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이 프로그램 생방송 못봤다. 원래 티비를 즐겨보지 않는데다 더군다가 요새 나오는 가요라는 것은 별로 입맛에 땡기는 것이 없기 때문에 그닥 관심도 없다. 그런데 인터넷 뉴스에 이상한 문구가 떠서 봤더니만 이게 무슨 일이래. 조금 전에 MBC 뉴스와 KBS 연예가 중계에서도 이 문제를 다루었다. 그리고 인터넷에 누군가가 링크해놓은 주소로 가서 문제가 된 생방송 장면을 보았다. 정말 적나라하게 다 보였다. 고놈참... 그것두 꽤나 길게. 카메라 아저씨도 순간 어찌해야되는지 당황했나보다. 처음에는 고놈들 둘 이서 다 벗으니깐 무대 옆쪽에 멀쩡히 연주하는 놈덜쪽으로 비추다가 방청석으로 돌렸는데 이미 일은 벌어졌다.
담당 PD 의 인터뷰 내용을 보니 MBC 음악캠프 프로그램에서 기획사에 의해 나온 오버 가수들이 아니라 자생적 클럽문화에서부터 시작한 언더그라운드 밴드들을 소개하는 코너를 마련했다고 하는데, 여기에 RUX 라는 그룹이 나왔던 것이다. 물론 문제가 된 두놈은 RUX 가 아닌 카우치 라는 밴드라고 하지만.
난 언더그라운드 출신이다. 사실 뭐 그닥 오래 활동한 것도 아닌지라 내가 언더그라운드 출신이내 하고 머 그들을 대표하는양 나서는 것도 웃기다. 클럽 활동의 시작은 98년이었고, 2000년이 최고 절정기였다. 이때 일주일에 한번씩 기본적으로 재머스라는 클럽에서 공연을 했고, 가끔씩 지금은 없어진 주변의 클럽 코다, 플레이하우스, 피드백 등에서 활동을 했었다. 일산 호수공원에서도 했고, 대학로 라이브 1관에서도 했었고, 홍대 쌈지 스페이스에서도 했었다. 그리 오래한건 아니지만 클럽밴드의 맛은 볼 만큼 봤다고 봐야지.
그들이 경찰서에 연행된 뒤에 기자들과 인터뷰 하는 장면을 봤다. 럭스의 보컬은 머 그냥 클럽에서 하던대로 자유롭게, 자유롭게 그랬다. 맥주병도 깨고, 기타도 부수고, 머 그런다. 그래 그 보컬이 하는 말 틀리지 않다. 그리고 실제로 내가 하던 밴드는 오히려 졸린 모던락인지라 공연분위기가 깔끔하고 나른하지만, 소위 말하는 크라잉넛이나 레이지본, 노브레인 같은 펑크밴드나 하드코어 밴드들의 공연에서는 욕설도 많이 나오고, 물도 뿌리고, 뭘 던지기도 하고, 온갖 지랄 쌩쇼를 다한다. 내가 기본적으로 그런 스타일의 록음악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그런 밴드와 관계를 맺을 기회도 없었고, 우리와 비슷비슷한 분위기의 밴드들과 함께 공연을 했으니 그들의 문화를 즐겨봤다고는 말 못한다. 하지만 일단 보컬이 말한 것은 사실이다. 그들은 클럽에서 매우 자유롭다. 노출도 가능할터이다.
문제는 그들이 클럽이 아닌 공중파에 나왔다는 것이다. 좋다. 클럽. 거기서 지랄 쌩쇼를 하면서 놀아라. 상관없다. 그들과 그들의 팬만이 있을 뿐이니깐. 그런데! 니들이 나온 곳은 공중파 생방송이다. 집에서 밥먹으며 티비보는 가족들이 보고 있고, 그 중에는 초딩, 중딩, 고딩, 대딩, 직딩, 백조, 백수 할 것 없이 다 섞여있단 말이지. 그러니 문제가 되는거다. 클럽에서야 성인인 사람만 그것도 그네들의 문화를 즐기는 사람들만 모여서 노니 상관이 없지만 이건 공중파다. 당신들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도, 당신들의 문화를 즐기지 않는 사람들도, 그 문화를 아예 접해보지 못한 대다수의 사람들도 함께 보고 있단 말이다. 그러니 조심했어야 한다.
MBC 음악캠프의 인디밴드 소개프로그램의 취지는 좋다. 전혀 대중에게 드러날 기회가 없는 이들에게, 정말 음악을 하고 싶어하고, 그들만의 그것을 오래도록 만들어가는 그들에게(럭스도 96년부터 활동했다니 거의 10년이다. 돈벌이 안되는 아니 오히려 돈을 더 쓰는 인디생활을 이렇게 오래하는 것은 그들의 음악에 대한 열정이 아니고는 못한다. 게다가 2004년 3월에는 한국 대중음악 시상식에서 최우수 락부문 상을 타기도 했단다) 선보일 기회를 준다는 측면에서 장려할 만하다. 그런데 그들이 이 기회를 잘못 이용하고 있다면 양상이 달라질 수 밖에 없다. 지금 문제의 장면 때문에 이 프로그램이 폐지된다면 그네들은 다른 인디밴드들의 기회까지도 박탈하는 것이 된다. 크라잉넛을 선두로 하여 많은 인디밴드들이 오버에서 성공을 거두었다. 체리필터도 그러했고, 노브레인도, 레이지본도 방송을 탔다. 언더그라운드에 대해 배타적이었던 음악문화가 그들에게 길을 많이 열어주고 있다. 그런데 이런 일이 발생했으니 이제 공중파는 꿈도 못꾸게 되었다. 물론 공중파를 일부러 배척하는 인디들도 많다. 인디만의 순수한 문화를 위하여. 하지만 그 생활 오래 못간다. 밥벌이 안된다. 자기들의 음악에 억압을 가하지 않는다면 오버로 나오는 것도 좋다. 단 기획사가 음악색깔을 바꾸라고 강요한다면 거절하고 계속 그 바닥에서 지낼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럭스(카우치를 포함)의 첫번째 잘못은, 공중파에서 그 짓을 했다는 것이며, 두번째 잘못은 그들로 인해 다른 인디밴드들까지 덩달아 욕먹고 기회를 박탈당할 것이라는 점이다.
바지를 벗건 웃통을 벗건 나는 상관하지 않는다. 무대에서 섹스를 하건 애무를 하건 나는 상관하지 않는다. 다만 그러려거든 니들끼리 즐겨라. 그건 니들 자유다. 원치 않는 사람들 앞에서 니들의 자유를 표현할 '자유'는 없다. 그땐 이미 자유가 아니니깐.
난 무섭다. 이들 때문에 수많은 인디밴드들이 욕먹을까봐. 나도 한때 인디였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