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 Monde Diplomatique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2010.8 - 한국판
르몽드(월간지) 편집부 엮음 / 르몽드디플로마티크(잡지)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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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 한국판 르몽드 디플로마티크(이하 르몽드)가 생긴다고 했을 때, 아직 실체도 구경하지 않았으면서 정기 구독을 신청한 바 있다. 6개월인가 1년짜리로 구독했는데, 시사 주간지와 월간지에서는 볼 수 없는 심도 있는 기사들이 많았다. 한국판이긴 하지만 르몽드이다보니 아무래도 프랑스 등 유럽과 미국의 몇몇 국가들에 관한 기사가 많았다. 국제 문제에까지 관심 가지는 않아서 한 번 구독한 이후에 다시 사지 않았는데 나온지 좀 된 지금, 다시 보니 'COREE 특집'이라고 하여 상당 분량을 이 땅의 이야기에 할애하고 있다. 이 코너가 처음부터 있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1면에는 철학자 김상봉 선생님의 글도 매달 실리고 있다. 르몽드를 손에 들지 않았다면 연재되는 줄 몰랐을 것이다. 일간지 경향신문과 주간지 시사In에서 가끔 김상봉 선생님의 글을 볼 수 있지만, 지면 한계상 글이 짧다. 하지만, 르몽드는 깊이 있는 장문의 글을 싣기 때문에 일간지와 주간지의 아쉬움을 달랠 수 있다. 이번달엔 '아직도 진보가 살아 있다고 믿는가?'라는 글이 실렸다. 글 마지막 부분을 옮긴다. 매달 김상봉 선생님의 이와 같은 글을 만날 수 있다.  

 "진보는 죽었다. 이것을 명확히 인식하고 인정하지 않는 것에서 지금 진보정당들의 가장 치명적인 허위의식이 생겨난다. 낡은 것이 죽고 새로운 생명이 다시 태어나는 것은 역사의 역사의 자연스러운 운행이니, 죽은 것은 죽은 자들의 세계로 보내고 산 사람은 산 사람으로 다시 시작해야 한다. 그러므로 우리가 진정 새로운 진보의 역사를 바란다면, 과일이 나무에서 떨어지듯이 먼저 낡은 진보의 역사와 미련 없이 이별해야 한다. 언제나 생명의 씨앗은 보이지 않을 만큼 작다. 그러나 나 자신 속에 새로운 세계가 숨어 있음을 믿지 못한다면, 우리가 어찌 새로운 시대의 씨앗이 될 수 있겠는가?"

  르몽드 8월호에는 '소셜 미디어의 혁명', '지자체 재정위기의 역설', '금융개혁안 점검' 등을 크게 다루고 있다. 국내 기사 'COREE 특집'에서는 '소득보장제도의 새 패러다임'을 여러 지면을 할애하며 크게 다루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이 기사가 매우 신선했다. 곽노완 서울시립대 교수는 "노동 유무와 무관하게 유아부터 노령자까지 모든 사회 성원에게 무조건 지급되는 기본소득"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나도 이 기사를 읽고 완전 혹 빠져버렸는데, 이 제도 무척이나 매력적이다. 간단하게 설명하면, 소득에 따라 다섯 그룹으로 분류하여,소득이 없는 자부터 월 200, 400, 800, 1,600으로 구분지어 각 그룹의 소득에 따라 세금을 거두고, 이를 분배해 기본소득으로 제공하는 것이다. 소득이 전혀 없는 자부터 최고 소득자까지 모두 기본 소득을 받는 것이 취지다. 따라서 부자라고 소외되지 않는다. 다만, 부자는 세금을 많이 내고, 적게 가져간다.

   이 제도를 도입하자고 하면 이 나라의 부자들은 모두 반대할 것이다. 그러나, 사실상 소득이 없는 자와 월 200이 안 되는 자가 태반인 마당에 이들의 절대적 지지를 얻는다면 못할 것도 없다. 이 표에 따라 15%를 과세하면, 소득이 없는 자는 90만 원을, 200인 자는 세금을 내고 기본 소득을 받아 사실상 소득이 260이 되고, 400인 자는 430이, 800인 자는 770이, 1,600인 자는 1,450이 된다. 800만 원 이상 버는 사람들만 소득이 깎이고, 그 앞 단계 사람은 모두 실제보다 소득이 늘어난다. 일하지 않고 90만 원을 받는다고 하여 그 사람이 평생 그렇게 살기는 힘들다. 그 돈으로 4인 가족이 먹고 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매우 매력적인 제도다. 이 기사는 제도를 소개하고, 혹시나 의혹을 품는 사람들을 위해 네 가지 답변을 준비해놓고 있다. 구입하여 일독을 권한다.  

  르몽드는 시사 주간지보다 글이 어렵다. 어렵다는 말은, 바꿔 말해 깊이 있고 내용이 알차다는 뜻이기도 하다. 국제 문제나 노동, 복지, 여성 문제 등에 관심이 있다면 르몽드를 구독해도 후회하지 않는다. 시사 주간지에서 느끼는 부족함을 르몽드로 충분히 채울 수 있을 것이다. 글을 읽는 눈도 많이 올라가리라 생각한다.   

*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주소 : http://www.ilemonde.com/ 
* 1년 정기구독시 <르 디플로> CD를 제공하고, 창간호 이후 모든 르몽드 기사를 PDF파일로 제공한다. 또한 프랑스어를 공부하는 이들을 위해 원문 일부를 온라인으로 제공한다. 매력적인 부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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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8-28 23: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8-28 23: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8-29 01: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Arm 2010-09-05 1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상봉 선생님이 글을 실으시는군요! 아주 좋은 정보 받아갑니다 ^^
건강하시죠? 전 건강히 땀흘리며 농사를 배우고 있고요, 아주 좋답니다. ㅎㅎ
홍성의 '파란여우'님과의 인연은 아직 못닿았고요. 자연스레 인연이 닿음 닿으리라 여기며..
건강하세요!

마늘빵 2010-09-05 20:49   좋아요 0 | URL
아, 올 여름 고생 많으셨겠군요. 태풍도 지나갔는데 피해는 없었나 모르겠습니다. 상봉 샘 글이 매달 실리더라고요. 글이 길어서 전면에 일부가 실리고 나머지는 뒤쪽에 이어지고.

가넷 2011-11-10 15: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이 실리는 저자도 보면 만만한(???) 사람들도 아니고, 번역글이라서 좀 있어서 그런지 좀 무거운 느낌이 강하더군요. 정기구독하고 싶긴 한데, 잡지는 정말 공간의 문제가.... 필요 부분만 스크랩하시는 분도 계시지만, 습관이 안되면 제법 귀찮은 일이라서...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