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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촌수필 ㅣ 문학과지성 소설 명작선 6
이문구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0년 2월
평점 :
품절
관촌수필에는 지금의 내 나이또래 입장에서는 할아버지, 아버지뻘 되는 사람들이 살아가는 시대에 관한 이야기가 들어있다. 해방이 되고 6.25사변을 겪는 그들이 어렵고 불우한 환경속에서 어떻게 모진 풍파를 부대끼며 헤쳐나갔던가를 적나라하게 기록하고 있다. 우리가 흔히 인간적이라고 할때는 소위 해피하게 살아가는 경우를 두고 말하지 않는다. 죽도록 고생하고 처절하게 좌절하며 눈물과 한숨으로 살아가면서 가슴속에 한을 품고 있는 자의 삶을 인간적이라고 하는 것이다. 어쩌면 인간의 본질 속에는 이미 비극 또는 시련이 태생적으로 내재되어 있는 지도 모를 일이며 나는 이러한 인간적인 이야기속에 당연히 나 스스로가 인간임을 확인하곤 하는 것이다
옹점이, 대복이, 복산이, 석공 등은 그대로 우리 시대의 할아버지, 아버지들이다. 관촌수필에서 그들은 정도의 차이가 있을지언정 힘겨운 한때를 살다가 죽는다는 점에서 근원적으로 같다. 신분의 고하, 부의 차이가 그들을 표시나게 구분하고 있었지만 나약한 인간이 거스를 수 없는 시대환경속에서 결국은 같은 종류의 삶을 살고 간 것이다. 몰락해서 과거의 부귀영화가 헛된 추억이 되어버린 주인공, 부잣집 큰며느리 같이 일 잘하고 붙임성 있고 싹싹해서 시집가면 누구보다 잘 살거라고 기대받았으나 끝내 약장수 패거리에 섞여 딴따라 가수로 추락한 옹점이, 마을 대소사를 불문하며 궂은일 마른일 가리지 않고 제일처럼 해치웠으며 그 자신 살림살이 조금 나아지려던 순간에 백혈병으로 세상 등지고 마는 석공, 재주를 과신하다가 절도범으로 몰리어 콩밥 먹게되고 결국은 징용으로 끌려가게 되는 대복이 등 인물 하나하나가 앞서 간 세대의 슬프고도 고달픈 상처고 눈물이다. 내가 살지 못한 시대상황을 이처럼 절절하게 묘사하고 생생하게 풀어감으로써 한시대의 삶에 몰입하도록 만든 작가에게 고마움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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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여 약간의 아쉬움이라 할까? 저자의 태생이 충청도이므로 그리고 관촌수필의 내용또한 저자의 것이므로 충청도 사투리가 모든 지면을 장식하고 있는데 나는 새삼 놀라웠다. 충청도 사투리는 조선8도 사투리 중에 가장 단순한 것이라는 내 편견이 여지없이 깨졌기 때문이다. 너무 어렵다. 그저 그 시대의 사물이라서 오늘날에 남아있지 않아 이해가 곤란했다는 차원을 넘어 오늘날에도 버젓이 쓰이고 있는 말인데도 충청도 사투리로 변환되니 알아듣기가 벅차다. 지방의 토속성을 살리려 사투리를 동원한 것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겠지만 독자의 이해를 구하기 위해서는 어느정도 지금 시대의 말로 바꾸었으면 하는 바램도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