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서점 블로그 순위
오늘은 테츠님 말대로 페이퍼 풍년이다. 어떤 페이퍼를 써야겠다, 라고 속으로 마음먹고 계획하고 쓰는건 아닌데, 이렇게 한번 자판에 손을 얹어놓으면 쓰고픈 주제들이 떠오른다. 그날 하루의 일상일수도 있고, 아니면 누군가와 댓글을 주고 받다가 떠오른 생각일수도 있다. 오랫만에(?) '그래' 서점 블로그에 가봤고, 며칠전까지 없던 별이 닉넴 앞에 달려있음을 발견했는데, 내 블로그 상에서 이 별을 처음 봤을 때는 아, 알라딘의 탑100, 탑50 과 같은 개념이구나 생각했지만, 옆에 내 블로그에 들른 방문객들 닉네임 앞에도 별이 달려있는걸 보고, 또 내 페이퍼에 달린 댓글의 그분들 닉네임 앞에도 별이 달려있는걸 보고 떠오른건, '카스트 제도'다. 어딜가도 따라다니는 그놈의 계급.
'그래' 서점의 블로거들을 계급화, 서열화 시키고 있단 생각이 불쑥 들었다. 그래 서점 블로그에 써야 마땅한 글인듯 싶고, 괜히 여기다 쓰면 마치 알라딘에 서재 운영하는 이가 그래 서점의 블로그를 까는 듯이 보일지 모르겠지만, '알라딘'도 '그래'도 모두 내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고, 알라딘에 팔아준 게 더 많긴 하지만, '그래'에도 못지 않게 많이 팔아줬고, 오히려 운영진과의 만남의 기회는 '그래'쪽에만 수회 있었다는 과거를 근거삼아, 페이퍼에는 아무런 정치적인(?) 의도가 없음을 미리 밝힌다. '그래'서점의 한 블로거의 말이라고 보시면 되겠다. 이 글을 읽을 땐 제게 부여된 '알라딘' 서재지기 자격(?)을 머리에서 지우시길. 이어서 계속 말하자면, 일종의 인도의 카스트 제도랄까.
기원전 1500년경 유목 생활을 하던 아리아인이 인더스 강 유역에서 철기문화를 발전시켰고, 이후 그곳의 원주민들을 지배하기 위해 신분제를 만들었는데 그것이 카스트 제도의 기원이라고. 아리아인들은 천둥, 번개, 바람 등을 믿는 브라만교를 믿었는데 그들은 종교의식을 행하는 제사장격인 브라만 계급을 만들고, 이후 무사계급인 크샤트리아, 서민계급인 바이샤, 노예계급인 수드라를 만들었다. 이 네 가지 계급에도 들지 못하는 이들이 있었는데 이들을 불가촉천민 이라 불렀다. 언젠가부터 인도에서 카스트 제도가 공식 폐기되었다고는 하지만 아직까지 사람들 사이에서 관습으로 남아있다고 한다.
그래 서점에서는 이번에 그간의 활동 내용에 따라서 세 가지 계급으로 나누었다. 리뷰, 댓글, 방문객 수, 스크랩 수 등을 따져서 100명까지 수퍼스타, 300명까지 골드스타, 600명까지 블루스타로 나누었는데, 문제는 이게 내 블로그에서만 보이는게 아니라, 어딜가도 계속 따라다닌다는게다. 어떤 블로거의 글에 댓글을 달아도 내 수퍼스타는 닉네임 앞에 따라다니고, 누군가의 블로그를 방문해서 흔적이 남으면 거기에도 역시 최근 방문자 명단의 내 닉네임 앞에 수퍼스타가 따라다닌다. 카스트 제도에 비유하는건 좀 지나치다고, 너무하다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같은 계급과 별다를 바 없어보이는 이 '스타들'을 어찌할 것인가.
누구는 수퍼스타, 누구는 골드스타, 누구는 블루스타, 또 나머지 떨거지(?)들은 無스타. 수퍼스타를 달고 있는 사람도, 별이 없는 사람도, 뻘쭘하긴 마찬가지다. 수퍼스타 단 사람이 별 없는 사람의 블로그를 방문하는건 마치 군대에서 투스타가 일개 해안 소초 방문하는 듯 하다. 순위를 보이게 하고 싶으면 그냥 모든 글이 다 모이는 특정한 곳에다, 그곳에 가야만 볼 수 있게 하던가 할 수 있을텐데 이렇게 대놓고 따라다니게 하니 여간 불편한게 아니다. 그래봐야 나는 당장 처해있는 바쁜 상황들이 좀 해결된 뒤에나 예전처럼 이곳과 그곳 두 군데 다 돌아다닐 수 있을테니 당장 내가 그 불편함을 '감수'하진 않아도 되지만, 불편함을 '감출' 수는 없다.
* 불가촉천민 과 관련된 책은, 읽어본건 아니지만, <암베드카르>라는, 불가촉천민의 해방자 역할을 했던 사람에 관한 평전이 나와있고, 얼마전 '오늘의 관심 도서' 코너에서 한번 찜해놨던, 역시 읽어보지 않은, <신도 버린 사람들> 이라는 책이 있다. 떠오른김에 참고삼아 안내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