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하를 돌아다니다 맹수레 맹자 Easy 고전 4
전호근 지음, 이예휘 그림, 한국철학사상연구회 기획 / 삼성출판사 / 2006년 12월
평점 :
품절



  공자와 노자 읽기에 이어 맹자를 읽는다. 사실 이들의 철학에 대한 대략적인 지식을 얻기 위해서는 풍우란의 <중국철학사>를 보는 것이 훨씬 '유익'하지만, 집에 모셔다놓고 처음부터 끝까지 일독하지 않은 풍우란의 두꺼운 중국철학사와 기타 다른 중국철학서적들을 놔두고 이 시리즈를 읽는건, 재미 때문이다. 매일매일 삶이 그다지 재미없고 무료하고 우울할 때 도피를 해야 할 곳은, 평소에 접하지 않던 다른 생활로의, 다른 장소로의 일탈이겠지만, 그것을 감당하기엔 나는 너무 나약하다.

  노자의 <도덕경>과 장자의 <장자> 를 오강남씨의 해석본으로 본 나는, 공자의 <논어>와 맹자의 <맹자>는 읽지 못했다. 그건 너무 빡빡하지 않으면서도 내용이 알찬 적절한 책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내가 대학을 졸업한지도 몇년이 흘렀으므로 그 사이 괜찮은 책들이 나왔는지는 모르겠다. 한문 빽빽히 들어서서 별로 읽고 싶지도 않게 생긴 누런 책들을, 그래도 철학을 전공했다는 나로서는 읽어야 마땅했겠지만, 학부시절 중국철학보다는 서양철학에 눈독들인 나로서는 개설 교과목 중 중국철학은 거의 듣지 않았다. (그렇다고 서양철학에 뭔가 아는 것이 있는가 하면 그것도 아니다. 그저 혓바닥 갖다 대는 정도)

  이 책은 맹자에 관해서 아무 것도 모르는 사람들도, 쉽게 맹자를 만날 수 있게 해준다. '중1부터 고1까지' 라는 문구는 과연 그들에게 적합할까, 라는 의문을 품게 하지만 관심있는 입문자들에겐 재미와 더불어 맹자를 만나는데 제격이다. 아무 것도 몰라도 좋다. 맹자철학의 아주 기본적인 부분을 건드리면서 그래도 꽤 중요하다 싶은 것들을 짚어주고 있으니깐 나름 깊이도 있다. 성선설과 성악설, 인의예지, 공자와 맹자의 차이, 맹자의 삶 등 모든 것을 망라한다.

 *  입문자들은 이 책과 더불어 시리즈의 '공자'를 읽고, 김영사에서 나온 지식인마을 시리즈에서 '공자 & 맹자' 를 읽는다면 그 둘에 대해 더 자세히 비교해가며 알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 '맹수레'는 맹자의 별명이었다 한다. 처음 들었다. 더불어 이 책에서는 공자를 '공수레'라 칭하기도 한다. 수레를 타고 다녔다는 의미이다. 글쎄 재밌으라고 제목을 이렇게 붙이고 내용에서도 맹자가 아닌 맹수레로 칭하는 듯 한데, 그냥 '맹자'라고 칭하는 것이 어떨까 싶다. 맹자와 누군가의 대화에서조차 '맹수레'로 칭하는데, 이건 좀 오버다.

 * 이제 공자, 노자, 맹자를 읽었으니 장자를 읽으려는데, 김시천 선생이 아직 완성하지 않은건지, '출간예정'으로만 되어있다. 개인적으로 김시천 선생을 주목하고 있다. 학부대학 한참 선배로 대면한 적 없고 단지 이름만 알고 있을 뿐이지만, 강단 밖의 활동을 많이 하는 듯 하여 관심대상에 올라있다. 호서대 김교빈 교수와 함께. 그의 <이기주의를 위한 변명>은 꽤 재밌게, 인상깊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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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3-14 00: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기인 2007-03-14 06: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시천 선생님 좋아요. :) 개인적으로 자상하고 즐거우신 분으로 기억이 남아있습니다. 뵌지도 이제 한 5년은 된 것 같네요...

마늘빵 2007-03-14 08: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엇 기인님 직접 강의 들은 게 있나요? 전 그러진 않았는데. 책으로만 접했습니다. 여기저기 아카데미서 강의 많이 하시더라고요. 문화센터 같은데서.

2007-03-14 17: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3-16 08: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천하를 돌아다니다 맹수레 맹자 Easy 고전 4
전호근 지음, 이예휘 그림, 한국철학사상연구회 기획 / 삼성출판사 / 2006년 12월
품절


"패도는 힘으로 인을 가장하고, 왕도는 덕으로 인을 실천한다." (맹자)-15쪽

혁명론 : 맹자는 당시의 군왕들에게 왕도 정치를 권고하는 한편, 그렇게 하지 않을 경우에는 군주의 자리를 바꾸는 혁명이 정당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는데, 그것이 바로 혁명론이다. 왕도론이 '누가 천하를 다스려야 하는가'에 대한 논의라면, 혁명론은 '누가 천하를 다스려서는 안되는가'를 논의한 것이다. 맹자는 설사 군왕이라 하더라도 백성들의 신뢰를 잃어버리면 필부(신분이 낮고 보잘 것 없는 사내)에 지나지 않는다는 논리를 내세운다. 즉 폭군의 죄를 벌하는 것은 필부를 죽인 것일 분 임금을 죽인 것이 아니라고 규정함으로써 혁명의 정당성을 전면적으로 인정하는 것이다. 이러한 생각은 공자에게서는 찾아 볼 수 없는, 맹자에 의해 진일보한 사상으로 평가할 수 있다. (지식쪽지) -26쪽

성선설 : 맹자는 사람들이 지니고 있는 네 가지 마음, 곧 불쌍히 여기는 마음, 부끄러워하는 마음, 양보하는 마음, 옳고 그름을 가리는 마음을 인의예지를 구현할 수 있는 네 가지 실마리, 곧 사단으로 규정하고, 사단이 없으면 사람이 아니라고 주장하였다. 이 같은 주장은 인간이 현실적으로 악을 행하는지 아닌지의 여부를 떠나 모든 인간은 본질적으로 선한 존재라고 규정한 것으로 사실상 왕도로 표현되는 덕치주의가 현실적으로 가능하다는 것을 주장하기 위한 형이상학적 근거였다. (지식쪽지) -35쪽

성악설 : 순자는 인간을 악으로 규정하는 성악설을 통해 인간의 본성을 인위적으로 조정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성악설은 맹자 때부터 있던 인간의 본성에 대한 여러가지 주장 가운데 하나로, 순자는 성악설의 창안자라기보다는 성악설을 체계화한 집대성자로 보아야 한다. 순자는 성악설의 근거로 '인간은 나면서부터 이익을 좋아한다'는 명제를 제시하였다. 인간의 본성 자체는 선이나 악으로 규정될 수 없는 것이지만, 그것을 적절하게 통제하고 조절하지 못하거나 그런 상태를 그대로 방치하면 악으로 흐른다고 보았다. (지식쪽지) -36쪽

맹수레 : 사람은 '하지 않은 것'이 있은 뒤에야 비로소 훌륭한 행동을 할 수 있다.

사람은 모름지기 올바른 행동을 하기 이전에 옳지 못한 행동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뜻이지요. 곧 어떤 행위를 하기 전에 먼저 '그런 행위를 하지 말아야 할 마땅한 이유'가 있는지 살펴보아야 한다는 말이지요. 맹수레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아는 것'보다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하는지를 아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41쪽

맹수레 : 받아도 될 것 같기도 하고 받지 말아야 할 것 같기도 할 때는 받지 않는 것이 옳고, 주어도 될 것 같기도 하고 주지 말아야 할 것 같기도 할 때는 주지 않는 것이 옳다. -42쪽

송경 : 듣자 하니 진나라와 초나라가 서로 전쟁을 하려고 한답니다. 그래서 저는 우선 진나라 임금을 만나서 전쟁을 하지 않도록 설득할 생각입니다. 만약 진나라 임금이 제 말을 듣지 않으면 저는 다시 초나라 임금을 만나서 설득할 것입니다. 아마 두 나라 임금 중에서 제 뜻과 일치하는 사람을 만날 수 있을 것입니다.
맹수레 : 선생께서는 어떤 말로 그들을 설득하시렵니까?
송경 : 저는 전쟁을 하는 것이 두 나라에 모두 불리하다는 사실을 일깨워 줄 것입니다.
맹수레 : 선생이 가진 뜻은 크다고 할 만하지만, 선생이 내거는 구호는 옳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두 나라의 군주가 선생의 말을 따르면 진나라와 초나라는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군사를 물리는 것입니다. 이처럼 사람들이 이익을 기준으로 행동하게 되면 신하가 임금을 배반하고 자식이 아버지를 배반하여 모든 인간관계가 끊어질 것입니다. 이렇게 하고서 왕 노릇 제대로 한 경우는 없습니다. 만약 선생께서 인의를 가지고 두 나라 군주를 설득하여 진나라와 초나라가 인의를 지키기 위하여 군사를 물린다면, 사람들이 인의를 기준으로 행동해서 모든 인간관계가 견고하게 유지될 것입니다. 이렇게 하고서 왕도 정치를 펴지 못한 경우는 없습니다. -82쪽

천하에는 두 가지 커다란 기준이 있다. 첫째는 옳고 그름이고, 둘째는 이로움과 해로움이다. 가장 좋은 것은 옳음과 이로움을 동시에 얻는 것이고, 그 다음은 이로움을 잃더라도 옳음을 얻는 것이고, 그 다음은 이로움을 얻는 대신 옳음을 잃어버리는 것이고, 맨 마지막이 옳음과 이로움을 모두 잃어버리는 것이다. (정약용) -85쪽

"인간의 가장 고귀한 감정은 저항에서 태어난다. 사회주의는 비참함, 실업, 추위, 배고픔과 같은 견딜 수 없는 광경이 성실한 가슴에 타오르는 연민과 분노와 만나 태어난다. 한쪽엔 호화, 사치가 있는가 하면 다른 쪽엔 궁핍이, 또 한쪽엔 견딜 수 없는 노동이 있는가 하면 다른 쪽엔 거만한 게으름이 있는, 이 터무니없고도 서글픈 대비에서 사회주의는 태어난다." (프랑스 정치가 레옹 블룸, 1872-1950) -9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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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03-14 09: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원시유학에서 맹자의 역할은 '인'의 관념적, 실천적 개념과 범주를 규정한 것입니다.
인=>인,의,예,지(사덕), 하위 카테고리를 규정하고 알아듣기 쉽게 해설했지요.
본인 스스로 인을 실천하는 한 전범이기도 했고요.


마늘빵 2007-03-14 09: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한사님의 전공분야가 궁금해집니다. 정말 제가 읽는 책마다 다 해박한 배경지식을 가지고 계신거 같아요.
 
물 흐르는 대로 노자의 도덕경 Easy 고전 2
한국철학사상연구회 기획, 김갑수 지음, 최남진 그림 / 삼성출판사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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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지고전을 슬슬 하나씩 구입해다 읽고 있다. '중1부터 고1까지'라고 달아놨지만, 아마도 그 앞엔 '책을 많이 읽는' 혹은 '책을 좋아하는' 이라는 문구가 숨어있다고 봐야한다. 아무리 청소년 용으로 만들었다고는 하지만, 청소년에게 노자나 공자가 쉽게 다가갈리는 없기 때문이다. 안에 들어있는 내용도 한자원문도 사용하지 않고 한글로 쉽게 풀이해놨지만, 학생들에게는 암기거리로 밖에는 인식되지 않을 것이다. 몇몇을 제외하고는.

  방법은 없다. 이 보다 더 쉽게, 재밌게, 통합적으로 풀어놓을 수는 없다. 한국철학사상연구회 소속의 각각의 소장철학자들이 맡아 작업한 이 시리즈는, '관심있는' 이들이 공자와 노자, 플라톤 등을 쉽게 접할 수 있도록 했다는 점에서, 의무를 다했다고 봐야한다.

  노자의 <도덕경>은 성경 다음으로 많은 번역본, 해석본이 나와있는 책이다. <도덕경>은 노자가 직접 쓴 책도 아니고, 그 내용 또한 분명한 메세지를 주지 않아, 다양한 해석이 난무한다. 대개 학계에서의 해석이란 것이 비슷비슷하기는 하지만, 이렇게 해석하면 이렇고, 저렇게 해석하면 저런 것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읽는 이에 따라서 다르게 해석이 되고, 어떤 마음을 가지고 접근하느냐에 따라 다르게 보인다.

  노자의 생애, 도덕경이 쓰여진 계기에 대해서, 또 도교와 도가학파를 살피고, <도덕경>의 내용인 무위자연, 도덕, 버리는 삶, 작음의 지향 등을 원문해석을 통해서 보여주고 있다. 본문 중에서 노자와 도덕경을 이야기함에 있어 꼭 필요하다 싶은 부분들, 중요한 부분만 따다가 현재 우리네 삶과 연관하여 서술하는 방식은 노자와 <도덕경>에 대한 심리적 압박감을 덜어주리라 본다.

  사상과 철학을 그 자체로만 놓고 읽었을 때와 현재의 나의 삶과 연관하여 읽었을 때는 분명 다르다. 전자는 심한 압박감을 가지고 학문으로서의 그것을 대하게 되며, 후자는 그저 내 삶을 뒤돌아보고 성찰하기 위한 도구로서, 방편으로서, 접할 뿐이다. 부담감은 당연히 후자가 적고, 읽고 생각을 하기에도 후자가 낫다. '통합논술' 이라는 광고문구와 함께 등장했지만, 그것을 떼어놓고 보더라도 잘 만들어진 청소년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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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03-10 1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천해요~

2007-03-10 11: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늘빵 2007-03-10 1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람난책님 / 아 이런 허접한 리뷰. -_- 리뷰를 위한 리뷰를 추천하시다니. 감사합니다.
속닥님 / 네. 딩동댕.

얼음장수 2007-03-10 1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철학 콘서트 읽으면서 도덕경에 관심 생겼는데, 제 마음 아셨는지 관련 리뷰를 올려주시네요^^

mind0735 2007-03-10 2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 시리즈 저한테도 도움이 많이 되던걸요. 저도 하나씩 슬슬 구매하고 싶네요. ;

미미달 2007-03-10 2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Easy 고전. 영어로 써야 알아먹지.

마늘빵 2007-03-10 2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얼음장수님 / 철학콘서트는 아직 안봤는데. 도덕경을 보실거라면 현암사 걸 추천해드려요.
나스카님 / 네. 저는 한 눈에 보기에도 좋아서, 또 직업상 청소년서에 관심을 갖다 보니깐 눈에 들어왔습니다. 입문하기 좋은 거 같아요.
미미달님 / 한글로 해도 다 알아먹어. -_-
 
물 흐르는 대로 노자의 도덕경 Easy 고전 2
한국철학사상연구회 기획, 김갑수 지음, 최남진 그림 / 삼성출판사 / 2006년 12월
절판


말할 수 있는 도는 진짜 도가 아니다.
부를 수 있는 이름은 진짜 이름이 아니다
이름 없는 것은 천지의 시작이고,
이름 있는 것은 만물의 어머니이다. (제1장) -41쪽

성인은 인자하지 않고,
백성을 개허수아비로 여긴다.
하늘과 땅 사이는 풀무와 같구나.
가운데가 비어 있는데도 무너지지 않고,
움직일수록 더욱 많은 것들이 생겨난다. (제5장) -57쪽

노자가 말하는 진짜 성인은 도를 체득한 사람입니다. 요즘 우리가 쓰는 말로 다시 정리하면 성인은 자연의 질서에 따라 사는 사람을 말합니다. 자연이 착하지도 않고 만물을 사랑하지도 않는 것처럼, 성인 역시 착할 필요도 없고 그렇다고 일부러 착하지 않을 필요도 없으며, 백성을 가엾게 생각할 필요도 없고, 그들을 사랑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도 않으며 또 미워해야 한다고 생각지도 않습니다. -59쪽

도를 잃어버린 뒤에 덕이 나타났고,
덕을 잃어버린 뒤에 인이 나타났고,
인을 잃어버린 뒤에 의가 나타났고,
의를 잃어버린 뒤에 예가 나타났다.
예라는 것은 진실성과 믿음이 거의 없고,
사회 혼란의 시작일 뿐이다. (제38장) -61쪽

사람이 살아 있을 때는 부드럽고 약하지만,
죽으면 딱딱하고 뻣뻣해진다.
초목이 살아 있을 때는 부드럽고 무르지만,
죽으면 깡마른 고목이 된다.
그러므로 굳세고 강한 것은 죽음의 부류에 속하고,
부드럽고 약한 것은 생명의 부류에 속한다.
그처럼 군대가 강하면 패하고,
나무가 강하면 꺾인다.
강대한 것은 하급에 속하고,
부드럽고 약한 것은 상급에 속한다. (제76장)-69쪽

"세상에서 가장 부드러운 것은 세상에서 가장 견고한 것 속으로 질주해 들어간다."(제43장)라고 한 노자의 말은 누가 들어도 비상식적인 것 같지만 결코 거짓말이 아니라는 것을 오늘날 더욱 분명히 증명하고 있습니다.
노자가 살던 당시는 모든 제후국이 부국강병을 목표로 했습니다. 부드러운 것이 강한 것을 이긴다는 노자의 가르침은 바로 이런 부국강병을 추구하는 세태를 비판한 것이고, 동시에 부드럽고 융통성 있으며, 포용력 있는 삶의 태도를 가져야 함을 말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뻣뻣한 나뭇가지가 쉽게 부러지듯이 지조와 강직함을 앞세운 태도는 많은 적을 만들 수 있고, 따라서 목숨이 위태로울 수 있다는 것을 말하려는 것입니다. 그래서 "강하고 사나운 사람은 제 명에 죽지 못한다."(제42장)라고 한 것입니다. -71-72쪽

성인과 현자를 끊어 버리면
백성의 이익이 백배가 될 것이다.
인과 의라는 도덕규범을 끊어버리면
백성은 다시 효도와 사랑을 회복할 것이다.
기술과 도구를 끊어버리면
도적이 없어질 것이다.
이 세 가지는 문명이라는 것인데 좋은 것이 아니다. (제19장) -77쪽

만족할 줄 모르는 것보다 더 큰 재앙은 없다
욕망보다 더 고통스러운 걱정거리는 없다.
그러므로 적당히 그칠 줄 아는 데서 오는 만족스러움은
진짜로 만족할 만한 것이다. (제46장)

만족할 줄 알면 수치스러운 일을 당하지 않고,
적당한 선에서 그칠 줄 알면 위험한 일을 당하지 않아서,
영원히 자신을 보존할 수 있다. (제 44장)-86쪽

공부를 하는 것은 날마다 더해 가는 것이지만,
도를 닦는 것은 날마다 덜어 내는 것이다.
덜어 내고 또 덜어 내다 보면 무위에까지 이르는데,
무위하면 못하는 것이 없게 된다. (제48장) -10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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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03-10 08: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젊은 시절 한 때 노장에 풍덩했었지요..
지금은 "So What?" 하하


마늘빵 2007-03-25 2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노장에도 관심이 있는데, 지금은 전 묵가에 빠졌어요. ^^
 
바리에떼 - 문화와 정치의 주변 풍경
고종석 지음 / 개마고원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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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것은 균형을 잃지 않는 일이다. 그 균형은 개인성과 집단성 사이의 균형이거나 회의와 수용 사이의 균형이겠지만, 더 일반적으로는 우익적 세계관과 좌익적 세계관 사이의 균형과도 무관치 않다. 인간은 불평등하게 마련이라는 생각과 인간은 평등해야 한다는 생각 사이의 균형, 인간은 유전적으로 결정된다는 생각과 인간은 사회적으로 재구성될 수 있다는 생각 사이의 균형 말이다. 그 균형은, 더 나아가, 인간은 (사회적으로든 유전적으로든) 결정될 수 밖에 없다는 차가운 인식과 인간은 자유의지를 지니고 있다는, 지녀야 한다는 뜨거운 믿음 사이의 균형이기도 하다. 그런 균형을 유지한다는 것은, 자신을 둘러싼 세계와 비평적 거리를 유지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구겨진 기억 속에서] 中-58-59쪽

요컨대 [변호]의 저자는 친일파 내지는 친일 행위와 일본 식민통치를 동시에 변호하고 있다. 친일파에 대한 변호의 논거는 식민통치가 유난히 혹독했고 잔인했으므로 거기에 대한 저항이 불가능했다는 데 있고, 일본 식민통치에 대한 변호의 논거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조선 사람들의 생존에 이전보다 그리고 동시대의 다른 많은 사회보다 상당히 나은 환경을 제공했다는 데 있다. 그러니까 [변호]의 저자의 생각에 따름녀 일본의 식민통치는 조선인의 저항을 불가능하게 했다는 점에서는 나빴지만 (정치적으로 나빴지만), 조선인의 생활 조건을 개선했다는 점에서는 좋았다(경제적으로 좋았다).
사실 친일파의 입장에서 이보다 더 만족스러운 변호도 없다. "그때는 저항할 처지가 아니었다구, 그만큼 일본 애들이 악독했다니까...... 그런데, 사실 저항할 필요도 없었어, 사실은 일본 애들이 좋은 일을 많이했거든." 어디서 많이 듣던 얘기 아닌가? "유신 체제와 5공을 찬양하고 협력한게 잘 한 일은 아니지만 그땐 그럴 수 밖에 없었다구, 그 체제가 사람을 가만히 놔두지 않을 정도로 혹독했거든... 그런데, 어찌 보면 사실 거기 저항할 필요도 없었어. 박정희, 전두환 때 우리 경제가 얼마나 나아졌는데."
그런데 이런 '균형' , 정치적 차원의 비판과 경제적 차원의 찬사 사이의 균형이 오래 가는 법은 없다. 너무도 쉽게 정치는 경제에 포섭된다.

[식민주의적 상상력] 中-106-107쪽

기실 [변호]의 저자도 자신의 첫 평론집 [현실과 지향](문학과 지성사, 1990)에 실린 '보수주의 논객을 기다리며'라는 글에서 보수주의라는 말에 아우라를 씌우려고 애쓴 바 있다. 그가 그 글에서 인용한 새뮤얼 브리튼에 따르면, 보수주의는 시장에서 나오는 소득과 재산의 분배 상태를 수락하는 데 비해 자유주의는 강력한 재분배 조세를 추천한다. 또 보수주의는 개인적 비용과 사회적 비용 사이에 큰 차이가 있을 경우에만 시장에 개입하는데 비해, 자유주의는 개인적 비용과 사회적 비용 사이의 차이에 대해 민감하고 시장에 훨씬 많이 개입한다. 자연히, 보수주의는 민간 기업(의 중요성)을 강조하지만, 자유주의는 민간 기업에 대해 별다르게 강조하지 않는다.

[식민주의적 상상력] 中
-110쪽

우리가 인과율의 엄격함을 받아들인다면, 이것이 그 자체로 틀린 말들은 아닐지 모른다. 그러나 과거가 운명이므로 우리는 그것을 늘 다소곳하게 긍정해야 할까? "우리는 일본의 식민지였다는 역사적 사실의 산물이다. 만일 조선이 일본의 식민통치를 받지 않았다면, 우리는 존재할 수 없었다."는 이유로 우리가 친일과 식민통치를 긍정해야 한다는 것은, 결국 존재하는 모든 것은 과거를 긍정해야 한다는 말이다. 오로지 그 과거 때문에 자신이 있게 됐다는 이유 때문에 말이다. 그렇다면, 폴란드의 절멸 수용소에서 구사일생으로 살아나 미국으로 건너간 유대인 여성의 손녀는 "나는 아우슈비츠라는 역사적 사실의 산물이다. 아우슈비츠가 없었다면 나는 존재할 수 없었다."는 이유로 홀로코스트와 거기 협력한 사람들에게 이해의 눈길을 보내야 할까? 킬링필드의 광란을 피해 20대 시절의 캄보디아인 아버지가 프랑스로 망명한 덕에 '존재하게 된' 프랑스 청년은 "나는 킬링필드라는 역사적 사실의 산물이다. 킬링필드가 없었다면 나는 존재할 수 없었다"는 이유로 킬링필드와 그것을 주도하거나 협력한 사람들을 이해의 눈길로 바라보아야 할까? 이것은 거의 자기 모멸의 실존이라 할 만하다.

[식민주의적 상상력] 中

-116-117쪽

그러나 그런 사정이, [변호]가 시도하듯, 친일에 면죄부를 줄 수 있는 것은 안디ㅏ. 친일에 면죄부를 줄 수 없는 것은 무엇보다도 대한민국이라는 국가의 법적 기반이 일본 제국주의의 부정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뜻하는 것은 적어도 적극적 친일파는 해방된 조국에서 변두리로 물러나야 했다는 뜻이다. 우리가 잘 알고 있듯, 실제의 역사는 첫 걸음부터 그렇지 못했다. 그것은 제 한 몸 깨끗한 체하며 친일파를 권력 기반으로 삼았던 이승만 개인의 잘못만도 아니었다. 그것은 차라리 해방 공간을 메우고 있던 힘의 관계 때문이었다. 그 힘의 관계는 민족 내부의 역학이기도 했고, 국제 정치의 역학이기도 했다. 우리는 그 힘의 관계를 뒤집지 못한 채 해방 반세기를 넘겼다.
논리적으로라면, 해방 공간에서 적극적 친일파에게 남겨진 길은 둘이었다. 첫째는, 자신의 과거를 철저히 비판하고 새롭게 태어나는 것이었다. 둘째는, 비록 미국의 힘에 눌려 좌절하기는 했으나 대동아 공영권은 아시아의 궁극적 미래라는 논리를 굽히지 않은 채 일본으로 망명하거나 국내의 소수파로 남는 것이었다. 그러나 꾀 많은 그들은 둘 다를 거부했다. 그들은 자신들의 친일 사실 자체를 부정하거나 숨긴채, 이제 새로운 가치가 된 반공의 전사가 되었다. 그 꾀는 적중해 그들은 해방된 조국의 주류로 남았다.

[식민주의적 상상력] 中
-118-119쪽

보수주의는 일반적으로 변화를 피하고 현재의 상태를 유지하려는 사상이나 습속, 태도를 가리킨다. 그것은 존재하는 것은 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어서 존재하는 것이니 무슨 이유에서든 그것을 억지로 바꾸어서는 안된다는 생각이나 태도다. 거기에는, 하나의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은 거의 예외 없이 또 다른 문제를 만들어내는 과정이기도 하다는 비판적 방어 심리가 깔려 있다. 보수주의적 세계관에 따르면, 존재하는 것은 있을 수 있는 가장 좋은 것이거나 적어도 덜 나쁜 것, 견딜 만한 것이다.

[작달만한 시민들의 우람한 보수주의] 中-144쪽

그렇다고 여성과 남성 사이에 또렷한 자연적 차이, 생물학적 차이가 있다는 것을 부인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대부분의 스포츠 경기에서 여성은 여성끼리, 남성은 남성끼리 경쟁한다. 더 나아가 그런 자연적 차이, 생물학적 차이가 사회적 차이를 어느 정도까지는 정당화할 수 있다는 사실까지도 굳이 부인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와 함께, 인간 사회에서 전형적으로 구성된 문화나 문명이라는 것은, 이제는 초등학교 학생들도 이해하고 있듯, 자연에 거스른다는 의미에서 근본적으로 반생물학적이라는 점도 늘 기억해야 할 것이다. 문화는 자연의 지침을 수동적으로 따르는 것이 아니라 가치의 실현을 위해서 자연을 제어하는 것이다. 위계적 질서는 자연적 질서다. 평등적 질서는 부자연스러운 질서다. 그러나 자연계에서 오직 인간만이 평등적 질서를 열망하고, 그 열망을 실현하기 위해서 싸운다. 평등에 대한 열망은, 그 부자연스러움에도 불구하고, 인간을 다른 동물들과 구별하는 유력한 표지 가운데 하나다. 당위는 존재로부터 나오는 것이 아니다. 남성의 지배가 실질적으로 보편적이라는 관찰이 이런 위계적 질서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으로 반드시 이어져야 할 이유는 없다. 마찬가지로, 남성의 정치 독점이 역사적으로 보편적이었다는 관찰이 앞으로도 그래야 한다는 주장으로 반드시 이어져야 할 이유는 없다. 우리는 문화와 문명을 건설한 인간이기 때문이다.

[반생물학을 위하여] 中-171-17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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