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상우와 손태영이 사귄다는 기사를 신문에서 본지 얼마 안돼 두 사람이 9월에 결혼한다는 기사를 접했다. 그리고 다음날을 기다릴 것도 없이 기사 아래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두 사람의 결혼을 비난하는, 손태영의 남성편력(?)을 비난하는 댓글이 줄을 잇기 시작했다. 헤프다느니, 창녀라느니, 입에 담지 못할 욕들을 달면서 손태영이 마치 몹쓸 잘못이라도 저지른양 취급받고 있다. 무슨 잘못을 했는데? 권상우란 결혼한다는 게 잘못이니, 아니면 여러 남자를 사귄 게 잘못이니, 둘 다니. 아마도 후자가 문제가 되는 거 같은데, 여러 남자를 사귀다가 결혼하면 안 되는 건가. 왜 안 되는건데?!
비난하는 이들은 아마도 오로지 결혼할 남자만을 만나기 전까지 연애도 안하는 순수한(?) 위인들인가본데, 그건 자랑이 아니다. 그냥 당신의 연애관이 그럴 뿐이다. 왜 당신의 연애관을 타인에게까지 적용해 들이미는겐가. 비난하는 이가 결혼하기 전까지 어떤 남자하고도 연애를 하지 않으면 그건 본인의 연애관이 그런 것일 뿐이다. "공식적으로 너무 헤펐다." 이게 할 말인가. 헤프긴 뭐가 헤펐다는 건지 모르겠다. 사실 우리는 손태영이 이전의 남자들과 사귀면서 스킨쉽을 어디까지 했는지, 섹스까지 했는지 등은 알 필요도 없고, 안다 해도 그것을 비난의 근거로 삼아서는 안 된다. 스킨쉽의 정도와 섹스를 하고 안하고가 누군가를 비난할 근거가 되는가.
비난의 댓글을 단 네티즌들처럼 세상 사람 모두가 고상하고(?) 순수하게(?) 연애하지는 않는다. 나의 잣대를 기준으로 삼아 그들을 비난할 기회를 준다면 똑같이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니들이 더 변태적이다." 아니 어떻게 연애를 하면서 손도 안잡고 뽀뽀도 안하고 키스도 안하고 포옹도 안하고 섹스도 안할 수가 있니. 요렇게 말하면 나도 걔네들과 같은 년놈이 되겠지. 내가 그 네티즌들을 향해 이렇게 말하는 게 폭력이듯, 그들이 손태영을 향해 그렇게 말하는 것도 폭력이다. 제 연애사와 연애 취향을 근거로 들어 타인을 욕하는 이들은 그 입을 닥치라.
나는 손태영에 대해서는 언제나 그렇듯 이전의 연예인들과의 만남과 헤어짐 기사를 통해서만 접해온, 오히려 그녀에 관한 '연애' 기사를 통해서만 접해온 피해자다. 내가 그녀의 이름을 접할 때면 언제나 그녀는 사냥감이 되어 숲속에서 울고 있었다. 헤어질 땐 어땠는지 내가 알 수는 없지만, 어쨌든 그녀에겐 그 한 명 한 명이 모두 소중했고, 각각의 남자와 함께 했던 시간은 아름다웠을 것이다. 그녀가 유혹해서 돈 뜯어내고 버린 꽃뱀도 아니고 왜 욕을 먹어야 하는지 모르겠다. 내가 모르는 새로운 사실이라도 그들은 알고 있는건지. 단지 아름다운 사랑을 하고자 했을 뿐인 한 여자로서 그녀의 사랑을 내버려둬라. 아름답게 사랑할 수 있도록. 그 사랑을 이어갈수 있도록.
연애의 목적이 결혼은 아니다. 연애는 그 자체가 목적이다. 아름다운 사랑을 하다가 죽고 못살아 결혼하게 되는 것이다. 결혼이 연애의 목적이라면 그건 매우 불행한 연애다. 재산은 어느 정도고, 차는 있는지, 학벌은 어찌되는지, 직업은 평생 먹고 살만한지 등의 조건이 앞서게 마련이고, 그 사랑은 자체로 순수하지 못하다. 자체로 100% 순수한 연애도 물론 없겠지만 결혼이 목적이 된 연애에는 확실히 더 많은 조건이 개입하기 마련이다. 비난하는 이들은 제 자신의 연애가 순수했는지를 생각해보라. 이렇게 되면 내가 손태영의 그간의 연애를 결혼이 목적이 아닌 순수한 연애로 확정지어주게 되는 거 같은데, 내가 볼 땐 그녀의 사랑은 순수했다.
그녀를 비난하는 이들은 회계사, 변호사, 변리사, 의사, 펀드매니저 등의 전문직 직종 남성을 찾아 헤매지 말고, 자신을 내던질 수 있는 순수한 사랑을 한번 해봐라. 사랑은 잠깐이라고 생각하겠지. 사랑은 금방 사라진다고 생각하겠지. 하지만 사랑은 금방 사라지지 않는다. 단지 변화할 뿐이다. 그 변화는 마음에서 완전히 떠나는 변화일수도 있고, 뜨거운 불같은 사랑이 친구같은 따뜻한 사랑으로 변하는 것일 수도 있다. 권상우와 손태영이 결혼해 앞으로 어떻게 살게 될지 난 모른다. 그들이 나중에 알콩달콩 잘 살지, 아니면 헤어지게 될지 장담할 수 없다. 그러나, 적어도 지금 그들의 모습은 내 눈엔 순수해보인다. 두 남녀의 사랑을 방해하지말자. 내버려두고 제 자신의 사랑이나 찾아보라. 그렇다고 또 조건 찾지말고.
p.s. 손태영을 비난하는 이들 중에는 남자와 여자가 섞여있을텐데, 이 글은 여자를 염두에 두고 썼다. '마초스러운 남자들'이야 말해 입만 아프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