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영화들은 대개 우중충하고 나른하고 어둡다. 적어도 내가 본 영화들은. 그리고 대개 인간의 내면적인 부분에 촛점이 맞추어져 있다. 그러나 <택시>는 그렇지 않다. 98년에 처음 나온 <택시>를 시작으로, 어느새 <택시2>와 <택시3>가 나왔다. 시리즈작은 대중의 인기를 등에 업지  않고는 나오기 힘들다. 일단 시리즈물이 나왔다는 것은 <택시>가 어느 정도 상업적으로 먹혀들어갔다는 말이다.

 <택시1>에서 나왔던 어디 혼혈인지 모르지만 알려지지 않은 무명배우 사미 나세리가 계속해서 등장한다. 물론 그의 단짝 형사 프레드릭 디팡달 역시 마찬가지로 세 작품에 모두 출연한다. 스피드를 이용한 블록버스터를 처음 만들었던 프랑스의 감독 제라르 피레는 <택시>와 <스틸>에서 그의 진가를 보여줬지만, 이어지는 <택시2>와 <택시3>는 제라르 크라직이라는 다른 감독이 맡았다. 그의 이름은 생소하지만 그의 작품을 언급하면 아! 하고 무릎을 칠 것이다. 일본의 어린 여배우 히로스에 료코를 출연시켰던 <레옹2>가 그의 작품이다. 어찌된 일인지 모르지만 그는 우연찮게도 이미 성공한 <레옹>과 <택시>의 후속작들을 맡아서 지휘했다.

 <택시3>는 전작들에 비해서는 긴장감이 약간 떨어지는 감이 있지만 그런대로 볼 만한 영화다. 하지만 독특함은 없다. 이 영화에서 보여지는 스피디한 장면들은 이미 우리가 <택시>나 <스틸>을 통해서 한번씩 봤던 장면들이고, 더이상 새롭게 다가오지는 않는다. 다만 멍청한 프랑스 경찰을 풍자하는 부분들이 웃음을 짓게 만들 뿐이다. 도대체가 대책이나 계획이라곤 전혀 없는 프랑스 경찰. 하는 짓마다 엉뚱하고 주먹구구식이다. 영화 속 두 주인공인 형사와 택시기사는 각각 여자친구에게는 무관심하다. 한명은 범인색출에 열을 올리고 있고, 한명은 오직 차밖에 모른다. 그러다 그들이 임신을 한 것을 알자 그때서야 자신이 아빠가 된다는 사실에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사실 전작에서 스피드가 우리를 스크린속으로 빨려들게 했다면, 여기서는 스피드보다는 각각의 인물풍자에 좀더 촛점이 맞추어져 있지 않나 생각해본다. 물론 그것도 그다지 대수롭지는 않지만. 흑인 경찰이 지나가는 차를 압수하려고 도로에 섰지만 무시하고 차로 쳐버리고 그냥 가던 길 가는 장면은 프랑스 사회의 흑인에 대한 시각을 짚고 넘어가게 해준다. 자유와 관용의 나라로 대표되는  프랑스에서도 인종차별이란 것이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 혼혈인인 영화의 주인공 사미 나세리가 이 영화에서 주인공이 된 것도 어찌보면 프랑스 영화계에 대한 일종의 풍자로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는 연기상을 수상한 능력있는 배우임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출연한 영화에서 별스런 대접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스피드를 이용한 눈요깃거리보다는 영화 속의 이런 사소한 풍자가 난 더 눈에 들어왔다. 프랑스 경찰을 향해, 흑인에 대한 인종차별을 향해, 혼혈족에 대한 인종차별을 향해 영화 <택시3>는 풍자를 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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