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만에 다시 본 인디펜던스 데이. 9년 맞나? 아마도. <우주전쟁>을 본지 얼마안되서 그런지 이 영화를 보는 내내 왜 이렇게 <우주전쟁>의 장면들이 머리속에서 돌아댕기는지.

  <인디펜던스 데이>는 여느 외계인 침공을 소재로 한 영화와 거의 다를 바 없다. 일단 지구 하늘에 뭔가 이상한 기운이 감돈다. 그러다가 하늘이 쪼개지고 뭔가가 등장하고, 갑자기 공격을 퍼붓는다. 사람들은 호기심에 하늘을 바라보다 갑작스런 외계인들의 공격에 우왕좌왕 정신없이 냅다 달린다. 누구는 불에 타 죽고, 누구는 날아가 죽고, 누구는 차에 깔리고, 누구는 밟혀죽고, 누구는 두동강나고, 누구는 용케 피했다. <인디펜던스 데이> 도 그렇고, <우주전쟁>도 이렇게 시작한다. 다만 다른 것은 <인디펜던스 데이>에서는 크기를 알 수 없는 거대한 비행물체가 온 하늘을 뒤덮었던 것이고, <우주전쟁>에서는 삼발이 괴물이 여럿 나타나 레이저빔을 쏘아댔다는 차이정도.



* 외계인의 공격으로 공군사령부가 어이없이 당했다

 9년전에 이 영화를 봤을 때 참 재밌게 봤는데, 9년 뒤인 지금 <우주전쟁>을 보고 난 뒤에 이 영화를 다시 보니 그닥 스케일이 크다는 느낌이 안든다. 9년이라는 세월 동안 영화제작 기법도 많이 다양화되고 심화된 탓이겠지. 같은 영화를 10년뒤에, 20년뒤에 다시 만든다면 분명 다른 영화가 되어있을 것이다. 한 선배가 <우주전쟁>을 컴퓨터로 다운받아서 봤는데, 오래걸려 다운 받은 영화 속 장면들은 지금 개봉한 그것이 아니었다고 한다. 하하하. 플레이를 시켰더니만 실줄에 매단 비행체가 하늘에 떠다니고 있었다는. 선배는 1953년 작 <우주전쟁>을 다운 받은 것이었다. 크크크. 뭐 같은 시나리오를 가지고 만든 세월의 격차가 느껴지는 두 영화를 비교해 보는 것도 또다른 맛이겠지.

 하늘을 쪼개고 등장한 거대한 비행체. 갑자기 미국 상공에서 백악관과 온갖 고층빌딩을 단번에 박살낸다. 이집트의 피라미드도 온전치 못하다. 이어 모체에서 튀어나온 온갖 외계 비행체가 지구방위대(?)를 순식간에 아작내고 오직 한 사람만 살아남았다. 윌 스미스. 용케 외계인을 생포해서 질질 끌고 부대까지 가는데 이 장면이 어찌나 웃기던지. 외계인이 주먹 한방 맞고 기절한 것도 그렇고, 걔를 끌고 가는 윌 스미스의 모습도 그렇고. 헐헐.

 외계인 침공 영화의 모든 결말이 그렇듯 이 영화도 역시나 지구방위대의 위대한 승리로 마무리 짓는다. 물론 그 중심에는 미국이 와따다. 미국만세. 장면은 미국뿐 아니라 이슬람과 동양권, 유럽 독일까지 비추며 모두들 승리를 만끽하는 모습을 비추고, 이는 미국에 대한 찬양으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미국 만세 만세! 미국이 지구를 살렸다. 머 영화가 다 그렇지. 모든 외계인은 미국으로 들어오고, 미국에 의해 쫓겨난다. 바보들. 다음부터는 다른 나라로 들어와라.

  다시보니 예전만큼의 스케일과 긴장감은 떨어졌지만 그럭저럭 괜찮았던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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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 책 2005-07-31 12: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보들, 다음부터는 다른 나라로 들어와라~~!!!
크큭..전투기 파일럿 출신인 대통령도 없고, 특전사 못지 않은 대통령도 없고, 평범한 아버지가 수류탄 서너개의 안전핀을 입으로 뽑아내지 않는, 그리고 왠 경찰하나가 경찰 특공대보다 더 파워풀하지 않은 그런 '평범한' 나라로 말이지요 ㅎㅎ

마늘빵 2005-08-01 0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그러게요. 쟤네는 맨날 모든 영화에서 미국으로 들어와요. 한번 들어왔다 졌으면 다른 데로 시도해보지.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