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루스트를 좋아하세요
알랭 드 보통 지음, 지주형 옮김 / 생각의나무 / 2005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알랭 드 보통 시리즈라고 할만큼 한꺼번에 이자의 책이 번역되거나 새롭게 개정, 출판되었고, 출판사의 의도대로 나는 이 자의 책을 나오는 즉시 다 구입해버렸다. 처음 읽었던 <나는 너를 왜 사랑하는가>에서부터 <키스하기 전에 하는 말들>을 거쳐 <젊은 베르테르의 기쁨>까지, 그리고 방금 다 읽어버린 <프루스트를 좋아하세요>. 벌써 이 자의 책만 네 권을 읽었다. 나머지 한권인 <여행의 기술>만이 남아있다. 당신의 무엇이 나를 이리도 당신에게 끌리도록 하는 것인가. 보통씨여.

 '어떻게 프루스트가 당신의 삶을 변화시킬 수 있는가' 라는 본 제목을 달고 있는 보통씨의 책이 우리나라에서는 '프루스트를 좋아하세요'라는 제목으로 탈바꿈했다. 보통씨의 이전의 다른 작품들이 그랬듯이 출판사가 표지며, 제목이며, 편집이며 할 것 없이 아주 제대로 신경썼다.

 <프루스트를 좋아하세요>라는 보통씨의 책은 사람들에게는 흔히 알려져 있는 작가인 마르셀 프루스트의 삶을 배경으로 하여 그를 통해 우리가 무엇을 배울 수 있는지를 풀어내준다. 마르셀 프루스트. 사실 우리는 이 자의 이름은 알지만 이 자의 책을 읽어본 사람은 많지 않다. 나 역시 프루스트는 중학교 시절 무슨 게임을 하다가 처음 접한 것 같고, 이후로도 프루스트라는 이름은 우리네 정규교육과정에서는 등장하지 않지만 얼핏얼핏 들어본 기억이 있다. 하지만 그가 쓴 작품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라는 책은 구경도 못해봤다. 보통씨의 이 책을 통해서 프루스트에 대한 관심이 생겨났고, 결국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라는 11권짜리 책의 1편을 구입했다.

 알랭 드 보통에 대한 이력이야 더 말하지 않아도 이제 많은 사람들이 그의 유명세에 못이겨 이력정도는 살펴봤을 터이고, 책에 대해서 이야기하자면, 보통이 이 책을 쓴 다음에 영국의 BBC방송국에서는 이 책을 토대로 하여 영화를 제작하기도 했다고 전해진다. 나야 그 영화를 안봤으니 모를 일이고.

 <프루스트를 좋아하세요>는 크게 9가지 장으로 나누어져 있다. 먼저, 현재의 삶을 사랑하는 법, 둘째, 자신을 위한 독서법, 셋째, 여유있게 사는 법, 넷째, 훌륭하게 고통을 견디는 법, 다섯째, 감정을 표현하는 법, 여섯째 좋은 친구가 되는 법, 일곱째, 일상에 눈을 뜨는 법, 여덟째, 행복한 사랑을 하는 법, 아홉째, 책을 치워버리는 법. 이렇게 9가지.

 이 모든 것들은 프루스트라는 작가의 생애를 통해서 배울 수가 있다. 이 책 이전에 읽었던 <젊은 베르테르의 기쁨>에서 알랭 드 보통은 세네카, 몽테뉴, 소크라테스, 니체 등의 유명한 철학자들을 등장시키며 우리가 그들에게서 무엇을 배울 수 있는지를 언급해줬다. <프루스트를 좋아하세요> 역시 그와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을 듯 하다. 단지 <젊은 베르테르의 기쁨> 이 여러 철학자들을 조금씩 살펴보며 그들의 삶에 대해 언급했다면, <프루스트를 좋아하세요>에서는 보통이 작정하고 '프루스트'만을 집중공략하여 파고들었다는 점이 다르다고 할 수 있겠다.

 프루스트는 살아있는 동안 변변찮은 직업 하나 가진 것이 없었고, 단 한번 제대로 된 직업을 가진 적이 있었는데 그것이 도서관 사서였다고 한다. 정확히는 사서는 아니고 보조직인데 일주일에 4번정도만 나가서 간단한 일만 하면 되는 이 쉬운 일조차도 프루스트는 하지 않았다고 한다. 농땡이를 피우며 일하는 동료에게 말을 시킴으로써 일을 방해하는 것이 그의 일과였고, 당시 이례적으로 휴가를 1년씩(?) 신청을 하여 놀고 먹으려 했던 거 같은데, 도서관에서도 오히려 그가 일함으로써 방해가 되기 때문에 이를 허용했다고 한다.

 젊었을 적엔 사교계의 잘나가는 인사로 놀고먹고 늙어서는 방구석에 처박혀서 나오지 않았다고 한다. 그 계기가 된 것이 그의 어머니의 죽음이었다. 그는 어릴적부터 나이먹어서까지 어머니를 '엄마'라고 불렀다고 하며 - 뭐 이게 문제 될 건 없다. 나도 엄마라고 부르고 있고, 확실히 나이 먹은 철학자 김용옥 또한 그 나이에도 엄마라고 부른다고 한다. 나이들었건 나이들지 않았건 엄마를 엄마라고 부르는 것은 이상하지 않다 - 엄마의 말이라면 거절할 수 없었다고도 한다. 요즘 말로 치면 심한 마마보이였던 거 같은데. 그에게서 엄마의 죽음이란 어떠했을지 짐직이 간다. 엄마의 죽음 이후 그는 방에 들어가 나오질 않고 그곳에서 글을 쓰는 작업을 시작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 고된 작업의 결과물이 바로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라는 작품이다.

 이런 프루스트의 삶을 통해서 보통은 그의 삶과 생각, 그가 쓴 작품을 통해 우리가 무엇을 건져낼 수 있는가를 언급한다. 잘 알려져 있지 않은 프루스트의 서신과 메모들을 통해서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그의 생각을 엿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도 하고 우리는 그를 통해 삶의 교훈을 얻기도 한다.

 프루스트는 독서에 대해서 이런 이야기를 늘어놓기도 한다.

 "현실에서 모든 독자는 자기 자신의 독자가 된다. 책이란, 그것이 없었다면 아마 독자가 자신에게서 결코 경험해보지 못했을 어떤 것을 분별할 수 있도록 작가가 제공하는 일종의 광학 도구에 불과할 뿐이다. 그리고 책이 말하는 바를 독자가 자신 속에서 깨달을 때 그 책이 진실하다는 것이 입증된다."(p34-35)

 "저자에게는 '종결'이라 불릴 수 있지만, 독자에게는 '자극'이라고 불릴 수 있다는 것이 좋은 책들의 위대하고 놀라운 성격 중의 하나다. 우리는 저자가 떠나버린 곳에서 자신의 지혜가 시작된다고 매우 강하게 느끼고, 그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우리에게 소망을 부여하는 것 밖에 없는데도 그가 우리에게 답을 주기를 원한다. ...... 이것이 독서의 가치이자 그것의 부적절성이다. 그것을 학문분과로 만드는 것은 단지 '자극'에 불과한 것에 너무 큰 역할을 부여하는 것이다. 독서는 정신적 삶의 문턱 위에 있다. 그것은 우리를 정신적 삶으로 인도할 수 있지만, 정신적 삶을 구성하지는 않는다."(p245)

 프루스트는 책을 통해서, 우리가 독서를 통해서 단지 책을 읽는 것으로 그칠 것이 아니라 우리 각자의 삶과 연관을 지어 삶을 성찰해야한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책은 저자에게는 '종결'이지만 독자에게는 '자극'이라는 말은 저자가 던져놓고 가버린 결과물을 통해 각각의 독자가 자신의 삶과 대화를 해야한다는 메세지다. 이는 독서에 대한 나의 생각과도 일치하는 부분이다.

  또, 프루스트는 연애 혹은 사랑(?)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하는데

 "그녀를 잃을까봐 두려워할 때 우리는 다른 모든 사람들을 잊어버린다. 그녀가 자기 것이라  확신 할 때 우리는 그녀를 다른 사람들과 비교하게 되고, 즉시 그녀보다 그들을 더 좋아하게 된다."(p234)

 이와 같은 그의 발언은 사랑에 빠졌던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생각해봤을 만한 사실이다. 그녀를 발견했을 때 그리고 그녀를 나의 여자로 만들기 위해 남자는 온갖 노력을 하게 되고, 그녀와 내가 연인이 되기까지 나의 머리속에 다른 사람들의 존재는 잊혀진다. 그리고 그녀가 나의 여자가 되었을 때, 우리가 연인이 되었을 때, 남자는 안심하게 되고, 긴장을 풀게 되며, 눈에서 사라졌던 주변의 다른 사람들이 서서히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여자친구 있을 땐 연락도 안하더니...." 라는 주위 사람의 말이나 "친구가 중요해? 여자가 중요해?"라고 몰아붙이며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는 친구의 말은 이를 입증해준다.

 이것은 새로운 방식의 대화이다. 알랭 드 보통의 매력은 여기에 있다. 그는 한 명의 잘 알려진 인물을 통해 우리가 배울 수 있는 것들에 대해 언급한다. 대개 우리는 그 인물의 책을 통해서 독자 스스로가 배울 만한 것들을 뽑아내는데, 알랭 드 보통은 독자가 해야할 그 역할마저도 해내고 있다. 그래서 어떤 이들은 보통을 미워하기도(?) 한다. 그래 너만 잘났냐?! 라는 식으로. 나도 생각할 줄 안다고. 작가와 독자 사이의 중간다리 역할을 해주는 보통씨의 사유는 독자가 해야할 역할을 빼앗아 버리기는 하지만, 독자는 또 다른 측면에서 그의 역할을 찾기 마련이다. 보통씨의 사유를 통해 떠나는 또다른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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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05-07-16 08: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 여행의 기술도 어여 읽으셔요~ 전 개인적으로 어떻게 프루스트가 당신의 삶을 바꾸는가. 라는 제목이 좋아요. 그리고 이 판형 네모라서 책 보기 불편해서 싫어요. 아프락사스님의 리뷰 좋네요. 크~

마늘빵 2005-07-16 08: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아침에 <여행의 기술> 들고 나왔어요~ ^^ 프루스트 저 책은 약간 조금 산만한 감이 없지 않아 있는거 같아요. 제가 제대로 못읽어서 그런지. 그래서 별 하나 뺐어요. 지금까지 보통씨 책에 다 별 다섯개 줬는데

부리 2005-07-18 1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이거 얼마전에 샀거든요. 읽어볼 요량으로 리뷰는 앞부분밖에 안읽었어요. 근데 리뷰 참 잘쓰시네요. 나중에 저도 읽고나서 댓글 남길께요. 일단 추천

2005-07-21 16: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늘빵 2005-07-21 16: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예전에 <불가사리>라는 영화를 재밌게 봤었는데 난 이게 후속편까지 있는줄은 몰랐다.  우연히 접하게 된 <불가사리2>를 통해서 <불가사리3>와 <불가사리4>까지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는데, 도대체 이것들이 언제 개봉했던게야? 아님 비디오로만 나왔나? 마지막 작품이 2004년인가로 되어있는데. 하긴 그때는 내가 군에 있던 시절이다. 개봉되었어도 몰랐겠지. 또 개봉되었더라도 극장에서 볼 만한 영화는 아니다. 솔.직.히. 재미는 있지만 극장용 영화는 아니라는 말은, 이런 영화를 제대로 감상하기 위해서는 아무도 없는 집에서 라면 끓여놓고 배부르게 먹고 쇼파에 모로 누워서 껄렁껄렁한 모양새로 봐야 제맛이라는 말이다. <불가사리>나 <불가사리2>나 난 모두 이런 모양새로 봤다.

 <불가사리>라는 영화는 괴 생물체에 대항해 싸우는 인간의 모습을 그려낸다. 역경을 극복하는 인간, 투지에 넘치는 인간, 지능적인 인간의 모습들을 한데 모아 보여준다. 이는 <불가사리>라는 영화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성질들은 물론 아니다. <에일리언> 시리즈나 기타 등등 괴물에 대항해서 싸우는 인간의 모습을 담은 영화들은 부지기수로 많다. 단지 <불가사리>가 그들 영화와 다른 점은 배경이 인적없는 황량한 사막이라는 점이다. 사막이거나 혹은 마냥 벌판이거나. 어쨌든 고립된 공간이다.

 드넓지만 아무도 도와줄 수 없는 고립된 공간에서 펼쳐지는 괴 생물체와 인간의 투쟁. <불가사리>에서는 볼 수 없었던 괴물의 모습이 <불가사리2>에서는 새롭게 등장하는데 귀엽기까지 하다. 예전에 봤던 땅속을 헤치고 다니는 거대한 몸집의 지렁이같은 생물체가 <불가사리2>에서 변태를 하고 자웅동체로 자가번식을 하는 등 이전과 다른 양상을 띤다. 이는 괴물이 변하지 않고서는 영화가 시리즈로 만들어질 수 없다는 기본적인 괴물영화의 규칙을 깨지 않는다.

 예전의 괴물은 진동소리로 위치를 파악해 사람을 공격했지만, 이번 괴물은 열을 감지함으로써 사람을 공격한다. 열이 있는 것이라면 뭐든지 - 자동차 엔진이든 변전소든 사람이든 할 것 없이 - 공격하고 부순다. 당연히 인간 역시 이를 알아채고서 온몸에 소화기를 뿌려가며 몸을 차갑게 만들어 적진 속으로 과감히 침투하기도 하고, 철판문으로 자신의 모습을 가리고 살금살금 도망가기도 한다.

 지능이 있는 괴물과 지능이 있는 사람의 싸움. 물론 결과는 뻔히 알다시피 인간의 승리로 항상 귀결된다. 어쩌면 괴물영화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다양한 볼거리 말고도 "인간이 지구상에서 가장 위대한 동물이다" 라는 우리네 진리(?)를 강조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여기 등장하는 불가사리라는 놈도 그들의 분석에 의하면 공룡보다도 더 오래된 시기에 존재했던, 지구상에서 가장 오래된 종족이라고 하며, 선캄브리아대에서부터 지금까지 살아남은 놈이라고 하니깐. 굳이 지구상의 생물체임을 강조하는 것도, 지구상에서 가장 오래된 생물체 임을 강조하는 것도, 인간을 능가하는 동물은 없다 라는 주장을 내세우고 싶었던 것이다.

 전작보다 질적으로 많이 떨어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스토리도 전작과 다를 바 없고, 단지 다른 것은 괴물의 모양새뿐. 그다지 흥미진진하지도 않고 긴장감을 조성하지도 않으며 괴물이 무섭거나 놀랍지도 않다는 사실은 그닥 보여줄 것이 없는 괴물영화에서 치명적인 단점이라 할 수 있다.

 <불가사리3>와 <불가사리4>는 좀 나을까?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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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1 2005-07-16 22: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만보고..전 북한영화생각했어요. 쇠를 먹고 자란다는 괴수영화 불가사리요. 그런데 설명하시는 것 보니..다른 영화인듯 하네요. 하하..

마늘빵 2005-07-16 2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ㅎ 아 그 영화 저도 얼핏 들어본거 같습니다. 이 영화는 다른 겁니다. ㅋㅋㅋ
 
프루스트를 좋아하세요
알랭 드 보통 지음, 지주형 옮김 / 생각의나무 / 2005년 6월
구판절판


"현실에서 모든 독자는 자기 자신의 독자가 된다. 책이란, 그것이 없었다면 아마 독자가 자신에게서 결코 경험해 보지 못했을 어떤 것을 분별할 수 있도록 작가가 제공하는 일종의 광학 도구에 불과할 뿐이다. 그리고 책이 말하는 바를 독자가 자신 속에서 깨달을 때 그 책이 진실하다는 것이 입증된다."(프루스트)-35-36쪽

"작가란 위대한 예술과는 거리가 있어 보이는 사물들에 열정을 가지는 사람이다."(프루스트의 말을 보통이 옮김)-60쪽

" '너무 빨리 하지 마세요'는 아마 프루스트주의적 슬로건일 것이다. 그리고 너무 빨리 하지 않으면 생기는 이점은, 그러는 도중에 세상이 더 재미있어진다는 것이다."(프루스트의 말을 보통이 옮김)-63쪽

"결국 진정 그의 말에 주의를 기울일 만한 가치가 있다면, 그 말이 주는 이익을 처음 취할 사람은 다름 아닌 그것을 생각해낸 사람이어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단지 한 작가의 작품뿐 아니라 그의 생애에도 관심을 가져야 할 이유가 아닐까?"-67쪽

"행복은 몸에 좋다. 그러나 정신의 힘을 길러주는 것은 고뇌다"(프루스트)
"고뇌는 우리의 정신으로 하여금 우리가 행복했다면 회피했을 일종의 체조와 같은 것을 하게 한다. 사실, 우리의 정신적 능력을 계발하는 것이 진정으로 우선시된다면 그것이 갖는 함의는 다음과 같다. 만족보다는 불행이, 그리고 플라톤이나 스피노자를 읽는 것보다는 고통스러운 연애를 추구하는 것이 우리에게 더 좋으리라는 것이다."

"우리를 흥미롭게 하는 천재보다는, 우리가 욕구하고 우리를 앓게 하는 여성이 훨씬 더 심오하고 생생하게 우리에게서 온갖 종류의 감정을 끌어낸다."-94-95쪽

"상투어의 문제는 잘못된 관념을 담고 있다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아주 훌륭한 관념들을 피상적으로 조합해 낸다는 데 있다. 해는 해질녘에 불타고 달ㅇ른 어스레한 빛을 내지만, 우리가 해나 달과 마주칠 때마다 이렇게 말하면, 그것이 이 주제에 대해 할 수 있는 첫번째 말이라기보다는 최종적인 말이라고 결국 믿게 되고 말 것이다. 상투어들은, 한편으로는 단지 피상적으로 스쳐 지나가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상황을 적절하게 묘사하고 있다는 생각을 우리에게 심어주기 때문에 해로운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문제가 되는 것은, 우리가 말하는 방식이 궁극적으로 우리가 느끼는 방식과 관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우리가 세계를 어떻게 묘사하는가는, 어떤 수준에서는 우리가 그것을 처음에 어떻게 경험하는가를 반영하기 때문이다."-123-124쪽

"다른 사람들처럼 말하고 싶은 유혹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우리가 하는 말이 권위 있는 것처럼, 지적인 것처럼, 세속적인 것처럼, 적절히 감사를 표사하는 것처럼, 또는 깊은 감동을 받은 것처럼 들리게 보장하는, 전해 내려오는 관습적 표현들이 있다."-125쪽

"죽는 자는 말이 없다"(조르주 비제)-127쪽

"우리는 속되게는 '척한다' '지루하다' '재미있다'고 부를 수 있는 것들과 더불어 약간 지나치게 의식적으로 친절한 태도를 표현하기 위해 우리들끼리 '프루스트하다'라는 동사를 만들었다."(페르낭 그레그)-168쪽

"독서에서 친교는 갑자기 그 본래적인 순수성을 회복한다. 책에는 거짓 상냥함이란 없다. 우리가 이 친구들과 저녁을 함께 보낸다면 그것은 우리가 진실로 그러고 싶기 때문이다."(프루스트)

"인생에서는, 초대를 거절하면 소중한 우정이 앞으로 잘못될지 모른다는 두려움에서 저녁식사를 함께 하는 경우가 흔하다. 우리는 친구의 정당하지 않지만 회피할 수 없는 예민한 감정을 알고 있기 때문에 위선적인 식사를 하게 되는 것이다. 반면에 책에 대해서는 얼마나 더 솔직해 질 수 있는가? 독서할 때는 적어도 우리가 원할 때만 책으로 시선을 돌릴 수 있고, 지루한 표정을 지을 수도 있으며, 필요할 때 대화를 중단할 수도 있다."-173쪽

"불만에 대한 지배적인 견해는 불만을 초래한 사람과 그것에 대해 이야기해야 한다는 것이지만, 그 결과 전형적으로 초래되는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들이 아마도 우리가 그러한 견해를 재고하도록 촉구하는 듯하다."-177쪽

"모든 것에 올바른 가치를 부여하라고 권했을 터이다. 이는 좋은 삶이란 자신의 주변에 있는 것들을 부당하게 무시하고 헛되이 다른 것을 갈망하는 것은 아니라는 발상의 전환을 의미했다."-190쪽

"어떤 순간에는 삶이 매우 아름답게 보이는데도 삶이 사소한 것처럼 생각되는 까닭은, 삶의 흔적 그 자체가 아니라 삶에 대해 아무것도 간직하고 있지 않은 매우 다른 이미지들에 근거해서 판단을 내리는데 있다. - 때문에 우리는 삶을 멸시하는 것이다."-195쪽

"그녀를 잃을까봐 두려워할 때 우리는 다른 모든 사람들을 잊어버린다. 그녀가 자기 것이라 확신 할 때 우리는 그녀를 다른 사람들과 비교하게 되고, 즉시 그녀보다 그들을 더 좋아하게 된다."(프루스트)

-234쪽

"자신이 무엇을 느끼고 있는가를 깨닫기 위해서는 대가가 느꼈던 것을 자신 속에 다시 그려 보려고 하는 것보다 더 좋은 방법이 없기" 때문에 독서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스스로 무엇을 느끼는지 알기 위해서 다른 사람들의 책을 읽어야 한다. 살사 우리를 돕는 것이 다른 작가의 생각일지라도, 우리가 발전시켜야 하는 것은 우리 자신의 생각이다. 따라서 학자로서 만족스러운 삶을 살기 위해서는 우리가 연구하는 작가들이 그들의 책 속에 우리 자신의 관심사를 충분히 담고 있다고, 그리고 번역이나 주석같이 그것들을 이해하는 행위를 통해서 우리가 동시에 우리 자신의 정신적으로 중요한 부분을 이해하고 계발할 수 있다고 판단해야 한다.
(보통이 러스킨의 말을 옮김)-244쪽

"저자에게는 '종결'이라 불릴 수 있지만, 독자에게는 '자극'이라고 불릴 수 있다는 것이 좋은 책들의 위대하고 놀라운 성격 중의 하나다. 우리는 저자가 떠나버린 곳에서 자신의 지혜가 시작된다고 매우 강하게 느끼고, 그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우리에게 소망을 부여하는 것 밖에 없는데도 그가 우리에게 답을 주기를 원한다. ...... 이것이 독서의 가치이자 그것의 부적절성이다. 그것을 학문분과로 만드는 것은 단지 '자극'에 불과한 것에 너무 큰 역할을 부여하는 것이다. 독서는 정신적 삶의 문턱 위에 있다. 그것은 우리를 정신적 삶으로 인도할 수 있지만, 정신적 삶을 구성하지는 않는다."(프루스트)-24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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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스 2005-08-14 15: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천 한 방 꾸욱~

마늘빵 2005-08-14 2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개봉된 영화들 중 못본 영화도 많고, 그중 보고픈 것들도 몇 개 있었지만 같이 보게 된 밴드 보컬이 "난 배트맨 아니면 안봐~" 라고 떼쓰는 통에 결국 우리네 영화는 <배트맨 비긴스>로 결정됐다.





 수많은 배트맨 영화가 나왔고, 내가 그중 몇개나 봤는지도 잘 기억도 안나는 이 영화 참 시리즈 많이 나온다. <에일리언>보다도 더 많은거 같다. 기본적으로 팀 버튼 감독의 <배트맨 1> <배트맨 2>가 있고, 조엘 슈마허 감독의 <배트맨 포에버> <배트맨 앤 로빈>도 뒤를 잇고 있다. 내 기억에 의하면 아마도 나는 팀 버튼 감독의 두 작품만 보고, 뒤의 두개는 보지 않은 듯 하다. 왜냐면 뒤의 것들은 일단 포스터도 너무 구리다.

 포스터를 보라.

 

  얘들이 배트맨 포에버와 배트맨 앤 로빈인데, 유치찬란한 포스터가 마치 개봉예정인 <환타스틱>이나 <엑스맨>을 연상시킨다. <엑스맨>의 팬들에게는 죄송. 하지만 일단 내 취향은 아니오. 마치 파워레인저를 떠올리는 이 정의의 사도들.

 두 포스터가 비슷하다. 둘다 조엘 슈마허 감독의 작품.

 

 

영화를 보지도 않고 영화를 비방하기는 그렇지만, 배트맨을 보고 난 뒤 두 작품까지도 모두 섭렵한 팬들에 의하면 뒤의 두 작품이 영 아니올시다라고 말하고 있다. 포에버 작품은 발 킬머가 배트맨으로, 로빈 작품은 조지 클루니가 배트맨으로 등장하는데, 조지 클루니는 아무리 봐도 배트맨 이미지가 아닌데 왜 캐스팅을 했을까 하는 의문을 갖게 만든다. 연기는 안봤으니 모른다 치고 외모가 배트맨 이미지가 아니다.


 <배트맨1 >에서는 조커가 악당으로, <배트맨2>에서는 펭귄맨이 악당으로 나온다. 팀 버튼 감독은 배트맨에게 대단한 사명감을 주었고, 위대한 일을 해내는 영웅의 이미지를 잘 그려냈다. 뭔가 있어보이고 실제로 또 뭔가 있는 우리의 영웅 배트맨~

 펭귄맨과 조커도 참 매력적인 악당이었다. 더불어 나왔던 캣우먼도 귀엽고 깜찍한 맛이. ^^

  

네 편의 배트맨 시리즈에 이어서 뭐가 더 나올게 있을까 싶었는데, 시간이 꽤 흐른 뒤 우리의 배트맨이 다시돌아왔다. 무슨 우뢰매냐? 시리즈를 자꾸 욹어먹게 되면 재미가 떨어진다. 무엇이든 첫 작품이 제일이다. <여고괴담>은 제외. 개봉예정작인 <여고괴담 4> 맞나? 그것두 기대된다.

5탄이라고 할 수 있는 <배트맨 비긴스>는 사실 5탄은 아니다. 시간순으로 따지자면 이게 제일 먼저. <스타워즈>가 그랬던거 처럼.

 이번 배트맨 영화는 크리스토퍼 놀란 이라는 감독이 지휘를 맡았다. 이름은 생소할지 몰라도 우리에게 그렇게 낯선 인물이 아니다. 그의 작품을 말해보면 누구나 아! 하고 감탄사를 내뱉을 것.



 요 사람. 크리스토퍼 놀란. 잘생겼다. 그놈. 나이도 많지 않다. 1970년 생이라구 하는데, 쩝 왜 내가 더 들어보이냐. 이 사람 옛날 사진인가? 머리스타일도 멋있고, 눈코입 다 잘 생겼네.

 크리스토퍼 놀란은 이미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영화 <인썸니아> 와 <메멘토>를 만든 사람이다. <메멘토>를 보면서 어찌나 지루하고 머리 아팠던지. 하지만 잘 만들었다. 이 영화를 본 사람들은 한번만 보고는 어지러워서 무슨 내용인지 알 수 없는  영화라고 했다.

아니 이런 어렵고 어두운 영화만 만든 감독이 왜 갑자기 배트맨과 같은 영웅영화, 블록버스터에 손을 댄걸까.

과정이야 어찌되었든 이 사람 영화 잘 만들었다. <배트맨 비긴스> 한 마디로 말하면 재밌었다. 대만족. 원래 기대하지 않았는데 영화를 보고선 맛있는 밥 잘 먹은 것처럼 배가 불렀다.

<배트맨1>의 줄거리가 시작되기전, 그리니까 배트맨이 조커를 만나기전까지의 배트맨으로 성장한 이야기를 그려냈는데, 그 과정이 너무도 재밌고, 배트맨이 귀엽다. 이전까지 배트맨의 이미지는 완벽한 절대자였지만, 여기서 배트맨은 절대자, 영웅 이라는 단어와는 동떨어져있다. 그냥 평범한 인간이다. 다만 좀 돈 많고, 싸움 좀 하는.

 거대한 성(?)과 같은 저택을 지닌 고담시의 최고부자의 아들인 배트맨. 그는 오페라를 보러 갔다가 중간에 부모님과 나왔다가 부모님의 피살장면을 두눈으로 목격하게 된다. 마음씨좋고 항상 가난한 이들을 위해 돈을 투자했던 부모님. 그런 부모님이 돌아가셨다. 분노에 사로잡혀 다 커서까지도 10여년간 감방에서 지낸 범인을 죽이려고 권총을 들고 청문회에 참석하지만, 그는 이미 다른 누군가에게 피살당했다. 
 

 그는 고담시의 악을 제거하기 위해 감옥에 들어가지만 그곳에서도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다만 몇 놈 더 패줄 수 있을 뿐이다. 이런 회의감에 들어있던 찰나. 웬놈이 등장해 히말라야로 오란다. 푸른 꽃을 들고. 그는 석방 뒤 이 엉뚱한 작자의 말마따나 눈으로 가득 덮힌 빙산을 올라간다. 그리고 꼭대기에는 웬 중국식 성이 하나있다. 그곳에서 만난 작자들. 이들을 누구라고 칭하던 대단한 이들임에는 틀림없다. 테러리스트? 세상을 구할 영웅? 어쨌든 이들에게 수련을 받게 되고, 가르침을 받지만, 마지막 순간 그는 이들을 배신한다. 그걸 배신이라고 할 수 있을지 어떨지는 모르지만.  

라스 알굴이라는 노인네가 짱으로 있는 이들 집단의 정의의 원칙은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죄를 진 한 농부를 앞에 무릎 꿇려놓고 이자의 목을 베는 것으로 우리네 집단에 소속된 것임을 증명하라는 라스 알굴의 명령을 거부한 브루스 웨인. 그가 생각하는 정의는 이것이 아니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가 농부의 목을 베지 않는 대신 죽인 자들은 라스 알굴의 제자들이다. 폭약에 불을 붙임으로써 브루스 웨인은 그들을 모두 제거했다. 단 한명만 빼고는. 그가 바로 나중에 다시 나타나 배트맨을 방해하는 듀커드.

 그렇다면 웨인이 생각하는 정의는 무엇인가? 죄를 지은 농부의 목을 베지 않으면서 자신을 구해준 이들 집단을 집단살상하는 것은 어떻게 이해해야할 것인가? 난 웨인이 이들을 배신하는 모습을 보고서 그들의 정의관도 아니지만 당신의 정의관도 아닌거 같은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불가피했던 것일까? 그들을 죽이거나 농부를 죽이거나 둘 중 하나를 택해야했는가? 그렇다면 나는 농부를 살리고 그들을 죽이려 했던 것인가? 그러나 농부가 살아났다는 보장도 할 수 없다. 폭약이 터져 모두 죽었으니까. 두려움에 떨고 있는 죄를 진 농부를 죽이는 것은 무엇이 잘못이길래 그는 모두를 죽이면서까지 거부해야했던걸까?

 그렇다고 내가 죄진 농부를 죽였어야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농부는 잘못을 했고, 그에 대한 벌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물론 그에게 '죽음'이라는 벌은 가당치 않은 죄였고, 웨인은 아마도 이것이 못마땅했던 것 같다. 따라서 나의 정의관과 맞지 않는 정의관을 가진 그들에게 동조할 수 없었고, 일원이 될 수 없었던 것. 일원이 되기를 거부하는 길은 오직 이들을 죽이는 길 밖에 없다고 판단했던 것 같다. 고담시를 없애야 한다고 생각하는 그들과 웨인은 다른 길을 걷고 있었다. 악으로부터 고담시를 구해야한다는.

 역시 영화는 예상대로 배트맨의 활약상을 보여주고 그의 정의가 실현되는 것으로 막을 내린다. 듀커드도 그에 의해 철로에서 죽음을 맞이하고, 갱두목 팔코니도 잡혔다. 그리고 환각제를 사용하며 사람들에게 두려움을 심어주는 크레인에게 같은 방법으로 복수를 한다. 강력하진 않지만 다양한 악당들이 등장했고, 우리의 배트맨은 깔끔하게 이들을 헤치웠다. 배트맨의 모습을 찾기까지는 어려움이 많았지만.

 

* 인간적이고 실수투성이이고 된통 당하는 배트맨. 그는 너무도 귀여웠다. ^^ 배트맨 역으로 새로 기용된 크리스찬 베일은 이렇게 성공을 거두었다. 그도 이름은 생소하지만 출연한 영화를 말하면 꽤나 두드러진 인물이다. <이퀼리브리엄> <코렐리의 만돌린><벨벳 골드마인>등등.

* 더불어 초반의 브루스 웨인에게 무술을 가르치고 두려움을 제거하도록 만들어준 사실상의 배트맨의 스승, 듀커드를 연기한 리암니슨도 볼만했다. <킹덤 오브 헤븐>의 고프리, <킨제이 보고서>의 알프레드 킨지, <러브 액츄얼리>의 대니얼, 그리고 <갱스 오브 뉴욕> <더 헌팅> <스타워즈><쉰들러 리스트>라는 작품 리스트가 그를 증명해주고 있다. 특히나 이번 <배트맨 비긴스>에서는 <킹덤 오브 헤븐>에서의 이미지가 강하게 풍겼다. 얼굴에서 느껴지는 그 범접할 수 없는 무겁고 중후한 분위기.

 * 여배우의 이름은 모르겠다. 브루스 웨인의 어릴적 친구로 나오는 여 검사보.  이 배우 참 이쁘다. 얼굴이 꼭 안젤리나 졸리 닮았다. 이뽀이뽀. 근데 이름을 모르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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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05-07-12 14: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케이트 홈즈. 톰크루즈 피앙세로 전세계를 떠들썩하게 한. 근데, 너무 띨빵하게 나오지 않나요? 대충 제 주변의 평인데. -_-a 근데, 리뷰를 너무 잘쓰셨네요. 전 그 알프레드 집사가 좋아요 >.< 메멘토도 디따 재밌게 봐서, 놀란감독의 영화 잔뜩 기대했었는데 말이죠. 역시 고담시티는 팀버튼이 만든 것이 가장 으실으실해요. 흐흐


마늘빵 2005-07-12 15: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 네 팀 버튼게 가장 으실으실하죠. 요번거는 그냥 귀여운 배트맨 보는 재미로. ^^
저도 알프레드 집사 좋아요. 묵묵히 도와주는... 케이트 홈즈였군요. 톰크루즈 좋겠다. 전 케이티 홈즈도 좋던데요. ^^; 귀여워요.
 

 최근 개봉 영화 중 예매율 80%를 넘기며 인기를 독차지하고 있는 영화 <우주전쟁>. 도대체 무엇이 이 영화를 보기도 전에 관객들을 이끌어 내는가? 글쎄다. 딱히 내세울 거라고는 예고편의 화려함, 감독이 스티븐 스필버그라는 믿을 만한 감독이라는 점, 그리고 출연하는 영화마다 곧잘 흥행했고 괜찮은 영화라는 평을 받았던 배우 탐 크루즈. 이 정도? 이 영화가 상영전에 이처럼 많은 관객들을 확보할 수 있었던 이유를 굳이 찾자면 이 정도 밖에 더 무엇을 찾기가 어려울 성 싶다.

 그런데! 영화를 보고 난 뒤 실망을 금치 못했다. 그래 화려하다. 인정한다. 지금껏 다른 재난영화(?), SF영화에서는 볼 수 없었던 특수기술들이 꽤 등장하긴 했다. 배우들의 연기도 좋았고, 간혹 놀래키는 장면들도 좋았다. 하지만 허무한 결말을 어찌할 것인가. 아 이게 머냐. 실컷 기분 업 시켜놓고는 허무하게 끝나버리는 우주전쟁. 에이 시시해. 별다른 공격도 하지 않았는데 알아서 죽어버렸다.

 스토리는 철저히 원작 소설에 기반하고 있다니 아무리 이름 높은 감독이라 할지라도 원작을 기반으로 한 영화를 만드는데 스토리까지 고쳐낼 수는 없었겠지만 삐까뻔쩍한 영화 광고에 비해 너무 허무하다는 느낌. SF소설을 즐겨 읽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이 영화의 원작소설이 대단한 작품으로 인정되는 모양인데 나야 뭐 알 수 있나. 어떤 이들은 소설을 읽고 영화를 봐야 진정한 맛을 느낄 수 있다고 하는데, 소설을 읽지 않았기 때문인지 뭣 때문인지 난 사실 많이 기대한 만큼 실망도 컸다. 함께 본 중학교 아이들과 선생님들도 모두 "에이 이게 머야?"라는 야유를 보냈으니.



얘가 원작 소설의 표지라고 합니다.

 사실 우주 전쟁이라고 해서 꽤나 치열한 전투를 치를 줄 알았는데 - 그렇다고 내가 전쟁광이란 야기는 아니다. 난 피튀기는거 별로 안좋아한다 - 전쟁이라고 할 만한 거시기도 없이 걍 끝나버렸다. 일방적으로 당하다가 일방적으로 알아서 죽어버렸으니. 지들이 알아서 다운되어 버린 그 이유는 여기서 밝혀버리면 아직 보지 않은 분들에게 실례가 될 듯 하고.

 사족
 탐크루즈는 키가 매우 작다. 우리나라에 와도 그는 작은 키다. 미국에서는 어떠하랴.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미국의 유명배우로 거듭났다. 나이가 40을 넘긴 걸로 알고 있는데 아직도 먹힌다. 그는 잘생겼다. 그러나 잘생긴것 이외에도 그만의 특별한 분위기가 있다. 겉으로 심히 풍기는 분위기는 아니지만 은은하게 밑에서 올라오는 방구냄새마냥 그의 분위기는 살금살금 느낌으로 전해온다. 난 탐 크루즈라는 배우가 좋다. <우주전쟁>에서는 오히려 그만의 향기가 나지 않는다. 내가 그의 향기를 느꼈던 최근의 영화는 바로 <콜레트럴>이다. 별로 흥행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여기서 그가 풍겨내는 냉정한 살인청부업자의 내음은 그가 아니면 안될 만큼 차갑고 따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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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5-07-09 2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엥? 어느분은 재미없다고 하시던데요...

마늘빵 2005-07-09 2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엥? 저도 실망이라고 위에 썼는데... ㅡㅡa

라주미힌 2005-07-10 0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림을 보니 원작이 기억이 나네요. 어렸을 때 무지 재미있었던 소설로 기억하는데... 맞나...

부리 2005-07-10 17: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그렇군요. 여울효주님 리뷰 읽고 봐야겠다고 생각했으나.... 님 리뷰를 보니까 보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마늘빵 2005-07-11 0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다지 기대를 하지 않는다면 봐도 괜찮을 거에요. 그냥 여러가지 영화적 효과 같은것은. 시나리오에 신경쓰지 않는다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