는 쾌감을 느끼기 위해서라거나 때론 아무 이유 없이도 사람을 죽이는 경우가 많다. 끔찍한 세상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네 탓이야 탐정 하무라 아키라 시리즈 1
와카타케 나나미 지음, 권영주 옮김 / 북폴리오 / 2008년 3월
평점 :
절판


하무라 아키라 라는 쿨하디 쿨한 28세의 아가씨 - 하나의 일을 계속 하는 것이
지겨워서 온갖 직업을 전전하는 '프리터'의 후예. 이 아가씨에게는 어쩐지 '트러블'이 줄곧 따라다닌다.(챈들러의 Trouble is my business라는 책 제목이 생각나네.)

고바야시 슌타로라는 중년의 볼품 없는 시경 경위. 젊고 왠지 잘 생겼을 것 같은 형사 미코시바와 짝을 이루어 살인 사건들을 해결하러 다닌다.

이 책은 두 사람이 주인공이 되어 사건을 해결하는 추리 단편들이 하나씩 번갈아 이어지다가 마지막 이야기에서 둘이 만나게 되는 구조로 되어 있다.

일본 추리 만화 식으로 짤막짤막한 이야기 속에 허를 찌르는 트릭을 숨겨 놓은 그런 단편들로,
굉장히 잘 짜여지거나 뛰어난 소설들이라고는 볼 수 없지만, 트릭이 참신하고 재기가 넘치는데다 두 주인공이 워낙 개성적이어서 이야기에도 호감을 갖고 읽었다.

전반적으로 하무라 아키라가 등장하는 이야기보다는 고바야시 경위가 등장하는 이야기들의 트릭이 더 참신하고 잘 짜여져 있었다. 그에 비해 하무라 아키라가 등장하는 이야기들은 '오싹한 뒷맛'이 있는데 - 역자의 말에 의하면 우리 주변의 누구나가 우리에 대해서 가질 수 있는 '적극적인 해의라기보다는 작은 이기심에서 비롯되는 악의'가 잘 묘사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 말에 동감.
그리고 고바야시 경위보다는 하무라라는 캐릭터가 더 매력적이어서 하무라 아키라가 등장하는 이야기들을 더 재미있게 읽었다.

이 작가의 <나의 미스터리한 일상>이라는 단편집을 좋아해서 이 책도 읽게 되었는데,
그에 못지 않게 마음에 들었다. 아키라가 나온다는 다른 책들도 더 읽고 싶다.
20대 여자라기엔 너무너무 냉정하고 현실적인 하무라의 어두운 과거가 앞으로 조금씩 더 드러날 것 같아 기대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외딴집 - 하 - 미야베 월드 제2막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소연 옮김 / 북스피어 / 2007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바보'라는 뜻의 '호'가 이름인 아홉 살 소녀가 있다. 태어남부터가 축복받을 만한 일이 못되었던 까닭에 '바보'라는 이름을 받되 누구의 사랑도, 따뜻한 보살핌도 받지 못한 채 아홉 살까지 자랐다. 태어나서 한 번도 집다운 집을 갖지 못하고 여기저기 떠맡겨지다가 '마루미'라는 바다를 접한 작은 번으로 운명처럼 흘러들어오게 되고, 그 마을에서 이노우에라는 사지가에서 고용살이를 하게 되면서 이 장대한 이야기는 시작된다. 모처럼 이노우에가의 따뜻한 보살핌을 받게 되었는데, 살아 있는 인간의 몸으로 악귀가 되었다는 '가가 님'이 마루미 번에 유폐가 되어 온갖 사건들을 일으키면서 호는 다시 파란만장한 인생의 파도 속으로 던져지게 된다.

호는 '바보의 호'인 탓에 자신의 주변에서 일어나는 온갖 위태로운 일들이 어떤 이유에서 그렇게 돌아가고 있는 것인지 모르는 것이 당연하다, 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바보'이기에 오히려, 다른 모든 사람이 당연하다는 듯 믿고 있는 가가님의 저주를 진실된 눈으로 보게 된다. 진실을 은폐하려는 복잡한 이야기들은 잘 이해하지 못해도 자신의 눈으로 직접 보고 겪은 일이 무엇인지는 정확히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마치 벌거벗은 임금님 이야기에서 순진한 어린 아이만이 임금님의 새 옷의 정체를 제대로 알아보았듯이.
다른 사람들이 뭐라고 해도 자신에게 글을 가르쳐 주고 자신의 목숨을 구해준 가가님에게 끝까지 신의를 지키는 호의 모습은 읽는 이들의 눈물을 훔치게 하기에 충분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인간들이란 얼마나 간사한 존재인가, 하는 생각을 다시 한 번 했다.
'진실'이 있어도 그것이 현실적인 이익에 위배되는 것이라면 스스로의 감각과 기억을 속여가면서까지, 거짓으로 만들어낸 진실을 믿어 버리는 우리들.
우리 인생을 좌지우지할 만큼 큰 문제가 일어나더라도 진실을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기보다는 어떻게든 자신의 마음을 편하게 해 주는 이야기에 마음의 귀를 기울이게 되는 우리들.
이 이야기 속의 마루미번 사람들처럼 돌림병으로 사람이 죽고 불이 나고 번개가 치는 등 어려움이 닥칠 때에, 그 원인을 누구 한 사람의 탓으로 돌릴 수 있다면 얼마나 일이 간단해지겠는가 말이다.

원래 시대물이라면 질색을 하는 나지만, 이 이야기가 시대물이기에 더 재미있었던 점도 있었다. 책 속지에 인용된 미미 여사의 인터뷰 내용에도 나오지만, 에도 시대는 사람이든 자연이든 힘 있는 것이 사람의 목숨을 쉽게 가져가 버릴 수 있는 시대였기에 그만큼 이 이야기 속 등장인물들의 고뇌가 더 절실하게 그려졌고, 이야기의 긴장감도 한층 더 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야기 속 인물들이 현대물 속의 인물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 순수했기 때문에 이야기가 주는 감동도 더 컸다.

미미 여사의 소설을 좋아할 수밖에 없는 이유 중 하나가 미미 여사 이야기 속의 등장인물들이 일반적으로 약하다고 여겨지는 사람들인데도(가령 여성, 어린이) 그 내면은 오히려 강하고 진취적이라는 데에 있는데 이 이야기에서 호의 '성님'이 되어주는 우사가 바로 그런 인물이었다. 우사의 맹활약이 있었기에 이 소설은 그만큼 더 흥미롭고, 감동적이고, 매력적일 수 있었다.

이 멋진 이야기에 대해서 이 정도 수준으로밖에 감상을 쓸 수 없는 내 머리와 재주가 참 안타깝다. 우리에게는 생소한 일본의 에도 시대 용어가 너무 많이 나와서 처음엔 어렵기도 하고 지루하기도 하지만 초반이 어렵고 지루했던 만큼 하권의 사건 전개가 더 흥미진진했고 결말의 감동이 더 먹먹하게 가슴에 와 닿았다.

2007년은 미미 여사의 이런 저런 책들을 읽을 수 있어서 즐거웠던 한 해였다.


댓글(8)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miony 2007-12-23 07: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007년에 읽은 미미여사의 책 중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어느 것입니까?
또는 미미여사 초보자에게 권하고 싶은 책은? ^^

알맹이 2007-12-23 14: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ㅇㅎㅎㅎ 글쎄요, 모방범을 가장 권하고 싶지만, 500페이지짜리 3권 분량이라 아기 엄마에겐 힘들 것 같네요 ^^ 그렇다면 '화차'가 어떨는지..?

miony 2007-12-23 22: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천 고마워요. 오기로 모방범을 읽고 싶어졌어요.^^

알맹이 2007-12-24 1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기 일어나라고 한 말은 아닌데.. 화차, 부터 시작하는 게 제일 나을 듯.. 그거 읽어보고 맘에 들면 모방범도 읽어 보아요. ㅎㅎ

miony 2007-12-31 16: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겠사옵니다. 화차를 주문하겠습니다.^^

알맹이 2008-01-04 1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는 요즘 대부분 도서관에서 빌려 읽기만 해서.. 내가 사서 읽었다면 여러 권 갖다 줄 텐데 아쉽다. ^^; 읽어보고 감상 올려~

miony 2008-01-04 1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난 추리소설엔 아무래도 취미가 없어서. 지금 주문할까 말까 망설이는 중이야. 게다가 감상까지 올려야 된다면 더 움츠러드는 이 마음 ㅋㅋ ^^

2008-01-05 01: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누군가 미야베 월드 (현대물)
미야베 미유키 지음, 권일영 옮김 / 북스피어 / 2007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미야베 미유키 씨의 책을 이제까지 네 권 정도 읽었는데 - 이유, 화차, 스텝파더 스텝, 모방범.
어쩐지 이 책이 가장 '미야베 미유키스럽다' 싶은 생각을 했다.
'미야베 미유키스럽다'는 것의 정의는 나만의 아주 독단적인 것이고, 겨우 다섯 권 읽고 이런 걸 생각한다는 것도 우습지만.

내가 생각하는 '미야베 미유키스럽다'는 건,
인간과 사회를 따뜻한 눈으로 바라본다는 것.
어떻게 보면 약간 건조한 문체로 그런 따뜻함을 살짝 숨기고 있다는 것.
손에 땀이 나게 하는 긴장감으로 독자들을 몰아간다는 것.
각종 무시무시한 범죄를 다루고는 있지만, 결국엔 사람을 믿는다는 것.
책을 읽는 독자들의 마음을 떡 주무르듯 자유자재로 주무른다는 것.

뭔가 거창할 것 같은 단서들로 시작해서 결국엔 사소한 결말을 맺어 버려서 어쩐지 엉뚱스럽기도 했지만, 은근히 마음에 들었던 책. 그래서 어쩌면 더 좋았을 지도.
본격 추리물이나 두뇌 싸움을 좋아하는 추리 소설 팬이나 이유나 모방범 류의 작품을 기대하는 독자라면 실망할 수도 있을 책. 하지만 코지 미스터리 류를 좋아하는 추리 소설 팬이라면 나처럼 이 책과 이 책의 탐정인 스기무라씨에게 반할 것이다.
소심하면서도 평범한, 마음 좋은 동네 아저씨 같은 홍보실 기자 스기무라씨가 등장하는 - 이 책의 속편이라는 이름 없는 독, 도 꼭 읽어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3 | 4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