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장하준 지음, 김희정.안세민 옮김 / 부키 / 2010년 11월
구판절판


시장의 자유는 아름다움과 마찬가지로 보는 이의 견해에 따라 달라진다. 최대한의 이윤을 거두기 위해 필요하면 누구나 고용할 수 있는 공장주의 권리보다 아동의 일하지 않을 권리가 더 중요하다고 믿는 사람의 눈에는, 아동 노동 금지가 노동 시장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으로 보이지 않을 것이다. 반대로 생각하는 사람은, 시장이 아동 노동 금지라는 잘못된 정부 규제에 얽매여 자유롭지 못하다고 볼 것이다. -21쪽

시장이 얼마나 자유로운지를 객관적으로 규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다시 말해 자유 시장이라는 것은 환상이라는 이야기이다. 자유 시장처럼 보이는 시장이 있다면 이는 단지 그 시장을 지탱하고 있지만 눈에는 보이지 않는 여러 규제를 우리가 당연하게 받아들이기 때문에 그런 것일 뿐이다.-22쪽

시장은 객관적이라는 환상에서 벗어나는 것이야말로 자본주의를 이해하기 위한 첫걸음이다.-31쪽

부자 나라의 어떤 개인이 비슷한 일을 하는 가난한 나라의 개인보다 실질적으로 생산성이 월등히 높은 분야에서조차, 그 격차는 개인의 능력 차라기보다는 시스템의 차이에서 생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부자 나라의 일부 개인이 가난한 나라의 동일 직종 종사자에 비해 생산성이 수백 배나 높을 수 있는 것은 단순히 그들의 머리가 더 좋다거나 교육을 더 잘 받았다는 것만으로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 그들은 더 나은 기술, 더 나은 조직, 더 나은 제도와 물리적 인프라를 가진 경제 환경에서 살기에 그런 성과를 낼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수세대에 축적된 집단적인 노력의 산물이다. -55쪽

경제가 발전하면 ‘사람’이 제공하는 서비스가 ‘물건’보다 상대적으로 비싸지게 마련이고, 그에 따라 선진국에서는 가사 노동자를 고용한다는 것이 극소수 부자들이나 누릴 수 있는 사치가 되고 말았다. 반면 개발도상국에서는 여전히 가사 노동자의 임금이 저렴한 탓에 소득 수준이 중하위권에 속하는 사람들도 가정부를 둘 수 있는 것이다.-60쪽

우리가 추구해야 할 경제 제도는 사람들이 이기심을 지닌 존재라는 것을 인정은 하되 인간의 다른 본성들을 모두 활용하고 사람들이 최선의 행동을 할 수 있도록 격려하는 제도일 것이다. -70쪽

경제 활동을 하는 데 이기심만이 유일한 동기가 아니라는 것을 체계적으로 보여 주는 증거도 수없이 많다. 물론 이기심이 가장 중요한 동기일지는 모르나 유일한 동기라 할 수는 없다. 정직성, 자존심, 이타심, 사랑, 연민, 신앙심, 의무감, 의리, 충성심, 공중도덕, 애국심 등은 모두 우리의 행동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들이다. -74-75쪽

강력한 복지 시스템을 갖춘 국가들의 경우에는 설사 ‘부자에게 유리한 재분배’가 이루어졌다고 해도 이에 따른 성장의 혜택을 사회 전체로 확산시키는 것이 훨씬 쉽다. 세금과 소득 이전이라는 강력한 기제가 있기 때문이다. -195쪽

우리는 합리적인 존재가 아니다. 인간이 합리적인 존재라는 대전제를 부정하고 나면 시장과 정부의 역할에 대해 인간의 합리성을 전제로 하는 시장 실패 이론 같은 접근법과는 전혀 다른 방법을 사용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226쪽

사이먼에 따르면 인간은 자신의 제한된 합리성을 극복하기 위해 규칙을 도입한다.-233쪽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게 목적이라면 교육 너머로 눈길을 돌려 제대로 된 제도와 조직을 건설하는 데 신경을 쓰는 것이 진정으로 생산성 향상을 도모하는 길임을 깨달아야 한다. -250쪽

교육은 소중하다. 그러나 교육의 진정한 가치는 생산성을 높이는 데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잠재력을 발휘하고 더 만족스럽고 독립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있다. 경제를 발전시킬 것이라는 기대를 안고 교육을 확장하면 큰 실망을 겪게 될 것이다. 교육과 국민 생산성 사이의 연관성이 약하고 복잡하기 때문이다. 교육에 대한 과도한 열의는 가라앉힐 필요가 있다. 특히 개발도상국에서는 생산적인 기업과 그런 기업을 지원할 제도를 확립하는 데 더 신경 쓸 필요가 있다. -250-251쪽

기회의 균등이 진정한 의미를 가지려면 일정 수준 이상의 결과의 균등이 보장되어야 한다. -277쪽

기회의 균등을 보장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최소한의 소득, 교육, 의료 혜택 등을 보장함으로써 최소한의 역량을 갖출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 주지 않으면 공정한 경쟁을 한다고 말할 수 없다.-28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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