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직실에 쥐 한마리를 발견하였다. 아주 조그만 새앙쥐다

나는 쥐를 무척이나 두려워한다. 남자가 무슨 쥐가지고 그러냐고 타박주어도 할 수 없다

무서운 것은 무서운 것이다. 우선 그 잽싼 속도감이 나를 무지하게 위축들게 만든다

그리고 거무스름한 빛깔의 거친 듯한 몸에 난 털은 저절로 날 움츠러지게 한다

그런 놈과 같은 룸에서 밤을 지세워야 한다는 사실이 나를 너무너무 불편하게 만든다

내가 오늘 쥐를 발견하였다면 내 보다 먼저 당직한 인간들도 쥐를 보았을 것인데

어떻게 제때 처리하지 않고 그냥 내버려 둔 것이 마냥 떨떠름했다. 다들 쥐에 무덤덤한 모양이다

쥐는 자주 벽난로 뒤를 왔다갔다 하며 나의 신경을 건드렸다. 정말 자극이 무엇인지 아는 놈이다

다만 벽난로를 박차고 나오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뿐이다. 그게 요즘 회자되는 소위는 상생의 길이다

그렇지 않으면 둘 다 불행해진다. 나는 몸을 한번 더 움직여야 하고 쥐는 아마 마지막 밤이 될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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년말에다 크리스마스가 겹치는 날! 상사 한분이 선물을 해 주었다

아이스크림 케익! 먼 곳에서 직접 배송을 해 온 아주 귀한 것이란다.

겉 포장지만으로도 먹음직스럽게 생긴 것이 아이가 무척 좋아할 것 같다

평소 무뚝뚝하고 텁텁 인상으로 이런 거와는 관련이 먼 듯한 상사였기에 더욱 의외였다

아무튼 다들 그 상사가 선물한 아이스크림 케익 하나씩 집어들고 집으로 갔다

나는 당직이기에 곧바로 집으로는 가지 못하고 행여 녹을까봐 사무실 냉장고 안에 고이 보관해 두었다

가족과 함께 보내지 못한 것을 이 아이스크림 케익이 만화할 것을 기대하면서 말이다

오늘 아침 포장지를 벗겨내고 보니 정말 에쁘고 근사하게 치장되어 있다. 제법 비싸게 보였다

먹기가 아까울 정였지만 나는 정말 맛있게 먹었다. 실제보다 더 맛있게 먹을 수밖에 없었다

아이가 기분 풀어지라고, 침체된 분위기 업 시키느라고 더더욱 맛있게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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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무슴 마음에 들지 않거나 싫은 일이 있을 때에는 똥에다 비유를 한다

아이에게 가장 나쁜 마음의 상태는 바로 똥이라는 표현이 들어가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요번 크리스마스는 아이에게 마음이 즐겁지 않은 크리스마스가 분명하다

아빠가 당직쓰느라 자기와 같이 못하는 바람에 똥크리스마스란다.

그만큼 기분이 좋지 않다는 것이다. 아이는 그냥 있는대로 하는 말이지만 듣는 나의 기분은 껄쩍지근하다

일년 365일 중에 하필이면 오늘 같은날 당직이 뭐란 말이냐! 아이의 심정일 것이다

당장 무슨 말로 어떻게 설명을 하더라도 아이는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이것도 아이와 나 사이에 둘도 없는 소중한 크리스마스 추억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그리고 먼 훗날 그 추억을 상기하면서 지금의 아빠를 이해하게 될 것이라고 기대한다

하지만 아직 본말이 남아 있다. 이브는 이브인 것이고 본날에 즐겁게 보내면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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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 크리스마스 될려고 하다가 말았다. 눈대신 비가 왔다

제법 눈발이 드센 것이 모처럼에 화이트 크리스마스가 되는가 싶더니

이내  비로 바뀌고 바람이 사납게 불어대는 것이 영락없는 블루 크리스마스가 되었다

평소 눈보다는 비의 운치를 더 좋아했던 나로서는  손해볼 것 없는 현상이지만

그래도 크리스마스에는  무엇보다 하얀 눈을 기다렸던 사람들에게는 실망스런 날이리라!

집에서는 와이프와 아이의 아쉬움과  원망스런 전화가 계속 이어졌다

미리 크리스마스인 오늘 당직이라고 말했건만 막상 대하니 마음이 그렇지 않은 모양이다

특히 아이는 당장에 당직은 다른 사람에게 맡기고 사무실에서 철수하라고 야단이다

그 요구가 대단히 집요하고 끈질기다. 할 수 없는 일이다. 듣고라도 있는 수밖에.....

그래도 12월 31일 마지막 날 당직은 내가 아니다. 위안을 삼는다. 그것도 얼마나 큰 행운이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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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만의 당직이다. 그것도 오늘 크리스마스 이브에 당직을 한다

와이프와 아이는 바꾸라며 성화다. 그런데 이게 어디 가능한 일인가?

나에게 이브이면 마찬가지로 남한테도 크리스마스 이브다

다들 오늘 당직을 피했다고 환호하고 있을 것인데 난데없이 당직 좀 바꾸자고?

어림없는 소리다. 나는 일찌감치 마음을 다잡고 오늘 당직근무를 열심히 하기로 하였다. 속 편하다

그런데 스쳐 지나가는 아저씨들 몇몇이 나에게 말한다. 오늘 당직이 웬 떡이냐며 부러워한다

성가시게 가족들과 어디 외출다니며 싸돌아다니지 않아도 된단다.

혼자 호젓하게 사무실 지키며 편안하게 보내는 것을 다른 무엇과 비교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그렇게도 들린다. 이왕 당직 하느거 이런 생각하며 보내는 게 정신건강에 좋다

이브는 이럴지언정 본날이 남아 있지 않는가? 내일 가족들과 즐겁게 보내면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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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4-12-24 1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구 저런... 그럼 회사 앞으로 잠깐 나오시라고 해서 저녁이나 같이 하시는 건 어떨까요? 님 메리 크리스마스!!! 암요, 내일도 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