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한 권의 책이었다
소피 카사뉴-브루케 지음, 최애리 옮김 / 마티 / 2006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그 자체로서 하나의 작품이고 세상이 된 책이다. '세상은 한 권의 책이었다'라는 제목을 단 출판사는 정말 탁월한 선택을 했다. 어쩜 이렇게 이 책을 압축적으로 한 문장으로 표현할 수 있단 말인가. 제목은 이 책의 모든 내용을 담아내고 있는 동시에 책의 역사를 다루고 있는 이 책 그 자체를 표현하기도 한다. 이 책 안과 밖에 모든 세상이 담겨있다.

  "신이 세상을 창조했듯이 사람은 한 권의 책을 만들었다"
 "그의 빛 깊은 곳에서 나는 보았노라. 우주에 흩어진 모든 것이 사랑에 의해 한 권의 책으로 엮어진 것을"

  이 책에 딱딱하게 곧이곧대로 부제를 붙이자면 '책의 역사'가 가장 적절한 선택일 것이다. 제 1장의 책 만들기 에서부터 시작해서, 책값과 책수집가들, 책도둑을 살피고, 3장에서 책을 읽는 독자들의 변천사를 다룬다. 4장에서는 책에 그림을 그린 채식사들의 작업과 그 예술의 결정체들을 보여주며 마무리 한다.

  지금 우리는 이렇게 손쉽게 책을 구경하고, 약간의 돈만 지불하면 쉽게 책을 구입할 수 있지만, 그때 그시절에는 책이 매우 귀했다. 그것은 하나의 예술작품이고, 돈 많은 부자들만이 소유할 수 있는 고가의 보물이었다. 종이가 아닌 양피지와 파피루스로 만들어진 책들은, 성서의 경우 한 권을 만들기 위해 양 200마리를 죽여야 한다고도 했다. 아 이런 불쌍한 양들. 양만 죽느냐. 아니다. 소가죽도 쓰인단다. 또 책장을 만들기 위해 양과 소를 죽이는 것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책에 쓸 필기구가 필요했다. 펜이 흔치 않았던 그 시절에, 가장 고급스럽게 사용되었던 것이, 거위의 깃털이라고 했지. 거위의 깃털 중에서도 네번째 깃털이 가장 부드럽게 쓰여졌나보다. 그러니 종이에 필기구에 벌써 동물들의 희생과 거금의 돈이 따른다. 여기에 오늘날처럼 글자만 쓰여져있는 책이 아닌, 책에 삽화를 넣고, 그림을 그리고, 꾸미는 작업을 하는데에 또 대단한 노력이 들어간다. 그런 작업을 하는 이들을 채식사라 불렀는데, 이 책 안에 소개된 그들의 그림을 보고 있노라면 입이 떡 벌어진다. 정말. 책에 들어간 삽화정도로 치부할 수 있는 정도가 아니라 박물관에 걸려있어야 할 유명 화가들의 작품과도 같다. 그러니 책이 비싸고, 귀할 수 밖에 없다. 아무나 책을 소유할 수 없었기에 그들은 자신만이 소유하는 책이 그만큼의 값어치를 하길 바랬고, 하나뿐인 책을 위해 온갖 정성과 노력을 기울였다.

   중세에는 주로 수도원에서 수도사들에 의해 책이 만들어졌으나, 이후 도서관과 학교로 보급되기 시작하면서, 필경사라는 직업과, 채식사라는 직업이 따로 생겨났다. 책이 있음에도 공부를 하지 않는 지금의 우리들은 너무나 행복한 게으름을 피우고 있는 것이다. 엄청나게 비싼 책값과 그 돈을 주고도 구할 수 없는 책들을 구입하기 위해 얼마나 힘들었을고. 책이 귀했기에 또 책을 훔치는 이들도 있었는데, 마치 오늘날 고가의 노트북이나 피엠피를 훔치는 도둑들에 비교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리하여 13세기의 한 성서에는 이런 경고문구까지 적혀있었다.  

"이 책은 파리 생빅토르의 소유이다. 이 책을 훔치거나 이 경고문을 숨기거나 지우는 자는 천벌을 받을지어다. 아멘. 이 장서는 프랑스 왕비이며 성왕 루이의 모후였던 블랑슈가 파리 생빅토르 교회에 기증한 것이다."

 "이 책을 훔치는 자는 교수형을 당할지어다"  

  아니 어떻게 교회에서 이런 문구를 사용할 수가 있는가. 사람들의 행복을 기도해야 할 교회에서, 사랑과 자비의 정신을 실천해야 할 교회에서 어찌 이런 문구가 사용될 수 있단 말인가. 하기야 오늘날의 일부 교파에서도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타인의 불행을 눈감는 이들이 어디 한둘이랴. 책을 훔치면 천벌을 받고, 교수형을 당할 것이라니. 아 정말 무섭다. 책 하나 훔쳤다가 지옥가게 생겼다. 얼마나 책이 귀했고, 책 도둑이 극성을 부렸으면 저런 문구가 붙여있었을까 싶다.  

  고대와 중세를 거슬러 올라오는 책의 역사는, 한마디로 문명의 역사이고, 세상의 역사이다. 책 안에는 모든 세상이 담겨있다. 그 안에 세상을 창조한 하느님이 있고, 아리스토텔레스가 있고, 왕과 왕비가 있고, 음악이 있고, 건축이 있다. 책은 지식을 전파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 그치지 않고, 그림과 음악과 건축 등등의 예술,문화 작품들을 포함하고 있다. 책 안에는 모든 역사와 세상이 담겨있었다. 

  "어떤 이들은 신을 발견하기 위해 책을 읽는다. 그러나 더 큰 책이 있으니 창조된 세계 자체가 그것이다. 사방 위아래를 둘러보고 눈 여겨 보라. 그대가 발견하고자 하는 신은 먹물로 글씨를 쓰는 대신 지으신 만물을 그대 눈 앞에 두신 것이다." (성 아우구스티누스) 

  스콜라 철학자들에 의하면 인간은 원죄 이후 불완전한 존재가 되어 세상이라는 책을 제대로 읽지 못하게 되었으며, 그래서 신이 인간에게 그 뜻을 계시한 책 곧 성서를 주셨다는 것이다. "눈에 보이는 이 모든 세상은 신의 손가락으로 씌어진 한 권의 책과도 같다. ... 그러나 까막눈이는 책을 펼치고 글자를 들여다보아도 읽지 못하듯이, 어리석은 자연의 인간은 성령에 속한 것을 알지 못한다..."(위그 드 빅토르)  

  책을 좋아하는 이들은 이 책 한권을 소장함으로써 뿌듯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중세의 그 귀했던 책들 못지 않게 이 책은 깔끔하고 고급스러운 종이 위에 책의 역사를 서술하고, 선명하고 눈에 부신 아름다운 그림들을 담아낸 하나의 예술작품이기 때문이다. 세상은 한 권의 책이었고, 이 한 권은 세상을 담고 있다. 책 수집가들은, 애서가들은, 결코 이 책을 지나칠 수 없으리라.  


댓글(11)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반딧불,, 2006-03-20 09: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엄청난 지름질 리뷰로 임명합니다ㅠㅠ
그냥 순순히 꾸욱.

마늘빵 2006-03-20 09: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이 책은 절대 안사고는 못배기는 책이에요. 고대와 중세의 책에 관한 모든 역사와 뒷이야기가 담겨있다는. 책을 논하는 책 답게 종이도 최상급입니다. 삽화의 질도 최고최고.

반딧불,, 2006-03-20 09: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흑..
댓글로 지름질. 아프락사스님 나뽀요.

마늘빵 2006-03-20 09: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비로그인 2006-03-20 1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반디북에서 읽었는데요.역자해설도 친절하고, 번역도 잘되었고 갖고싶은책이죠. <독서의 역사>의 오역을 생각하면.. 요시미 순야의 <소리의 자본주의>와 함께 읽으면 연결점이 있어요.책을 낭독하다가 묵독 했는데 현대에는 라디오를 통해서 생각이 전달되는 시대의 변화!!!

하이드 2006-03-20 1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점에서 봤을때는 재미없어보이던데 =3=3=3

마늘빵 2006-03-20 1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하이드님 책의 역사를 멋드러진 삽화와 함께 살펴보는 재미라고나 할까요.

드팀전 2006-03-20 1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두 탱스 투.... 기록한번 세워보삼.

마늘빵 2006-03-20 1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드팀전님 감사합니다.

stella.K 2006-03-23 1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 중세시대 교회가 좀 무섭긴 하죠? 저런 글을 써놓다니...그만큼 교회가 책을 중하게 다뤘기 때문 아니겠습니까. 비싼 시절이었고...교회 권위라는 것도 있고...하지만 기독교가 책의 발전에 이바지 했던 점도 있지요? 특정 종교 옹호하는 것처럼 들려 조심스럽긴 합니다요.
요즘 인간의 이기심과 이타심이 인류발전에 얼마나 기여했을까 그런 거 생각해 보고 있는 중입니다요.^^

마늘빵 2006-03-23 1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스텔라님 네 이 책에서도 기독교가 책의 발전에 이바지한 공로에 대해서 자주 언급하고 있어요. 필사라는 것도 다 수도원에서 시작한 것이니까요.
 
세상은 한 권의 책이었다
소피 카사뉴-브루케 지음, 최애리 옮김 / 마티 / 2006년 2월
구판절판


"그의 빛 깊은 곳에서 나는 보았노라.
우주에 흩어진 모든 것이
사랑에 의해 한 권의 책으로 엮어진 것을"
-단테의 <신곡> '천국편' 中--5쪽

호화로운 수서본을 만들기 위해서는 양피지를 자주색이나 검정색으로 물들여 금색이나 은색으로 글씨를 쓰기도 했다. 가죽은 파피루스나 종이보다 더 견고하고 불에도 잘 타지 않는다. 장정을 하는 데 다시 쓸 수도 있고, 이미 쓴 글씨를 긁어내고 새 글씨를 쓸 수도 있다. 그렇게 해서 덧쓴 수서본을 '팔랭프세스트'라 한다. -18쪽

"이 책은 파리 생빅토르의 소유이다. 이 책을 훔치거나 이 경고문을 숨기거나 지우는 자는 천벌을 받을지어다. 아멘. 이 장서는 프랑스 왕비이며 성왕 루이의 모후였던 블랑슈가 파리 생빅토르 교회에 기증한 것이다." (밑줄그은 이 주 : 13세기 어느 성서에 쓰여진 말)

"이 책을 훔치는 자는 교수형을 당할지어다" -90쪽

책 한권을 소유하거나 빌리는 것, 손에 책을 드는 것, 읽어나가면서 기계적으로 책장을 넘기는 것, 우리 시대에는 대수롭지 않은 이 모든 동작들이 중세에는 극히 드물고 엄숙하기까지 한, 학문이나 재산을 많이 가진 특권층에 국한된 것이었다. 기독교는 책이라는 물건을 거의 신성한 위치에 두어 '책의 문명'을 탄생시켰다. 그리하여 독서란 비록 소수에게 국한되기는 했지만 긍정적인 함의를 지니는 행동으로 간주되었다. -93쪽

"어떤 이들은 신을 발견하기 위해 책을 읽는다. 그러나 더 큰 책이 있으니 창조된 세계 자체가 그것이다. 사방 위아래를 둘러보고 눈 여겨 보라. 그대가 발견하고자 하는 신은 먹물로 글씨를 쓰는 대신 지으신 만물을 그대 눈 앞에 두신 것이다."
(성 아우구스티누스)-214쪽

스콜라 철학자들에 의하면 인간은 원죄 이후 불완전한 존재가 되어 세상이라는 책을 제대로 읽지 못하게 되었으며, 그래서 신이 인간에게 그 뜻을 계시한 책 곧 성서를 주셨다는 것이다. "눈에 보이는 이 모든 세상은 신의 손가락으로 씌어진 한 권의 책과도 같다. ... 그러나 까막눈이는 책을 펼치고 글자를 들여다보아도 읽지 못하듯이, 어리석은 자연의 인간은 성령에 속한 것을 알지 못한다..."(위그 드 빅토르)

"인간이 원죄로 타락하면서... 자연이라는 책은 파괴된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그래서 이 책의 뜻을 밝히기 위해 또 다른 책이 필요해졌으니, 그것이 바로 성서이다."(보나벤투라)-214-215쪽

"우리는 거인들의 어깨 위에 올라앉은 난쟁이들과도 같다. 그러므로 우리는 고대인들보다 더 많은 것을 더 멀리까지 볼 수 있지만 그것은 우리 자신의 눈이 좋아서가 아니라 그들의 높직한 어깨 위에 올라앉은 덕분이다."(베르나르 드 샤르트르)-216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철학적 병에 대한 진단과 처방 - 임상철학
김영진 지음 / 철학과현실사 / 2004년 12월
평점 :
품절


 2004년 겨울에 펴낸 한 철학자의 철학에 대한 애정이 느껴지는 책이다. 저자 김영진의 말마따나 우리나라는 철학을 하기 매우 안좋은 풍토를 가지고 있다. 철학하기 나쁜 환경은 일전에 인문학의 위기를 논하던 어떤 인문학자의 의견에서도 볼 수 있듯이, 일부는 인문학, 철학을 하는 이들의 책임이다. 과학의 위기를 논하고 과학의 위기를 극복하자는 말들이 신문과 방송, 책을 통해 수도 없이 쏟아져 나오지만, 인문학의 위기에 대한 이야기는 없다. 얼마전 신문기사를 보면, 인문학부 중에서도 철학과 독문학과 같은 학문은 더더욱 인기가 없다. 전공을 하려는 자가 없고, 성적이 낮은 학생들이 마지못해 커트라인에 잘려 철학과 소속이 된다. 교수입장에서 선배입장에서 철학에 대한 열의가 없는 이들을 학생으로, 후배로 받았으니 기분이 썩 좋을리 없다. 마지못해 그렇게 철학과에 적을 둔 이들은 마음이 없는 철학과를 떠나기 위해 다시 전과를 시도한다.

 99년의 봄, 나는 경제학과에서 철학과로 전과를 했고, 철학과의 누군가는 경제학과와 경영학과로 전과를 했으며, 어떤이는 철학에 적을 두었지만, 철학에 대한 불안 때문인지 경영학이나 경제, 컴퓨터를 복수전공하는 이들도 매우 많았다. 막연하게 철학이 좋아서 철학과로 적을 옮기고 이곳에서 학사모를 쓴 나는 이와 같은 철학에 대한 좋지 않은 풍토 속에서 특이한 아이로 찍힐 수 밖에 없다.

 서문에서의 저자의 말에 따라, 철학은 "쌀 한 톨도 고무신 한 짝도 만들지 못한다."

 "물질적인 것을 생산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철학은 거의 무능력하다고 말해도 결코 틀린 말이 아니다. 오죽했으면 철학 공부하면 밥벌이 못하고 굶어죽는다는 말까지 나왔겠는가? 필자는 이런 점을 부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국가, 사회 그리고 개인들에게 철학이 끼칠 수 있는 영향은,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정말 크다 할 수 있다. 이 책은 철학과 현실을 접목시키기 위해 쓴 것이다. 그래서 구체적인 문제를 많이 다루었다. 그리고 철학적 병을 다루면서 진단하고 처방하는 작업을 했다. 독자들은 철학적 병이 무엇인지 매우 궁금할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을 통해 궁금증을 풀 수 있을 것이라고 필자는 믿고 또 희망한다. "

 저자의 철학에 대한 열정이 느껴져 기쁜 동시에, 철학을 하는 이가 철학이 필요해요, 제발 철학에 관심 좀 가져주세요, 라고 외치는 것 같아 슬프기도 하다. 이 책은 지금까지의 철학의 분류방식에서 나타나는 형이상학, 논리학, 윤리학, 분석철학, 심리철학, 인식론, 존재론 등과는 다르다. 저자는 '임상철학'이라는 또 하나의 새로운 철학을 가지고 나온다. 하지만 그 토대는 지금까지의 철학에 바탕을 두고 있다.

 우리사회에는 많은 문제점들이 있고, 그것을 치유하는데 있어서 여러가지 분야에서 처방전이 나오지만, 어떤 문제에 대해서는 철학이 그 처방전을 써야 한다고 이야기를 한다. 병에는 육체적 병과 정신적인 병이 있고, 또 하나 철학적인 병이 있다. 이 철학적인 병을 치유하는데 있어서는 당연 철학이 그 치유제가 되어야 한다. 철학적 병을 진단하고 진단에 따라 적절한 치료와 처방을 하는 철학의 새로운 분야를 '임상철학'이라 칭한다.

  철학적 병은 육체적 병과 달리 주사나 약이 필요하지 않다. 객관적으로 드러나는 육체적 병과 달리 철학적 병은 객관적인 기준이 없기 때문에 많은 논란이 있을 수 있다. 철학적 병은 매우 가치 지향적이다. 또한 육체적 병과 정신적 병이 주로 본인에게만 해당하는데 비해, 철학적 병은 나를 넘어 가족, 사회, 국가 등의 타인에게 영향을 행사한다. 그래서 더 위험하고, 치유가 시급하다. 저자는 철학적 병의 예로서 몇가지 구체적인 예를 들고 있다. 광신주의, 애국주의, 파시즘이 그것이다. 어떤 잘못된 믿음으로부터 시작된 전통적인 고정관념 역시 이에 해당한다.

 철학자 김영진은 철학적 병을 진단하고 이를 처방하기 위한 방법으로, 윤리와 가치관적 차원에서 본 철학적 병과 잘못된 논리로부터 생기는 철학적 병, 또 인식론의 차원에서 살펴본 철학적 병으로 나누고, 이에 대한 처방을 시도한다. 그 시도는 매우 신선해 난 그의 주장에 푹 빠지고 말았다. 하지만 그의 주장을 따라 책을 읽어나가며 아 뭔가 부족하다, 아직 정리가 안되어있다, 아직 미숙하다, 라는 생각을 떠나보낼 수 없었다.

  우리사회의 병폐와 문제점에 대해 철학이 치유의 역할을 해야한다는 저자의 주장에는 적극 동감하고, 그 시도도 매우 훌륭하다 생각하지만, '임상철학'이란 새로운 분야에 대한 체계적 정립은 좀더 시간을 가지고 연구해 나가야 할 사항이라 생각한다. 저자의 열정은 내 마음에 전해졌지만, 저자의 이론은 내 머리에 완전히 와닿지는 않았다. 철학을 좋아라하고, 철학을 사랑하는 나로서는 저자의 연구가 좀더 진행되고, 그의 주장에 동감하는 사람들이 많이 늘어나길 바란다. 저자 혼자만의 노력으로 해결 될 일은 아니다. 그의 주장은 좀더 다듬고 보충한다면 충분히 설득력이 있으며, 철학이 외면받은 현실에서 해야할 '현실적인 과제'를 찾을 수도 있으리라 생각한다. 어쩌면 이 책은 새로운 '임상철학'을 소개하는 책이 아니라, 철학이 이 땅에서 할 수 있는, 현실에 도움을 줄수 있는, 제 역할을 찾기 위한 책인지도 모른다.

   

추가하며.

이 책을 좀더 자세히 뜯어본 결과, 이런 결론에 도달했다.

임상철학이라는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려고 한 시도와 우리 사회의 문제점들을 철학적 병으로 규정하고, 철학의 제 역할을 찾아주기 위한 노력은 좋았으나, 실패했다. 저자 자신은 주장을 함에 있어 구체적이고 튼튼한 근거를 대지 못했고, 논란의 소지가 많은 부분을 저자 자신이 철학적 병으로 규정함으로써 저자 또한 철학적 병을 앓고 있지는 않는가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전쟁에는 정당한 전쟁과 정당하지 못한 전쟁이 따로 있다는 말, 이것은 아마도 부시의 이라크 전쟁과 뒤이어지는 우리의 파병을 지지하기 위한 우회적인 발언이 아닐까 싶다. 모든 전쟁은 잘못이다라는 주장을 하는 이들을 철학적 병을 앓고 있는 이들로, 또한 광신주의에는 좋은 광신주의와 나쁜 광신주의가 있다는 발언 등등 매우 민감하고 예민한 부분들, 또 어떤게 잘못이고 잘못이지 않은지 검증되지 않은 부분을 건드림으로써 저자는 자신이 의사로서 환자를 처방하는 절대 권력을 지닌 자로 올라선다.

시도면에서 참신했기에 긍정적인 평가를 하려했으나, 재차 읽어본 지금, 그다지 좋은 점수를 주지 못하겠다. 철학 교수로서 논리적이지 못한 글을 쓴 죄도 숨길 수 없는 부분이다. 주장이 있으면 그에 걸맞는 튼튼한 타당한 근거가 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는 주장만 있고 근거가 없는 이야기들을 풀어내고 있다. 논리적으로 매우 문제가 많은 글이며, 철학교수라는 직함이 어울리지 않는다.

다시말하거니와 시도는 좋았으되 내용은 실패했다.

 


댓글(5)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stella.K 2006-03-18 1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신학에 적을 두고 졸업을 했습니다만, 심리학이 좋았고, 지금은 여전히 문학이 좋으며 돈 안되는 일만 하고 있지요.ㅜ.ㅜ
그럼요. 철학은 현실에서 쓸모가 있죠. 근데 돈도 됐으면 좋겠어요.흐흑~

마늘빵 2006-03-18 1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신학도 현실성 면에서는 소외되어있죠. 다행히 우리나란 기독교과 천주교 신자가 많은지라 나갈 길이 있지만, 딱히 종교 말고도 신학이 할 수 있는 부분은 있다고 생각해요. 상담이라든가 하는. 우리나라는 인문학을 하는 풍토가 너무 조성이 안되어있어요.

stella.K 2006-03-18 16: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너무 조성이 안되 있어요. ㅜ.ㅜ

비로그인 2006-03-19 21: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라딘이나 예스24 같은 인터넷콘텐츠 관련회사들 보면 직원들중에 철학과, 국문과 출신 많은데요. 이공계는 생각보다 적어요. 철학은 공부할량이 많아서 힘들지 한번 쌓으면 쓸모 많습니다. 인문학을 박대한다고 하기전에 과연 인문학도들이 얼마나 공부를 하는지 반성부터 해야 합니다.

마늘빵 2006-03-19 2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담뽀뽀님/ 아. 네 옳은 말씀이시네요. 인문학도들이 얼마나 공부를 하는지 반성부터 해야한다는 말. 찔립니다.
 
철학적 병에 대한 진단과 처방 - 임상철학
김영진 지음 / 철학과현실사 / 2004년 12월
품절


우리나라의 철학적 환경이나 풍토는 나쁘다. 철학적 환경이 나빠진 데 대한 부분적인 책임이 철학을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들에게도 있음을 솔직히 인정한다. 그러나 철학이 앞으로 사회에 기여할 것이 많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말하는 것은 필자가 철학도이기 때문에 단지 아전인수격으로 말하는 것이다. 철학은 쌀 한 톨 만들지 못하고 고무신 한 짝도 만들지 못한다. 물질적인 것을 생산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철학은 거의 무능력하다고 말해도 결코 틀린 말이 아니다. 오죽했으면 철학 공부하면 밥벌이 못하고 굶어죽는다는 말까지 나왔겠는가? 필자는 이런 점을 부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국가, 사회 그리고 개인들에게 철학이 끼칠 수 있는 영향은,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정말 크다 할 수 있다.
이 책은 철학과 현실을 접목시키기 위해 쓴 것이다. 그래서 구체적인 문제를 많이 다루었다. 그리고 철학적 병을 다루면서 진단하고 처방하는 작업을 했다. 독자들은 철학적 병이 무엇인지 매우 궁금할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을 통해 궁금증을 풀 수 있을 것이라고 필자는 믿고 또 희망한다. (서문 中)-5-6쪽

윤리적 이기주의는 심리적 이기주의와 다르다. 윤리적 이기주의가 당위적인 가치 판단이라면 심리적 이기주의는 심리적 사실을 주장하는 사실판단이다. ... 중략 ...

먼저 보편적 윤리적 이기주의는 모든 개인은 각자의 이익을 가장 많이 증진시킨다는 것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다음으로 개인적 윤리적 이기주의는 모든 개인은 나의 개인적 이익을 가장 많이 증진시키는 행위를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끝으로 고립적 윤리적 이기주의는 나는 오직 개인적 이익을 가장 많이 증진시키는 행위를 해야한다고 주장한다. -68-69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위험한 책 일루저니스트 illusionist 세계의 작가 4
카를로스 마리아 도밍게스 지음, 조원규 옮김 / 들녘 / 2006년 2월
평점 :
품절


  위험한 책. 책을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결코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책 제목이다. 아니 도대체 책이 뭐가 위험하다는거지? 모든 책은 위험하다 아니면 이 책은 위험하다. 도저히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이 책의 제목은 전자와 후자 중 어떤 것을 의미하는 것일까. 전자를 의미한다면 그것은 책에 관한 책이 될 것이요, 후자를 의미한다면 금기가 되었던 책을 뜻하지 않을까 하는 상상을 해봤다.

  마치 추리 소설 한편을 보는 듯한 줄거리 진행. 예전에 읽었던 <꿈꾸는 책들의 도시>가 떠올랐다. 저자불명의 책의 주인을 찾아 떠나는 여행, 그리고 쫓고 쫓기는 추격전, 위험을 무릎쓰고 이 책을 사수할 가치가 있는가. <위험한 책>은 <꿈꾸는 책들의 도시>만큼 흥미진진하고 긴박하진 않지만 책을 좋아라하는 이들의 고충과 위험(?)을 충분히 재밌게 보여준 소설이다.

  읽고 난 뒤에 줄거리가 남는 소설이 있고, 읽고 난 뒤에 이미지가 남는 소설이 있다. 이 책은 후자이다. 또한 전에 읽었던 <꿈꾸는 책들의 도시> 또한 그러했다. 남미 특유의 냄새가 난다고 할까. 남미의 소설들 많이 접하지 않아 단정적으로 말하긴 어렵지만, 분명 남미의 냄새는 있다. 줄거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읽고 난 뒤에 줄거리보다는 책의 이미지들이 연상되는 것은 정말 신기한 일이다. 유독 남미 소설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일이다.

  이 책의 곳곳에 숨어있는 림들은 줄거리를 이미지화 시키는 하나의 작업이다.  그림이 들어있다고 해서 지금 내 머리 속에 이미지만 뚜렷히 남아있는 것은 아닐 터이다. 이 그림을 그린 자 또한 원고를 읽고서 머리 속에 떠오르는 연상물들을 그림으로 표현한 것일진대 그것은 정말 탁월했다. 중간중간 들어있는 그림들만으로도 책을 다 읽은 것만 같은 느낌을 지니게 한다.

  이 책속엔 책을 좋아하라는 애서가의 이야기가 들어있다. 책을 본격적으로 보기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는 나로서는 자그마한 내 방에 모셔둔 책이라고 해봐야 얼마 되지 않는다. 큰 책장 하나 다 채우고, 작은 책장 몇개 채우고, 읽고 바닥에  쌓아둔 책들이 전부. 그중에 내가 다 읽은 책도 있고, 아직 읽지 않고 보기만 하면서 뿌듯해 하는 책들도 있다. 대개 후자의 책들은 철학책. 칸트의 <순수이성비판>. 대학 때 분명 칸트연구 라는 과목을 수강했지만, 내게 남아있는 칸트의 이론은 없다. 중국 무협영화에서 태극권을 익힐  때처럼 무술을 터득하고 난 뒤 까먹는 것이 아니고, 정말 내 머리 속에 칸트의 <순수이성비판>을 읽은 기억은, 그냥 읽었다는 기억뿐이다. 호메로스의 <일리아드>, 헤겔의 <정신현상학> <법철학>, 그리고 선배로부터 물려받은 마르크스 서적들. 이런 애들은 그냥 보는 것만으로도 뿌듯하다.

  얼마되지 않는 책이지만  방이 워낙 좁은지라 놔둘 곳이 없다. 책을 좋아하는 이들은 다들 이런 고민을 매일 같이 안고 살 것이다. 버릴 수는 없다. 왜냐면 가까운 돈 탈탈 털어가며 지른(흔히 인터넷 서점 블로그를 운영하는 이들 사이에서 책을 구입하는 것을 '책을 지른다'라고 말한다) 책들이기 때문에. 결코 버릴 수 없다. 한번 읽고 다시는 안보게 될 책들이 수도 없이 많지만 그렇더라도 버릴 수 없다. 난 책을 좋아하는 것인가, 책을 수집하길 좋아하는 것인가. 이쯤되면 이런 고민이 생길 밖에. 애서가냐 수집가냐?

  난 수집가인 동시에 애서가이다. 내가 수집가라는 것은 도서관 책을 거의 빌려보지 않는다는데서 생각해볼 수 있다. 가벼운 소설 한 권을 읽더라도 난 내 책이 아니면 읽기 힘들다. 도서관 대출 기한이 정해져있기 때문일까, 아니면 도서관 책이 더럽기 때문일까, 줄이 쳐져있고, 찢어져서? 아니다. 도서관 책은 읽으면서 마음이 편하지 않다. 때문에 난 소설 하나를 읽더라도 사서 본다. 그리고 사서 읽은 책은 반드시 소장한다. 다 읽었다고 아는 이들에게 책을 뿌리거나, 헌책방에 넘기는 일은 결.코. 없다. 그러니 난 수집가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난 애서가다. 책을 그 자체로서 좋아한다.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그 사람이 날 좋아하든 아니든 간에, 또 그 사람이 날 알든 모르든 간에 그 사람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다. 싱긋. 싱긋. 난 책을 좋아한다. 책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 집에 들어와 방문을 열고 책장 가득 채우고 있는 나의 사랑스런 책들을 보고 있노라면 행~복 그 자체. 한때는 책방을 운영하고 싶기도 했다. 장사가 안될거라는 걸 뻔히 알면서. 고될 거라는 걸 알면서. 그래도 책 곁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할 것 같아 그런 생각을 해봤다.

  "애서가로서 우리는 친구들의 서가를 심심풀이로 염탐하곤 한다. 읽고 싶지만 수중에 없는 책을 발견할까 해서, 또는 그저 지금 눈앞에 있는 저 짐승 뱃속에 뭐가 들었는지 알아보기 위해서다. 우리의 동료들은 혼자 응접실에 있게 되면 분명 책장 앞에 서성거리며 킁킁 냄새를 맡고 있을 것이다."(P18)

  책이 많다는 누군가의 집을 방문하게 될 때면, 먼저 살펴보는 것은 그 집이 얼마나 넓은가, 어떤 가구들이 있고, 티비는 몇인치인가, 컴퓨터 환경은 어떤가가 아니라, 주인장의 책장이다. 책이 얼마나 많은가, 또 어떻게 꾸며놨는가, 분류방식은 어떠한가, 어떤 주제들을 즐겨 읽는가 등이 나의 관심사이다. 저자는 이를 "책장 앞에서 서성거리며 킁킁 냄새를 맡"는다는 표현을 썼다. 정말 그렇다. 음식 앞에 둔 강아지마냥 남의 책장 앞에서 냄새를 맡고 어떤 음식인지 살핀다.

  "서가를 만드는 사람은 인생 전체를 세우고 있다고 할 수 있거든요. 결코 아무 계획 없이 모아놓은 책들이 아니란 뜻입니다. "(p30)

  지금 나의 책장에 꽂혀있는 저놈들은 나의 인생이다. 나의 관심사의 변천에 따라 책은 하나 둘 꽂히면서 주제를 바꿔가면서 차곡차곡 쌓여 나의 지나온 인생 전체를 바라볼 수 있게 만들어준다. 저놈들은 나의 어린시절부터 함께 해왔던 나의 일기장이다. 책을 볼 줄 몰랐던 그 시절에 골랐던, 지금 보면 저걸 왜 샀는지 이해가 되지 않을 그런 책들도 있다. 책이 좋았으나 뭘 읽어야 할지 몰랐던 시절, 서점가서 아무거나 집어 사들고 걸어오는 길은 너무나 행복했다. 그러나 와서 책을 읽어보면 잘못 샀구나 하는 걸 깨닫는다. 깨달으면 다행이다. 깨닫지 못하고 그냥 내용도 모르고 읽어버릴 때가 있다. 책은 내 인생이다. 서가는 내 인생이다. 그 사람의 서가를 보면 그 사람의 인생이 보인다. 지금으로부터 한 10년 후쯤 내 서재를 보고 오늘의 날을 기억할지도 모른다. 살며시 입가에 웃음짓고서.

 오늘도 난 책을 지른다. 어서 오너라. 주문버튼을 누른지 얼마나 됐다고 또 택배배송현황을 뒤져보고 있다.

 

 

** part 2 **

  책은 위험하다. 사면 또 사고 싶고, 사놓은 책을 다 읽기도 전에 또 사고 싶고, 그러다보니 집에 책은 많은데 '읽은' 책보다 '읽을' 책이 훨씬 많아지고, 아니 이걸 언제 다 읽어, 하고 걱정하면서 눈에 띄는 신간서적이 나오면 또 지른다.

  책은 위험하다. 좁은 방을 채우고 또 채우고, 그러다 나의 편안한 잠자리를 해치고, 언제 바닥에서부터 쌓아둔 책들이 철퍽 하고 나를 덮칠지도 모른다. 책장이 쓰러져 내가 사랑했던 책들에 깔려 생을 마감한다면 난 행복할까? 아 아무리 책을 사랑한다고 하지만, 그렇더라도 책에게 죽음을 당하곤 싶지 않다. 또 책 모서리로 맞으면 얼마나 아픈데. 딱딱한 신간 양장본 책 모서리로 머리 한대 쥐어박히면 그 아픔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아픔을 느끼기 전에 이미 나의 눈에서 눈물 한 방울 톡 하고 떨어진다. 엉엉 울어버리기도 전에.

  책은 위험하다. 책을 읽느라 지하철을 타고 가다 내릴 역을 지나치는 경우가 한 두번이 아니다. 아 여기가 어딘가 일단 내려본다. 처음부터 엉뚱한 방향으로 탔다. 명동에서 삼각지 방향으로 가려는데, 명동에서 동대문까지 올라갔다. 한줄 두줄 읽다 한장 읽고 나면 벌써 몇정거장 지났다. 그런 적이 한 두번이 아니건만 난 매번 지하철에서, 버스에서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낸다.

  책은 위험하다. 책을 읽는 시간 때문에 연애를 못한다. 정말? 엄... 글쎄. 책을 읽고 반드시 글로 흔적을 남기는 나의 편집증적 습관때문에 EX 걸프렌드는 내게 뭐라 한적도 있다. 심각하다고. 음. 그래 심각한거 알아. 그런데 어떡해. 안그럼 불안한걸. 

  책은 위험하다. 정서불안을 야기한다. 하루라도 책을 보지 않으면 입안에 가시가 돋는다고 누가 그랬더라. 정말 그렇다. 어릴 땐 몰랐다. 그런데 지금은 그렇다. 하루라도 책을 보지 않으면 미칠 것만 같다. 아무리 바빠도 버스를 타고 있는 짧은 순간에라도 잠깐이라도 책을 읽는다. 그래야 마음이 편안하다. 이건 정말 병이다.

  책이 위험한 이유는 열거하자면 끝이 없다. 그러니 책을 읽지말자? 그건 아니야 그건 아니야. 그래도 책은 읽어야 해. 이유는 없어. 읽어야 할 이유는 없어. 굳이 이야기하자면 나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기 위해서.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고 결혼을 생각하면, 그 사람이 가진 것 하나 없다고 해도, 앞으로 고생문이 훤히 보인다고 해도, 위험을 무릎쓰고 결혼을 강행하는 것처럼, 책이 아무리 위험하다고 해도 난 책을 읽을래. 난 책을 사랑하니깐.

 



 


댓글(6) 먼댓글(0) 좋아요(2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하이드 2006-03-15 2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어제 하드커버 디따 두꺼운 책 발등에 떨어뜨려서 까졌어요. 책은 정말 위험해요.

마늘빵 2006-03-16 0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젠틀매드니스 주문했는데 그것두 디따 두꺼운거 같아요. 책값도 장난아니시구. 하이드님은 더 조심해야돼요. 책무덤을 만들어두 남을듯. ㅋ

stella.K 2006-03-16 1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엔 저도 님 같았는데요, 요즘엔 슬금 슬금 남도 주고 그래요. 가벼운 수필류나 소설 같은거. 하지만 묵직하고 소장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는 책은 남 주면 안되죠. 이 책 읽어보고 싶네요.^^

마늘빵 2006-03-16 12: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마치 <꿈꾸는 책들의 도시>를 읽는거 같아요. 그거만큼 흥미진진하진 않지만 책에 대한 많은 생각을 하게 해줘요.

stella.K 2006-03-16 16: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꿈꾸는 책들...그거 괜찮은가 보죠, 전 표지가 좀 그래서 읽다가 실망하면 어쩌나 해요.

마늘빵 2006-03-16 2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그거 재밌던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