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열과 김용옥 - 하
강준만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0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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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옥에 대한 평가는 다양하다. 대한민국이 세계에 자랑 할 수 있는 그나마 몇 안되는 학자 중에 하나라는 이야기도 있고 머리에 든 것은 변변치 않은데 튀는 행동으로 세인의 관심을 끄는 데는 성공한 딴따라는 이야기도 있다. 이미 구축한 학문적 성과로 자신만의 고유한 가치영역을 확보하였다는 이가 있는가 하면 설익은 논리로 이리저리 상황에 따라 말바꾸기를 수시로 시도하는 카멜레온 같은 존재라고도 한다. 한 인간에 대한 호, 불호가 이처럼 극단적이면서 치열하고 분명하게 갈리는 인물이 과연 있을까?


김용옥이 튄다는 것은 보편적 인식이다. 그 스스로도 인정하는 사항이다. 하지만 그가 튀는 행동을 하는 것은 학자로서의  성취와 사유세계와는 전혀 별개의 문제다. 행색이 초라하다고 인간성 자체가 곧 초라한 것으로 연결될 수 없듯이 단순히 튄다는 이유만으로 그를 폄하하고 그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는 것은 올바른 접근법이 아니다. 유감스럽게도 대한민국에서 성공하려면 하나의 공식이 있다. 그리고 이 공식은 이제 법칙으로서의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명문학교를 졸업하고 외국유학을 다녀와야 하며 배우자는 언제든 조력을 받을 수 있도록 특정 레벨에 속해 있어야 하고 말과 행동은 점잖고 신사적이어야 하며 방송과 언론에서는 고상한 언어만 쓰야 하고 특정 언론과는 절대로 싸우지 말고 때때로 곡학아세하며 부역을 제공해야 하고 기득권을 유지 수호하는 가치체계를 가져야 하는 것이다. 누군들 명백한 이 사실을 부정할 수 있으랴!


따라서 대한민국의 자칭 주류라고 스스로 일컫는 세력들은 자기들 울타리에 속하지 않고도 대중의 호응과 지지를 얻어가며 게다가 기회 있을 때마다 자신들을 공박하는 김용옥이 도저히 눈꼴 사나워 견딜수 없고 그대로  방치할 수 없는 것이다. 주류세력이 주도해왔던 행동양식과 사고방식을 거부하면 그대로 밀려나는 대한민국에서 이를 깨뜨리며 저항하는 김용옥은 당연히 주류세력의 적이 되고만 것이다. 상대를 죽이지 않으면 내가 죽는다! 주류에 속하지 않은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나 주류세력은 무슨 공포스러운 강박관념에 시달리고 있는지 자기가 살기 위해서는 자기에게 도전하는 이를 꼭 죽여야만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주류세력은 대동단결하여 김용옥 죽이기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이해할 수 없는 사실이 있다. 주류세력이 선도하고 장악해온 페러다임을 거부하고 거기에 맞서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 가고 있는 김용옥이 그 주류세력에 의해 난도질 당하는 것은 생존본능의 발동으로 보아 그럭저럭 수긍할 수 있으나 자신은 전혀 주류세력이 아니면서 그리고 앞으로 주류세력에 편입될 가능성도 없으면서 나아가 세상과 사회가 한단계 더 나아지기 위해서는 현재의 상태가 바뀌고 변화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단지 김용옥의 행동이 튄다는 이유만으로 그를 배척하고 집단 이지메의 대열에 동참한다는 것이다. 도대체 무슨 심통인지 모르겠다. 세상살이에 정해진 틀이  어디 있으며 절대적인 규격이 무슨 소용이랴! 수구세력과 기득권 집단의 야단법석에 철모르고 부화뇌동하는 어리석은 짓은 하지 말지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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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열과 김용옥 - 상
강준만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0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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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기 나의 사고체계와 그마나 갖추어진 논리성 형성은 이문열에 힘입은 바 크다. 그 당시 이문열은 대한민국 최고 소설가 중 하나였고 그에 대해 사전에 어떠한 정보도 가지고 있지 않았던 나로서는 신문이나 방송의 이문열에 대한 그러한 평가를 그저 믿고 수용하고 책 구입의 가장 중요한 자료로 사용할 수 밖에 없는 실정이었다. 그렇게 소설을 통하여 접한 이문열은 세간의 평가가 단순한 덕담이 아닌 그럴만한 사정에 기인하였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이문열이 구사하는 문장의 유려함과 논리성은 나는 지금도 대한민국의 다른 작가들에게서는 발견하지 못하는 탁월한 것이었다


세월이 조금 더 흐르고 스스로의 판단능력이 생기게 된 후부터 나는 알아차릴 수 있었다. 이문열은 보수주의자라는 것을. 그리고 보다 폭넓은 직간접적인 경험과 정보수집을 통해서 이문열 스스로도 그렇고 세상의 일반 평가도 그를 보수주의자라 부르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보수든 진보든 모두 다 소중한 가치관이고 세상은 하나의 획일적인 가치체계로 굴러갈 수도 없다는 점에서 보수주의 혹은 보수주의자를 적대시하거나 폄하할 생각은 나는 추호도 가지고 있지 않다. 하지만 더나아가 세상의 많은 사람들은 그를 수구반동으로 규정하기를 주저하지 않고 있으며 나 또한 문득문득 이문열은 보수가 아닌 수구적인 사람임을 확인해 나가고 있다


보수! 도대체 보수란 무엇인가.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는 그냥 어느 한순간에 번갯불에 콩구워 먹는 방식으로 찰나적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갖은 시행착오를 겪고 오랫동안 사회 구성원들의 타협과 공통의 경험을 통해 만들어진 소중한 것이므로 기본적으로 지키면서 물려주어야 할 것이지 고치고 바꾸어야 할 성질의 것이 아니라는 가치체계다. 다 맞는 말이다. 지킬 것인가 또는 바꿀 것인가는 상황을 바라보는 이의 인식과 판단의 차이이며 따라서 지켜야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적의를 품을 필요는 없는 것이다. 하지만 왜 지켜야 하는 것인지에 대한 객관적이고 보편타당한 근거를 제시하지 못한 채 무조건, 기득권 상실에 대한 두려움, 맥락이 전혀 와닿지 않는 궤변으로써 그저 죽자사자 지켜야 한다고만 주장하는 것은 이미 보수가 아니라 수구다. 특히 사회 전체의 발전과 개선을 위해 바뀌어야 함이 정당함에도 소수 특권 세력의 이익유지나 향상을 위하거나, 정권에 아첨 또는 정권 획득을 위한 방편으로써 사회안정이나 질서유지를 원하는 일반대중의 불안심리를 자극하는 것은 그야말로 수구의 전형이다. 나는 불행하게도 이문열에게서 이러한 수구의 모습을 발견하는 것이다


순수냐! 참여냐! 예술가 본인에게도 그렇고 우리 국민들에게도 아직까지 시원하게 결론나지 않은 문제다. 나는 기본적으로 예술가는 예술에만 매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자기가 노는 물은 따로 정해져 있다. 팔방미인치고 제대로 하는 인간을 본 적이 없다. 작가적 역량으로 볼 때 그 누구도 함부로 근접할 수 없는 이문열이 그가 가지고 있는 정치적 지향을 공표하는 것에 독자의 한 사람으로 마음에 안 들수는 있어도 말릴 수는 없는 일이지만 이왕 참여한다면 대중이 공감할 수 있는 논리를 가져야 하는 것이다. 이문열은 작품 따로 현실 따로 놀고 있다. 작품속에서 나타나는 논리정연함이 현실에서는 왜 어거지로만 표현되는지 정말 알수 없는 일이다. 그가 진정한 보수주의자라면 그래서 수구반동이라고 욕 먹지 않으려면 제대로 된 주장과 비판이 있어야 하나 너무나 자주 나는 그의 주장들에서 단지 터무니없다는 느낌을 넘어 실소를 머금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을 목격하는 것이다.


건전하고 상식적이며 합리적인 보수주의자의 진면목을 보고싶다. 지금의 이문열에게서 과연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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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과 국민사기극
강준만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0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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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사람들의 정신세계를 지배하는 가장 중요한 이데올로기 중 하나는 지역감정이다. 대한민국에서 이를 빼놓고 만사를 논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껍데기에 불과하다. 지역감정을 이용하여 이익을 취하려고 하는 자. 보이지 않는 손이 장난치는 지역감정의 유희에 놀아나는 줄도 모르고 이용만 당하는 우매한 국민들. 애향심과 지역감정을 구분하지 못하고 우리 지역 살기 위해서 니가 사는 지역은 무조건 찌그러져야 한다는 단순무식한 인간들이 범벅이 되어 살아가는 나라가 바로 대한민국이다


그래도 우리국민들은 입으로는 지역감정을 욕하며 버려야 할 유산이라면서 나부터라도 지역감정에 얽매이지 않도록 노력해야 겠다는 근사한 말씀들은 곧잘 하신다. 지역감정은 악이며 우리나라가 지금보다 조금이라도 잘사는 나라가 되기 위해서는 이놈의 지역감정부터 없애야 한다는 당위에는 당연히 모두들 찬성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막상 지역이야기가 나오면 이성은 마미되고 천박한 억지논리가 동원된다. 있는 놈들이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퍼뜨리는 거짓언어에 아무런 얻어먹을 국물도 없는 평범한 인간들이 부화뇌동하여 날뛰는 꼴을 보면 마구마구 슬퍼진다


노무현은 지역구도 타파를 위해 온몸으로 헌신한 정치인이다. 따라서 그는 국민들로부터 그러한 가치를 인정받는 것 만큼 그에 따른 실적이 쌓였어야 함에도 막상 정치인으로서 심판의 결과는 그렇지 못했다. 국회의원 선거마다 낙선! 호남출신 김대중 대통령이 만든 정당의 간판으로 영남에서 출마한 그의 경력은 용기있다는 한마디 찬사외에 더이상 주어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던 셈이다. 한석이라도 더 얻기 위해 피튀기는 싸움을 벌여야 하는 냉혹한 현실에서 평소에는 화합의 전도사로 추앙되던 그가 선거판에서는 배신자로 매도되는 것이 대한민국이다. 그러니 국민들은 사기꾼인 것이다. 사기꾼의 전형적인 모습은 말과 행동이 다른 사람이니 노무현에 대한 국민들의 태도는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사기꾼인 것이다


고진감래라 하였는가. 고생끝에 낙이 온다더니 사기만 당하던 노무현은 그 한결같고 소신있는 정치적 지향으로 결국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국회의원이라는 작은 싸움에서는 수없이 패하였지만 진작 대통령이라는 큰 싸움에서는 승리하고 말았던 것이다. 그러니 이제 국민들은 더 이상은 사기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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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범일지 나남신서 302
김구 지음 / 나남출판 / 200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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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오욕의 근대사와 삶을 같이한 백범! 오늘날 가장 존경하는 위인이 누구냐고 물어보면 백범은 예외없이 상위에 속할 만큼 민족의 지도자요 스승으로 널리 존경받고 있다. 어쩌면 일반국민보다는 머리에 지식께나 든 사람들에게 그 가치를 진정으로 인정받고 있으며 또 이들은 백범을 존경한다고 공개적으로 얘기하지 않으면 운신에 불리를 느껴야 할 만큼 백범의 위치는 오늘날 독보적이다. 어쩌면 자객의 총탄에 맞아 죽임을 당했다는 비극적 인생때문에 더욱더 우리 가슴에 깊이 아로새겨져 있는지도 모르겠다


백범일지는 백범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그가 걸어 온 길을 연대기 순으로 나열하고 있다. 재미도 있을 뿐 아니라 곳곳에 인간 백범의 고뇌와 갈등을 역력히 엿볼 수 있어 마치 김구선생을 대면하고서 직접 그의 생생한 이야기를 전해 듣는 듯한 착각이 일기도 한다. 그러나 아쉬운 것은 그대로 아쉬운 것이다. 책 자체의 한계인가? 일지라는 형식이 지니는 어쩔 수 없는 문제점인가?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백범의 일생을 외피적으로 기록하는 것에 불과할 뿐 도대체 왜 그같은 길을 걸었을 수밖에 없었고 그 과정상의 고난은 무엇이었으며 어떻게 헤쳐나갔는지에 대해서는 그리 친절하게 소개되어 있지 않다. 인간 백범과 책 백범일지는 엄연히 구분하여 평가되어야 하는 바 이 책으로는 백범의 진면목을 충분히 알 수 없다. 평전이 아닌 다음에야 무슨 도리가 없겠다


민족의 지도자 백범은 물론 후세의 영광과 받듦을 위하여 계산적으로 고난의 길을 택하고 한몸 희생하신 분은 아닐 것이다. 그 분 평생의 삶이 자기의 안위와 영달보다는 핍박받는 민족을 향하여 있었고 사리사욕없는 가치관과 인생관으로 살아서는 뜻을 이루지 못하였으나 오히려 죽어서 정신적 지주로 환생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분명 후손의 몫도 있다. 그의 정신을 길이길이 갈고 닦고 보존하여 우리 민족이 나아갈 지표로 삼기 위한 작업은 분명 남겨진 우리 후손의 몫이다. 그런데 우리는 우리 몫을 지금 이순간 제대로 하고 있는가. 백범은 편히 쉬고 계실까.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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