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아카데미 남우조연상 수상 : 조지 클루니
2006년 베를린 영화제 비경쟁 부문 초청
2006년 전미비평가협회 '올해의 영화' 선정
2006년 골든 글로브 남우 조연상 수상 : 조지 클루니
빛나는 타이틀로 이 영화에서 재미나 감동을 기대한다면 금물. 결코 화려한 액션도 찾아 볼 수 없다. 그럼 영화를 무슨 재미로 보느냐는 항변이 가능하지만, 이 영화엔 진실이 있다. 감독은 어쩌면 진실을 전달하기 위해 부러 재미와 감동과 액션을 배제했는지도 모르겠다. 화려한 액션물도 아니고, 100% 진실만을 전해주는 다큐멘터리 같은 영화도 아닌 어정쩡한 위치에 서있는 이 영화는 진실을 많은 대중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탄생한 듯 하다. 다큐멘터리로 제작되었다면 극히 소수의 사람들만이 이 영화를 찾아 볼 터이고, 그저 흥미거리로 만들었다면 이 영화를 통해 스펙터클한 액션만을 취할 대중들을 위해 영화는 그 경계선에서 머물고 있다.
애초 이 영화를 통해 흥미, 재미, 액션을 기대하지는 않았다. 이미 영화를 본 사람들의 평에 의하면 그런 것은 찾아 볼 수 없다는 것을 익히 알고 있었으니. 다만 먼저 막을 내려버린 <뮌헨> 과 더불어 미국과 중동의 관계를 살펴볼 수 있는 영화라 생각했다. 이를 위해 127분의 기나긴(?) 러닝타임은 참아야겠지. 다 감수하고 왔노라.
대부분의 극장에서 간판 내린 이 영화를 상영하는 곳을 찾아 조조영화로 보았으니, 함께 본 이들은 노부부 커플 하나, 젊은 커플 하나, 나를 포함한 왕따놀이자 4명 정도가 전부. 노부부 커플과 젊은 커플은 영화를 잘못 선택한 듯 하다. 혼자 온 이들은 대개 나와 같은 생각에서 이 영화를 찾지 않았을까 하는 근거없는 억지스러운 추측을 해본다.
전직 CIA 요원 로버트 베이어가 쓴 책 <악마는 없다>를 바탕으로 하고 있는 이 영화. 책은 1976년에서 1997년까지 CIA 작전본부 요원으로 중동에서 활약한 베이어의 경험을 담아내고 있다 한다. 결국 이 영화도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 영화제작자이자 주인인 조지 클루니는 이렇게 말한다. "정부의 실패를 한 특정 정당이나 그룹이 아닌 마치 우리 모두의 실패인 것처럼 다뤘던 60년대 중반에서 70년대 초반의 영화들과 같은 분위기를 고수했으며, 다양한 이야기를 통해 중동 지역과 석유 산업의 음모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영화 제목 '시리아나'는 워싱턴 정치 참모들이 미국 중심의 이해관계 의해 재편된 중동의 새로운 지역 구도를 일컫는 용어라고 한다. 영화를 봤다면 이 정도는 알아놔야지. 그러니깐 쉽게 말하면 미국이 이상향으로 그려내고 있는 중동의 지역구도을 일컫는다는 말.
"미국은 어떻게 세계 최고의 강대국이 되었나?"
"중동에선 왜 이 영화를 상영 금지시켰나?"
"미국의 언론은 왜 이 영화에 그토록 열광하는가?"
영화 포스터에는 이와 같은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이 영화를 보라고 말한다. 그리고 영화는 충분히 이에 대한 해답을 내놓고 있다. 영화를 보지 않아도 위와 같은 질문에 쉽게 추측가능한 대답을 생각해볼 수 있으며, 영화가 내놓는 대답 또한 여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 이렇게 네 명의 주인공들. 맨 뒤 흰 의상은 왕자 나시르.
영화는 매우 정신없다. 여러가지 이야기들이 뒤섞여서 혼재되어 나온다. 그리고 각각의 이야기들 또한 보여주는 그대로 받아들인다 해도 이해하기 쉽지 않다. 크게 네 가지 작은 이야기들을 묶어내 내던지고 점차 하나의 메세지를 향해 압축시키는 구도를 가지고 있는 영화는 꽤나 시신경이 화면을 받아들이는 순간 족족 짱구를 굴려야 한다.
* 임무수행 중 '레바논의 헤즈볼라'(영화 속 쟤네들이 얘네가 맞나 잘 기억이 안난다)에게 검문검색당하는 밥 반즈.
첫번째 이야기는 중동에서 활약하고 있는 CIA 요원 밥 반즈를 둘러싼 음모와 배신을 다룬다. 이란의 테헤란에서 두 명의 무기밀매상을 살해하라는 임무를 수행 하던 중 미사일 하나가 다른 곳으로 빼돌려지는 것을 목격, 작전 실패. 이어 나시르 왕자를 살해하라는 두번째 임무를 받았으나 일이 쉽게 풀리지 않는다. 결국 그는 CIA의 위험요소가 되고 제거대상으로 전락, 결국 조국으로부터, 조직으로부터 배신을 당한 것이다.
* 에너지 분석가 브라이언 우드먼과 그의 아내. 그는 오랫만에 만난 아내에게 나시르의 도움으로 자신이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다는, 곧 부자가 될 거라는 이야기를 쉼없이 해대지만, 아내는 큰 아들의 죽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렇지 않아보이는 그가 못마땅하다.
두번째 이야기. 에너지 분석가 브라이언 우드먼. 잘 나가는 한 석유회사의 에너지 분석가인 그는 나시르 왕자의 초대에 응해 아내와 두 아들과 함께 파티를 즐기던 중 큰 아들을 잃는 사고를 겪게 된다. 나시르 입장에서는 초대한 자의 아들이 죽었으니 이에 대한 보상을 해야겠고, 그를 자신의 경제자문으로 임명하고 엄청난 금액의 연봉을 제시한다. 아내는 큰 아들의 죽음으로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는 그가 못마땅하고, 결국 두 사람은 떨어져있게 된다. 아내는 작은 아들을 데리고 미국으로, 우드먼은 중동으로. 결국 왕위 권력 다툼으로 나시르를 잃고 미국의 가정으로 돌아온다.
* 변호사 베넷 홀리데이.
세번째 이야기. 미국의 거대한 두 석유회사의 합병문제 변호사 베넷 홀리데이. 합병 관리자라고는 하지만 야심에 찬 변호사로 자신의 경력에만 관심이 있다.
네번째 이야기. 미국의 한 석유회사 코넥스에서 일하다가 채굴권이 중국으로 넘어가자 졸지에 해고당한 파키스탄 청년 와심 칸. 외국인 노동자로서의 삶을 살아가던 그는 이제 강제추방이 아니면 다행인 인생. 아랍어도 할 줄 몰라 다시 취업하고자 하나 될리 만무하다. 유일하게 그에게 영혼의 안식을 안겨주는 이슬람 학교. 이곳에서 첫번째 이야기에서 사라져버린 미사일의 소유자를 만나 테러분자가 되기로 결심한다.
이 네 가지 이야기 속에 미국과 중동 관계에 대한 모든 것이 들어있다. 미국의 중동 석유 정책, 또 테러와 미사일, 권력과 돈, 중동의 왕위다툼 문제 등. 석유를 가운데 놓고 서로 영향력을 행사하려 머리쓰는 미국과 중국과 중동. 누가 더 큰 힘을 쥐느냐에 따라 모든 것은 바뀐다. 미국의 중동 석유에 대한 욕심과 음모와 지배전략, 중동의 미국에 대한 경계와 또 한편의 잇속챙기기, 그 가운데 관련된 개별자들의 야심과 욕망, 또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져버린 외국인 노동자들의 문제. <시리아나>는 서로 상관없어 보이는 각각의 에피소드들을 던져놓고 127분의 러닝타임 동안 그 관련성을 드러내고 있다. 그것만으로 이 영화는 제 할 일을 다 했다고 본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 만큼이나 미국과 중동의 관계가 나쁘지는 않다. 기독교와 이슬람의 종교간의 대립 구도를 통해 서로 적임을 내세우면서도, 한쪽은 전쟁을 주도하고 한쪽은 테러를 주도하면서도, 그들은 서로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이다. 미국은 중동이 없이는 세계 최강대국이 될 수 없으며, 중동은 미국 없이는 살아갈 수 없다. 언론에 드러난 그들의 모습과 현실은 많은 차이를 보인다. 음모와 배신, 권력과 돈, 그 실체를 알고 싶다면 이 영화는 필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