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료윤리 - 제3개정판 동녘선서 96
구영모 엮음 / 동녘 / 2010년 8월
구판절판


법이 관습과는 달리 윤리와 비슷한 정도로 중요성을 지닌다고 말할 수 있겠지만, 결국은 윤리 규범이 법규범보다 더 중요하다는 점을 깨닫는 것이 중요하다. 왜냐하면 윤리는 법을 비판할 수 있는 반면, 법은 윤리를 비판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만일 정부가 법에 따라 한 시민을 구속할 때 우리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자유롭게 살 권리가 있다’라는 윤리 원칙으로 그 법을 비판할 수 있다. 그러나 윤리 원칙이 잘못되었을 때는 법으로 그것을 비판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윤리 원칙을 가지고 그것을 비판하게 된다. 윤리는 법으로 교정되는 것이 아니라 윤리 자체의 원칙으로 바로잡히는 것이다. (구영모)-19-20쪽

악행 금지와 선행을 분명하게 구분하기는 어렵지만, 적어도 선행의 원칙은 악행 금지의 원칙을 넘어서 해악의 예방과 제거, 그리고 적극적인 선의 실행을 요구한다. 악행 금지 원칙과 달리 선행의 원칙은 적극적인 선의 실행을 요구하기 때문에 이 경우는 공평성의 원칙이 지켜지지 않는다. 다시 말해 우리는 모든 사람에게 악행을 저질러서는 안 되지만, 모든 사람에게 선행을 할 의무는 없다. 그래서 특정 관계에 따른 차별적인 선행이 허용된다. 학자들은 과연 이런 선행이 도덕적 의무에 속하는가에 대해 의견을 달리하고 있다. (구영모)-44쪽

행위는 그 행위의 대상이 나인가 남인가가 아니라 그 행위가 나에게든 남에게든 피해를 발생시키는가의 여부에 따라 정당성 여부가 달라지는 것이다.
그러니 자살이 살인과 마찬가지로 도덕적으로 매우 잘못된 행위인지 여부 또한 바로 이 기준으로 판단해보아야 한다. 자살과 살인이 ‘사람의 생명을 빼앗음’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이 점만으로 둘을 동일시할 수는 없으며, 반대로 자살은 자신에 대한 행위이고살인은 타인에 대한 행위라는 차이점에만 주목해서 이 둘은 전혀 다른 것이라고 단언할 수도 없다. 대신 자살이 가져오는 결과가 살인이 가져오는 결과와 같은지를 따져보아야 한다. (유호종)-192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불편해도 괜찮아 - 영화보다 재미있는 인권 이야기
김두식 지음 / 창비 / 2010년 7월
장바구니담기


규제하려는 사람에게는 구체적으로 어떤 교육적 목적을 위한 것인지를 논리적으로 입증해야 할 책임이 있습니다. 머리를 길러야 할 이유나 치마를 줄이고 싶은 이유를 학생들이 입증해야 하는 것이 아닙니다. 기본권을 제한할 때는 제한하는 사람이 그 이유를 입증해야 하는 것이지, 제한받는 사람에게 입증 부담이 돌아가서는 안됩니다. 구체적인 이유를 제시하지 않고 학생들의 권리를 제약하는 것은 무엇보다 청소년에게는 기본권이 없다는 심각한 오해 때문입니다. 학생들도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의 당연한 주체입니다. 이걸 인정하지 않는다면 우리나라는 자유민주주의 국가가 아닙니다. 그런데도 성인들 모두 ‘청소년은 헌법상 기본권의 주체가 아니다’라고 미리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행동합니다. 따지고 보면 이것도 공부 때문입니다. -45쪽

일부 페미니스트들은 결혼제도는 가부장제도를 강화할 뿐인데 굳이 동성간 결혼을 인정해달라고 요구할 필요가 있느냐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거듭 말씀드리지만, 할 수 있는데 ‘안 하는 것’과 제도가 금지되어 있어서 ‘못하는 것’은 분명히 다릅니다. 그리고 가부장제도의 핵심이 결국 남성인 아버지에 의한 일방적 지배를 의미하는 것이라면, 동성간 결혼의 인정이야말로 이 구조를 깨는 유효한 수단이 될 수 있습니다.-85쪽

일부에서 장애인을 ‘장애우’라고 부를는 것도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모든 장애인을 친구처럼 생각하며 친근하게 부른다는 의도지만, 이것 역시 사랑표현의 가면을 쓴 차별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기업인, 동호인, 변호인, 군인 등을 굳이 기업우, 동호우, 변호우, 군우라고 부르지 않습니다. 가톨릭 성당에서 서로를 교우라 부르는 것처럼 장애인들이 혹시 자기들끼리 약속하고 서로를 장애우라고 부르는 것은 몰라도, 비장애인들이 마치 우정을 베푼다는 듯이 그런 표현을 쓰는 것은 별로 바람직한 일이 아닙니다. -155-156쪽

가능성 패러다임은 장애인에 대한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이해를 바탕으로 합니다. 장애인이 일상생활에서 한계를 느끼는 것은 근본적으로 장애인은 아무 일도 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사회적 편견 때문입니다. 결코 장애 그 자체가 불가능성을 의미하기 때문이 아닙니다. 불가능성 패러다임에 기초한 교육과 근로기회의 박탈이 오히려 장애인들을 일하지 못하는 무능력자로 만들어버린 것뿐입니다.
-161쪽

사람은 돈만 들어가면 일하는 기계가 아닙니다. 비정규직으로 자리를 불안정하게 만들면 사람들이 더 열심히 일할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하나는 알고 둘은 모르는 사람들입니다. 사람은 영혼이 있는 존재입니다. 불안정성이 외형적인 생산성을 높일지는 몰라도, 불안한 영혼들이 만들어내는 상품에는 혼이 빠져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혼이 빠진 상품이 고객에게 감동을 줄 리도 없습니다. 사람에게는 경제 논리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신비한 면이 너무 많습니다. 그걸 읽어내지 못하는 사람들이 국가와 기업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오로지 경제논리를 기반한 정책만 양산하는 것입니다. 그들의 주장대로라면 우리는 날로 행복해져야 하는데, 이상하게도 삶의 질은 갈수록 떨어지고 양극화만 심화됩니다. -188쪽

국립대 교수들은 모여앉아 "철도 공사 직원들이 우리보다 월급을 많이 받는다니 기가 막히지 않냐?"고 한탄합니다. 그럴 때마다 저는 이런 의문을 품습니다. ‘철도 공사 직원이 국립대 교수보다 월급을 많이 받는 게 도대체 뭐가 잘못된 일일까?’ 물론 교수 되는데는 시간도 많이 걸리고 박사학위 취득할 때까지 학비도 많이 쏟아 부어야 합니다. 그러나 누가 억지로 시켜야 그리된 게 아니라 공부가 좋아서 선택한 길입니다. 교수들은 하고 싶은 말을 마음대로 하고 원하는 글을 쓰며 그걸로 월급을 받습니다. 조금만 노력하면 명예와 존경도 얻을 수 있습니다. 그러면서 왜 자기들이 철도공사 직원보다 돈을 더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194쪽

보이지는 않지만 병역필 남성들의 내면에는 이 영화(용서받지 못한 자)가 보여주는 것과 같은 비극적인 상처들이 깊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군가산점부터 시작해서 페미니즘과 관련한 모든 주제에 뛰어들어 맹활약을 벌이는 병역필 남성들의 비정상적인 에너지 분출현상이 그 명백한 증거입니다. 국가를 지키기 위해 젊은 남성들이 치러야 하는 희생이 더 의미 있는 것이 되도록 병영문화를 개선하는 일은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대부분의 인권문제를 해결하는 데 필수적인 과제입니다. 사람이 사람을 ‘가지고 노는’ 그런 문화 속에서 청년기의 가장 중요한 시기를 보낸 사람들이 제대로 된 인권의식을 갖고 남을 이해하기란 너무나 어렵기 때문입니다. -228쪽


댓글(2)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레와 2010-09-06 1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도 이 책 읽고 있어요. :)

마늘빵 2010-09-06 12:23   좋아요 0 | URL
언급하는 영화가 옛날거 빼면 거의 다 본 거라서 저도 공감하면서 읽었어요. :)
 
소셜미디어 마케팅의 비밀 - 블로그.트위터.페이스북 등을 비즈니스에 이용하는 법
폴 길린 지음, 전병국.황선영 옮김 / 멘토르 / 2010년 8월
장바구니담기


"마케터의 첫 번째 임무는 고객과 잠재고객을 모으는 사람이 되는 것이며, 지금이든 미래든 두 번째 임무는 사람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매력적인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래리 웨버, <소셜 웹 마케팅>)-24쪽

스탠포드 대학의 로런스 레식 교수는 소셜미디어를 ‘쓰기가능한 웹’이라고 표현했다. 간결하고 깔끔한 정의다. 나는 이것을 ‘개인출판’이라 생각한다. 소셜미디어는 사람들이 의견이나 생각을 공유하는 것에 대한 모든 것을 총칭한다.-37쪽

관리자들은 때로 블로깅을 직장 업무처럼 할당하려고 한다. 이것 또한 아주 잘못된 발상이다. 블로그를 하려면 열정과 헌신 그리고 시간투자가 필수적인 요소이다. 만일 직원들에게 이를 강요한다면 성과도 형편없을뿐더러 금방 포기하게 된다. 이런 식으로는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 -78쪽

블로거의 임무를 잘 수행할 수 있는 특징
-자신의 일에 열정적임
-다른 사람들과 의견을 공유하기를 즐김
-위험을 감수하는 성향
-목표 지향적임
-유머 감각
-야망이 있음
-피드백에 대해 수용하는 자세를 가짐-78쪽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0-08-30 09: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8-30 11: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기획에는 국경도 없다 출판기획 시리즈 2
강주헌 지음 /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 2009년 1월
평점 :
절판


 
  <기획에는 국경도 없다> 글쓴이 강주헌은 번역자로 알려져 있다. 그는 <문명의 붕괴>, <실패한 교육과 거짓말>, <그들에게 국민은 없다>와 같은 인문서에서부터 <슬럼독 밀리어네어>, <PING>, <좋은 아빠가 되기 위한 1분 혁명> 등과 같이 소설이나 자기계발서까지 번역에서 전문 분야를 따로 두지 않는다. 많은 책을 우리말로 옮긴 번역자이자 동시에 그는 해외 출판 일을 하는 직장인이기도 하다. 이 책은, 그가 해외 출판 일을 하면서 출판잡지 '기획회의'에 기고한 글을 모아 엮은 결과물이다.  

  한 번에 쓴 글이 아니라 중간중간 내용이 겹치는 부분도 없잖아 있다. 기획이 무엇인지를 이야기하고, 이후에 해외 출판 사례를 통해 출판과 책을 말한다. 그는 한 출판인과 베스트셀러에 관해 이야기를 하면서 흔히 언급되는 베스트셀러의 조건에 부합하는 책은 없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 조건은 대충 이런 것이다. 첫째, 저자가 유명할 것, 둘째, 처음부터 끝까지 알찬 내용을 갖출 것. 두 가지 조건이라면 만족할 만한 원고가 많을 텐데, 강주헌은 그런 책은 없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그는 베스트셀러를 내는 요령에 관해 말한다.  

  "유명한 저자일 필요도 없고, 두꺼워도 상관없으며, 내용이 처음부터 끝까지 알찰 필요도 없다. 내용? 솔직히 말해서 나는 내용의 기준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 (중략) 모두가 그 다양화에서 첫걸음을 뗀 책들이 베스트셀러가 된 듯하다. (중략) 그런데 그 다양화가 내용의 다양화가 아니라 형태의 다양화였다. 어쨌든 다른 책들과 다른 방향을 찾아서 베스트셀러가 된 것이다."  

  가끔, 베스트셀러 순위에 올라와 있는 책들을 보면, (그런 경우는 거의 없긴 하지만) 어 이 책은 왜 베스트셀러가 되었지, 하고 의문을 품게 되는 책도 있고 - <정의란 무엇인가>가 그렇다 -, 이 책은 내용도 별로 없는데 이렇게나 많이 팔리다니, 이런 생각을 품게 하는 책들도 있다. 강주헌의 말대로 내용이 좋거나 저자가 유명해서 베스트셀러가 되는 건 아니다. 그보다는 시대의 흐름과 방향을 타는 책을 내야 베스트셀러가 되기 쉽다. <아침형 인간>이나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 같은 책들이 그렇다. 원고 좋고 유명 저자이면 기본 판매부수는 먹고 들어가지만 베스트셀러를 장담하기 어렵다.   

  이 책은 이처럼 강주헌이 출판과 책에 관한 자신의 생각을 에세이 쓰듯 자연스럽게 풀어낸 짤막한 글로 채워져 있다. 읽기 부담없으며, 특별히 어떤 교훈이나 성찰, 통찰을 기대하고 읽으면 곤란하다. 편안한 잡지글을 모아놓았다고 보면 된다. 그렇다고 또 내용이 없거나 별로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분명 출판, 책과 관련해서 얻을 부분이 있다. 부담없이 책장을 넘기면 되겠다.

 


댓글(6)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Kitty 2010-08-28 2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개인적으로 <시크릿>이 왜 그렇게 베스트셀러가 되었는지 죽었다깨도 모르겠더군요.
미국에서도 서점에서 그 책 보고 이건 뭥미- 하고 1초의 고민 없이 옆으로 밀어놨었는데
엄청난 베스트셀러 ㄷㄷ 한국에서도 난리가 아니더군요. 정말 궁금하다능...

마늘빵 2010-08-28 23:50   좋아요 0 | URL
저는 <시크릿>은 훑어보지도 않아서 무슨 책인지 잘 모르겠어요. ^^ 이해 안 되는 베스트셀러가 많은데, 잠재적 독자들의 마음 어느 한 구석을 툭 건드려주면 대박이 납니다. 아침형 인간과 부자 아빠 신드롬도 마찬가지고. 베스트셀러가 되면 너도나도 다 사는데, 좋은 책이 아닌 경우가 많은데 말여요.

BRINY 2010-08-29 0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학생들이 독후감 써내는 책들 보면 [마쉬맬로 이야기][시크릿]이 많아요. 요건 학교권장도서도 아니고, 독후감 쓰려고 새 책을 사는 애들은 거의 없으니까, 그만큼 많은 가정에서 그 책들을 갖고 있다는 뜻이겠죠. 그게 다 기획과 마케팅의 힘인가요?

마늘빵 2010-08-29 05:26   좋아요 0 | URL
아무래도 집에 있던 책으로 하기가 쉽겠죠. 대부분의 베스트셀러는 또 읽기도 쉽잖아요. 한 권 순식간에 뚝딱입니다. 기획과 마케팅도 있고, 사실 베스트셀러는 어느 부분에서 터질지 알 수 없는 것 같아요. 편집자와 출판사도 예상치 못하죠. 마케팅도 한계가 있거든요. 초반 반짝할 순 있어도 꾸준히 많이 팔리려면 다른 무엇이...

감은빛 2010-08-29 04: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강주헌 선생의 명성이 대단하더군요.
한번 읽어봐야겠네요.

마늘빵 2010-08-29 05:27   좋아요 0 | URL
출판쪽 강의도 하시는 걸로 압니다. ^^ 들어보고 싶은데 시간도 안 맞고, 여러모로 현재 여건이 안돼서요.
 
Le Monde Diplomatique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2010.8 - 한국판
르몽드(월간지) 편집부 엮음 / 르몽드디플로마티크(잡지) / 2010년 8월
평점 :
품절



  처음 한국판 르몽드 디플로마티크(이하 르몽드)가 생긴다고 했을 때, 아직 실체도 구경하지 않았으면서 정기 구독을 신청한 바 있다. 6개월인가 1년짜리로 구독했는데, 시사 주간지와 월간지에서는 볼 수 없는 심도 있는 기사들이 많았다. 한국판이긴 하지만 르몽드이다보니 아무래도 프랑스 등 유럽과 미국의 몇몇 국가들에 관한 기사가 많았다. 국제 문제에까지 관심 가지는 않아서 한 번 구독한 이후에 다시 사지 않았는데 나온지 좀 된 지금, 다시 보니 'COREE 특집'이라고 하여 상당 분량을 이 땅의 이야기에 할애하고 있다. 이 코너가 처음부터 있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1면에는 철학자 김상봉 선생님의 글도 매달 실리고 있다. 르몽드를 손에 들지 않았다면 연재되는 줄 몰랐을 것이다. 일간지 경향신문과 주간지 시사In에서 가끔 김상봉 선생님의 글을 볼 수 있지만, 지면 한계상 글이 짧다. 하지만, 르몽드는 깊이 있는 장문의 글을 싣기 때문에 일간지와 주간지의 아쉬움을 달랠 수 있다. 이번달엔 '아직도 진보가 살아 있다고 믿는가?'라는 글이 실렸다. 글 마지막 부분을 옮긴다. 매달 김상봉 선생님의 이와 같은 글을 만날 수 있다.  

 "진보는 죽었다. 이것을 명확히 인식하고 인정하지 않는 것에서 지금 진보정당들의 가장 치명적인 허위의식이 생겨난다. 낡은 것이 죽고 새로운 생명이 다시 태어나는 것은 역사의 역사의 자연스러운 운행이니, 죽은 것은 죽은 자들의 세계로 보내고 산 사람은 산 사람으로 다시 시작해야 한다. 그러므로 우리가 진정 새로운 진보의 역사를 바란다면, 과일이 나무에서 떨어지듯이 먼저 낡은 진보의 역사와 미련 없이 이별해야 한다. 언제나 생명의 씨앗은 보이지 않을 만큼 작다. 그러나 나 자신 속에 새로운 세계가 숨어 있음을 믿지 못한다면, 우리가 어찌 새로운 시대의 씨앗이 될 수 있겠는가?"

  르몽드 8월호에는 '소셜 미디어의 혁명', '지자체 재정위기의 역설', '금융개혁안 점검' 등을 크게 다루고 있다. 국내 기사 'COREE 특집'에서는 '소득보장제도의 새 패러다임'을 여러 지면을 할애하며 크게 다루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이 기사가 매우 신선했다. 곽노완 서울시립대 교수는 "노동 유무와 무관하게 유아부터 노령자까지 모든 사회 성원에게 무조건 지급되는 기본소득"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나도 이 기사를 읽고 완전 혹 빠져버렸는데, 이 제도 무척이나 매력적이다. 간단하게 설명하면, 소득에 따라 다섯 그룹으로 분류하여,소득이 없는 자부터 월 200, 400, 800, 1,600으로 구분지어 각 그룹의 소득에 따라 세금을 거두고, 이를 분배해 기본소득으로 제공하는 것이다. 소득이 전혀 없는 자부터 최고 소득자까지 모두 기본 소득을 받는 것이 취지다. 따라서 부자라고 소외되지 않는다. 다만, 부자는 세금을 많이 내고, 적게 가져간다.

   이 제도를 도입하자고 하면 이 나라의 부자들은 모두 반대할 것이다. 그러나, 사실상 소득이 없는 자와 월 200이 안 되는 자가 태반인 마당에 이들의 절대적 지지를 얻는다면 못할 것도 없다. 이 표에 따라 15%를 과세하면, 소득이 없는 자는 90만 원을, 200인 자는 세금을 내고 기본 소득을 받아 사실상 소득이 260이 되고, 400인 자는 430이, 800인 자는 770이, 1,600인 자는 1,450이 된다. 800만 원 이상 버는 사람들만 소득이 깎이고, 그 앞 단계 사람은 모두 실제보다 소득이 늘어난다. 일하지 않고 90만 원을 받는다고 하여 그 사람이 평생 그렇게 살기는 힘들다. 그 돈으로 4인 가족이 먹고 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매우 매력적인 제도다. 이 기사는 제도를 소개하고, 혹시나 의혹을 품는 사람들을 위해 네 가지 답변을 준비해놓고 있다. 구입하여 일독을 권한다.  

  르몽드는 시사 주간지보다 글이 어렵다. 어렵다는 말은, 바꿔 말해 깊이 있고 내용이 알차다는 뜻이기도 하다. 국제 문제나 노동, 복지, 여성 문제 등에 관심이 있다면 르몽드를 구독해도 후회하지 않는다. 시사 주간지에서 느끼는 부족함을 르몽드로 충분히 채울 수 있을 것이다. 글을 읽는 눈도 많이 올라가리라 생각한다.   

*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주소 : http://www.ilemonde.com/ 
* 1년 정기구독시 <르 디플로> CD를 제공하고, 창간호 이후 모든 르몽드 기사를 PDF파일로 제공한다. 또한 프랑스어를 공부하는 이들을 위해 원문 일부를 온라인으로 제공한다. 매력적인 부록이다.

 


댓글(6)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0-08-28 23: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8-28 23: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8-29 01: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Arm 2010-09-05 1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상봉 선생님이 글을 실으시는군요! 아주 좋은 정보 받아갑니다 ^^
건강하시죠? 전 건강히 땀흘리며 농사를 배우고 있고요, 아주 좋답니다. ㅎㅎ
홍성의 '파란여우'님과의 인연은 아직 못닿았고요. 자연스레 인연이 닿음 닿으리라 여기며..
건강하세요!

마늘빵 2010-09-05 20:49   좋아요 0 | URL
아, 올 여름 고생 많으셨겠군요. 태풍도 지나갔는데 피해는 없었나 모르겠습니다. 상봉 샘 글이 매달 실리더라고요. 글이 길어서 전면에 일부가 실리고 나머지는 뒤쪽에 이어지고.

가넷 2011-11-10 15: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이 실리는 저자도 보면 만만한(???) 사람들도 아니고, 번역글이라서 좀 있어서 그런지 좀 무거운 느낌이 강하더군요. 정기구독하고 싶긴 한데, 잡지는 정말 공간의 문제가.... 필요 부분만 스크랩하시는 분도 계시지만, 습관이 안되면 제법 귀찮은 일이라서...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