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한 권의 책이었다
소피 카사뉴-브루케 지음, 최애리 옮김 / 마티 / 2006년 2월
구판절판


"그의 빛 깊은 곳에서 나는 보았노라.
우주에 흩어진 모든 것이
사랑에 의해 한 권의 책으로 엮어진 것을"
-단테의 <신곡> '천국편' 中--5쪽

호화로운 수서본을 만들기 위해서는 양피지를 자주색이나 검정색으로 물들여 금색이나 은색으로 글씨를 쓰기도 했다. 가죽은 파피루스나 종이보다 더 견고하고 불에도 잘 타지 않는다. 장정을 하는 데 다시 쓸 수도 있고, 이미 쓴 글씨를 긁어내고 새 글씨를 쓸 수도 있다. 그렇게 해서 덧쓴 수서본을 '팔랭프세스트'라 한다. -18쪽

"이 책은 파리 생빅토르의 소유이다. 이 책을 훔치거나 이 경고문을 숨기거나 지우는 자는 천벌을 받을지어다. 아멘. 이 장서는 프랑스 왕비이며 성왕 루이의 모후였던 블랑슈가 파리 생빅토르 교회에 기증한 것이다." (밑줄그은 이 주 : 13세기 어느 성서에 쓰여진 말)

"이 책을 훔치는 자는 교수형을 당할지어다" -90쪽

책 한권을 소유하거나 빌리는 것, 손에 책을 드는 것, 읽어나가면서 기계적으로 책장을 넘기는 것, 우리 시대에는 대수롭지 않은 이 모든 동작들이 중세에는 극히 드물고 엄숙하기까지 한, 학문이나 재산을 많이 가진 특권층에 국한된 것이었다. 기독교는 책이라는 물건을 거의 신성한 위치에 두어 '책의 문명'을 탄생시켰다. 그리하여 독서란 비록 소수에게 국한되기는 했지만 긍정적인 함의를 지니는 행동으로 간주되었다. -93쪽

"어떤 이들은 신을 발견하기 위해 책을 읽는다. 그러나 더 큰 책이 있으니 창조된 세계 자체가 그것이다. 사방 위아래를 둘러보고 눈 여겨 보라. 그대가 발견하고자 하는 신은 먹물로 글씨를 쓰는 대신 지으신 만물을 그대 눈 앞에 두신 것이다."
(성 아우구스티누스)-214쪽

스콜라 철학자들에 의하면 인간은 원죄 이후 불완전한 존재가 되어 세상이라는 책을 제대로 읽지 못하게 되었으며, 그래서 신이 인간에게 그 뜻을 계시한 책 곧 성서를 주셨다는 것이다. "눈에 보이는 이 모든 세상은 신의 손가락으로 씌어진 한 권의 책과도 같다. ... 그러나 까막눈이는 책을 펼치고 글자를 들여다보아도 읽지 못하듯이, 어리석은 자연의 인간은 성령에 속한 것을 알지 못한다..."(위그 드 빅토르)

"인간이 원죄로 타락하면서... 자연이라는 책은 파괴된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그래서 이 책의 뜻을 밝히기 위해 또 다른 책이 필요해졌으니, 그것이 바로 성서이다."(보나벤투라)-214-215쪽

"우리는 거인들의 어깨 위에 올라앉은 난쟁이들과도 같다. 그러므로 우리는 고대인들보다 더 많은 것을 더 멀리까지 볼 수 있지만 그것은 우리 자신의 눈이 좋아서가 아니라 그들의 높직한 어깨 위에 올라앉은 덕분이다."(베르나르 드 샤르트르)-216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