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껑 대신 마음을 여는 공감 글쓰기
이강룡 지음 / 뿌리와이파리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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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찾아보면 글쓰기에 관한 책은 굉장히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새로운 글쓰기 책이 나온다. 저자와 출판사는 고민을 많이 했을 것이다. 아, 컨셉을 어떻게 잡지? 어떻게 하면 기존에 나온 글쓰기 책들과 차별화할 수 있을까? 딱히 방법은 없다. 좀 더 재밌고 쉽게, 그리고 무엇보다 몸에 와닿게 쓰는 수밖에. 이 책은 그런 면에서 성공했다. 저자는 한겨레문화센터에서 성인을 대상으로 글쓰기 강좌를 열기도 했고, 중등 학생을 대상으로 글쓰기 수업도 했다. 오랜 글쓰기 강의 경험에서 묻어나오는 살아있는 사례로 기본 개념을 녹여낸다.   

  닫힌 표현과 열린 표현, 구체성과 보편성, 부분과 전체, 개념 재규정, 예시와 비유, 눈높이에 맞추기, 글감 찾기와 개요 짜기 등의 글쓰기의 기본이 되는 내용으로 책을 구성하였고, 이 기준을 고스란히 이 책(텍스트)에 적용해보면, 아주 잘 쓴 글이라는 결론을 도출할 수 있다. 이 책 자체가 글쓰기의 표본인 셈. 저자는 곳곳에서 자기 삶의 경험을 풀어놓는다. 자잘한 일화뿐 아니라 신용에 문제가 생겨 사채를 쓰고, 독촉 전화를 받는 상황까지도 글쓰기의 사례로 녹여냈다. 아, 얼마나 가슴 아픈가. 빚을 갚고 체크카드를 만들어 22인치 모니터를 사는 장면에서는 웃음이 아니라 눈물이 난다. 내가 저자의 상황에 '공감'했기 때문일까. 

  이 책의 장점 중 하나는, 인용문이다. 인용되는 책을 통해 저자의 독서 취향과 관심 분야를 어느 정도 짐작해볼 수 있다. 인용문은 또다른 책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킨다. 이 책에는 에띠엔느 질송의 <중세철학입문>, 단테의 <신곡>, 칼 알베르트의 <플라톤의 철학 개념>, 마키아벨리의 <군주론>, 곰브리치의 <서양 미술사> 등이 언급됐다. 이 중 일부는 알고 있고, 읽기도 한 책인데, 저자가 특별히 강유원에 대해 호감을 갖고 있음을 눈치챌 수 있다. 강유원이 번역한 <인문학 스터디>, 쓴 <인문 고전 강의>, <장미의 이름 읽기> 등이 언급되었고, 특히 이윤기의 <장미의 이름> 번역에 대한 비판과 관련해 페이지를 많이 할애하며, 바람직한 비판의 사례로 강유원을 들고 있다.  

  이 책 표지와 내지에 실린 삽화가 다소 촌스럽고, 문체가 코믹하다고, 안에 들은 텍스트도 촌스럽고 코믹한 건 아니다. 살아있는 경험과 훌륭한 인용문, 주변에서 무심코 지나쳤던 광고 문구를 취해 저자는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명확히 전달하고 있으며, 독자가 글을 잘 쓰기 위해 무엇을 외우거나 배우지 않고, 자연스럽게 느끼도록 해준다. 글쓰기 책이라고 무게 잡고 자 한 번 써 볼까,가 아니라, 그냥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터득하게 된다. 탁석산의 <오류를 알면 논리가 보인다>와 성격이 비슷하다. 둘 다 재밌고 알차다. 이강룡의 책이 '글쓰기'에 촛점을 맞춘다면, 탁석산의 책은 '논리'에 촛점을 맞춘다. 두 책을 함께 보는 것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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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8-04 21: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8-05 09: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뚜껑 대신 마음을 여는 공감 글쓰기
이강룡 지음 / 뿌리와이파리 / 2010년 7월
절판


결론을 미리 정하고 그에 맞는 자료를 짜깁기하거나 전체 맥락과 상관없이 부분만 잘라 편집하는 건 글 쓰는 사람이 결코 취해서는 안 될 태도입니다. 우리가 지향하는 건 그 반대입니다. 전체 맥락을 고려하고 객관적 자료를 충분히 제공하며 가치판단에 개입하지 않음으로써 독자가 올바른 판단을 스스로 내릴 수 있도록 하자는 겁니다. 독자에게 판단을 맡깁시다. 잘 판단할 수 있도록 충분한 근거를 제공합시다.
-16쪽

글은 삶의 보편적 정서나 개념을 담고 있습니다. 저자는 이것을 직접 드러내기보다 구체적 대상을 통해 전달해야 독자에게 더 큰 감동을 줍니다.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개념이나 보편성은 잠시 접어두고 구체적 대상에만 몰입합시다. 보편적 정서를 드러내는 훨씬 더 좋은 방법이 있으니까요. -43쪽

구체적 사례를 보여줌으로써 객관성을 획득하는 방법을 예시라 하고, 유사한 특징을 지닌 다른 대상에 빗대어 표현함으로써 객관성을 얻는 방법을 비유라 합니다.-121쪽

글감은 다음과 같은 순서로 찾으십시오.
경험>대화>미디어>독서>상상-168쪽

"창작과 번역은 여러 면에서 기본적인 원칙이 서로 같다. 그래서 없앨 수 있는 것은 모조리 없앤다는 원칙 또한 같다."(안정효)-19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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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샘 2010-08-03 1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드디어 '링크 아프'님이 '밑줄긋기 아프'님으로 돌아왔다.

반갑습니다. ㅎㅎㅎ

마늘빵 2010-08-03 13:56   좋아요 0 | URL
아하핫 ^^ 올해는 읽은 책에 세어 보니 스물네 권뿐이더라고요. 아 너무 부실하네요. 지난달엔 달랑 한 권. 밑줄긋기도 그러니 지난 달에 한 개 올라갔단 이야기고. 불씨를 당겨야겠습니다.
 
하버드, 철학을 인터뷰하다
하버드 철학 리뷰 편집부 엮음, 강유원.최봉실 옮김 / 돌베개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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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의란 무엇인가>에 이어지는 '하버드 철학'을 말하는 책. 하버드 철학과 학생들이 창간한 철학 잡지 '하버드 철학 리뷰'의 일부 인터뷰를 책으로 엮었다. 현재 하버드 철학과 교수로 재직중인 학자들도 있고, 하버드를 거쳐 다른 곳으로 간 학자도, 하버드를 거치지 않은 미국의 타 대학의 철학자, 이미 세상을 뜬 몇몇 학자들도 포함되어 있다. <정의란 무엇인가>의 저자 마이클 샌들과 최근 조용히 출간된 <남자다움에 관하여>의 저자이자 미국 엘리트 우파 학자로 일컬어지는 하비 맨스필드도 대상이다.   
 
  모두 열 네명의 학자를 한 책 안에 담다보니 내용이 체계적이지 않고, 그들의 철학에 대한 기본 입장을 파악하기 어렵다. 게다가 인터뷰 형식이고, 질문 내용이 거의 대상 철학자의 세세한 부분을 건드려서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번역엔 문제가 없지만 내 지식이 부족한 탓이다. 인터뷰 형식의 책이라고 해서 쉽게 읽힐 거라고 속단하면 안 된다. <정의란 무엇인가>는 아주 술술 읽히는 편이고, 이 책은 읽어도 무슨 말을 하는지 감을 잡기 어렵다. 대상 철학자의 철학 흐름을 꾀고 있지 않으면. 관심있는 학자 부분만 발췌해서 읽어도 괜찮다. 내 경우엔, 하비 맨스필드와 존 롤스, 마이클 샌들, 피터 웅어 정도가 관심 학자인데, 생각보다 얻은 바는 많지 않다.  

  이 책을 계기로 관심이 가는 철학자의 저서를 하나씩 읽어나가는 것이 좋겠다. 대략 미국에서 주목받는 철학자들이 이러이러한 사람들이 있고, 그들이 연구하는 철학 분과는 이런 정도구나 하는 정보를 얻고, 이들이 쓴 저서로 넘어가면 된다. 내 경우엔, 이후에서 나온 하비 맨스필드의 <남자다움에 관하여>라는 책을 구입했다. 몰랐던 학자 중엔 알렉산더 네하마스 정도에 관심이 생겼다는 것이 이 책을 읽은 소득이다. 피터 웅어의 책 <고상하게 살다가 죽음을 맞이하기>(1996)를 읽어보고 싶은데, 국내엔 번역본이 없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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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 철학을 인터뷰하다
하버드 철학 리뷰 편집부 엮음, 강유원.최봉실 옮김 / 돌베개 / 2010년 7월
절판


제가 삶의 방식이 글쓰기를 통해 실행된다고 말한다고 해서, 그것이 그저 글 쓰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어떤 의미에서 우리가 글로 쓰는 것은 우리의 삶과 인격에 영향을 미칩니다. 그러한 이유 때문에 감정에 호소하는 논변들이 이러한 유의 철학과 관련이 있으며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겁니다. 그러한 전통에서는 철학자들이 그들의 사유를 반영한 삶을 살지 않으면 비판받을 수 있습니다. (알렉산더 네하마스)-106쪽

우리가 니체나 소크라테스, 몽테뉴, 푸코 같은 사람들을 읽을 때, ‘그들이 살았던 방식이 옳았던 것일까?’ 또는 ‘그들은 자신들이 살아야 한다고 말한 방식대로 살았던가?’라는 식의 질문을 해서는 안 된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그보다는 ‘그들이 나에게 어떤 영향을 주었는가? 그들을 읽고 나서 나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라는 물음을 던져야 합니다. 그들에 대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삶에 대해 철학적 물음을 던지는 겁니다. 우리는 자신이 하려고 하는 바로 그 일을 해야 합니다. 우리가 매력을 느끼는 것이 무엇이든, 우리의 삶의 일부가 무엇이든 간에, 우리는 물음들에 답하려 노력해야 하고 친구들에게 최선을 다해야 하며 사람들에게 관대해져야 합니다. (알렉산더 네하마스)-108-109쪽

저는 학생들에게 인문학을 공부하면 더 윤리적이 되거나 더 좋은 직업을 가질 수 있다고 말해야 한다고 생각지 않습니다. 윤리적이 되거나 부자가 되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그것만이 선은 아닙니다. 인문학을 공부하는 것은 미를 갈망하는 것과 같이 우리를 더 나은 인간으로 만들어주지만, 보다 윤리적으로 되는 것이 더 나은 인간이 되는 유일한 길은 아닙니다. 윤리적 선이 인간의 선을 고갈되게 만드는 것은 아닙니다. 저는 우리가 비윤리적 선의 영역을 무시해왔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미학적 가치들이 그것들 자체의 가치들이라고 생각합니다. 미, 복잡성, 문체, 우아함 등은 그 자체로 존중받고 애호될 필요가 있으며, 가치 있는 인간적 삶을 구성하는 요소들로서 중요하게 여겨져야 합니다. 예술과 인문학을 우리 삶의 부분으로 만듦으로써, 우리는 그러한 덕들과 접하게 되는 겁니다. (계속)-126-127쪽

우리는 스스로를 보다 복잡하고, 보다 흥미롭게, 보다 매력적으로 만들려고 합니다. 그것은 우리가 윤리적으로 나빠진다거나, 보다 윤리적으로 나아지게 되는 것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저는 인생에는 축소할 수 없는 미학적 영역이 있다고 믿으며, 우리는 그 영역에 대해 이제껏 해왔던 것보다 더 많은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우리는 그것이 윤리적 가치 또는 세속적 성공이 아니라는 점 때문에 부인해서는 안 됩니다. (알렉산더 네하마스)-126-127쪽

롤스의 성향은 개인주의적이었지만 그의 저작, 사상, 삶에서는 정의, 사회복지, 개인의 행복에 대해 열정적인 관심을 가진 한 인간의 이미지가 뿜어져나온다. -136-137쪽

저는 보통 흥미로운 문제가 발생하면 그 문제의 가치에 따라 어떤 입장을 취하게 됩니다. 그것이 최선일 것이고, 그후에 그 견해가 합리적이었는지, 다른 사람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아봅니다. (존 롤스)-153쪽

제가 학생들에게 철학에 뛰어들라고 권하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오히려 그들에게 철학의 결점을 더 강하게 부각시킵니다. 그래도 강렬히 하길 원한다면 어쩔 수 없지만요. 그렇지 않으면 철학에는 고난과 시련이 있기 때문에 철학에 뛰어들어서는 안 됩니다. 그리고 철학을 잘하는 사람은 적어도 사회의 기준으로 보면, 다른 일을 더 잘할 수 있을 것입니다. 철학에서 얻는 진정한 보상은 개인적이고 사적인 것이라는 점을 이해해야만 합니다. 저는 철학이라는 학문이 매우 특수한 주제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우리 사회는 철학이 아무리 잘 되고 있을 때라도, 매우 진지한 학문인 철학에 전혀 주목하지 않습니다. 제 말은 그게 불만이라는 뜻이 아니라 오히려 그 점이 좋은 일일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존 롤스)-165-166쪽

신중함이란 어떤 철학자의 책에서 관념적으로 가장 좋은 구절을 찾는 것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개선해야만 하는 우리의 상황에 대해 숙고하면서 철학이론을 활용하는 데에서 생겨난다. (하비 맨스필드)-174-17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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씩씩한 남자 만들기 - 한국의 이상적 남성성의 역사를 파헤치다
박노자 지음 / 푸른역사 / 2009년 9월
품절


한국 사회에서 "남자"란 과연 어떤 존재인가? 굳이 장황하게 설명하지 않아도 정답은 꽤 자명하다. 첫째, "학력 자본"의 소유자, 즉 학교 "간판"의 소유자이며, 둘째, 경제 능력의 소유자, 즉 돈벌이의 주인공이다. -5쪽

기업의 "신체 교육"은 간단하다. "단체적인 신체적 움직임"은 "단체에 대한 충성을 함양하는 방법"으로 통한다. "경제 전선의 전사"에게는 일정 정도의 체력도 필요하다. "극기 훈련 캠프에서 윗사람의 구령에 따라 다 같이 움직여본 사원이라면 명령 수행 차원에서 뛰어날 것이다. 또 체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세계 최장에 가까운 노동시간과 업무 강도를 참아내기 어렵다." 이것이 기업 경영진의 계산이다. -18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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