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기업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해 다시 생각하라
- 세계 산재사망 노동자 추모의 날을 앞두고 사망재해 최악의 기업 명단을 발표하며
4월 28일은 산재사망 노동자 추모의 날이다. 전세계적으로 매년 220만 명, 하루에 5,000명 이상의 노동자들이 기업의 이윤 추구 행위에 의해 희생되고 있다. 이는 그 어느 전쟁에 의한 희생자수보다 많은 것임에도 불구하고, 전세계적으로 이러한 처참한 현실에 대한 정당한 인식과 평가가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한국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공식적으로 한국은 '산재 왕국'이다. 노동부의 공식 통계로도 2006년 한 해에만 2,454명의 노동자들이 산재로 목숨을 잃었다. 하루에 7명의 노동자가 죽는 꼴이다. 이러한 통계 수치가 말해주는 바는 명확하다. 그것은 한국이 산재사망 예방을 위해 가장 기본적인 조치조차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고, 과로로 인해 노동자들이 죽어갈 정도로 노동시간이 길다는 것이다.
특히 건설기업의 경우는 그 정도가 심각하다. 한국의 건설기업은 관료, 지역 토호 등과 유착하여 환경을 파괴하고 부동산 가격을 올릴 뿐 아니라, 노동자의 권리와 생명을 앗아가는 데도 으뜸이다. 2006년 한 해에 건설업 단일 업종에서 사고로 사망한 노동자가 542명이다. 이는 전체 산재사고 사망자의 41%에 달하는 수치이다.
이번 사망재해 최악의 기업 명단에도 8개의 굴지의 대기업 건설회사들이 1위부터 6위까지를 싹쓸이하는 기염을 토했다. 고급 아파트를 신축하며 광고를 때려 부어 왜곡된 부의 이미지를 심기에 혈안이 되어 있는 대기업 건설회사들은 광고 이미지와는 달리 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모는 기업이었다. ‘세상을 가치 있게 사는 방법’ 운운하며 ‘힐스테이트’라는 아파트로 입주하기를 광고하는 현대건설은 사망 노동자수에서 단연 1위를 차지하며 그들이 말하는 ‘가치’가 무엇인가를 되묻게 한다. ‘이편한세상’을 광고하며 아파트를 브랜드화하는 데 앞장섰던 대림산업은 ‘그 편한 세상’이 노동자의 죽음 위에 건설되고 있다는 사실을 감추고 있다. 사회공헌활동을 강조하는 SK건설은 협력업체의 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몰면서 번 돈으로 체면치레를 하고 있음이 드러났다. ‘래미안’의 삼성물산, ‘자이(XI)’의 GS건설, ’롯데캐슬‘의 롯데건설, '엑슬루 타워‘의 풍림산업, ’아이파크‘의 현대산업개발 등 톱스타를 동원하여 광고 공세를 펴고 있는 거의 모든 고급 아파트 단지 공사 현장에서 노동자들이 다수 죽어갔다. 건설업 이외의 산업에서 명단에 포함된 기업은 현대중공업이 유일한데, 이는 현대중공업이 노동자의 죽음을 먹고 자라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현대중공업 노사는 무분규와 노사상생의 협력 관계를 자랑하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하청업체 노동자의 죽음이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요즘 한국의 대기업들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들먹이며 다양한 사회 공헌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지만, 정작 윤리적 기업이 되기 위하여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로 알려진 노동자들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하는 것에는 별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우리는 노동자를 죽음의 자리로 내몰면서 사회에 몇천 억을 기부하는 기업이 결코 윤리적 기업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한 기업은 오히려 몇 푼의 기부금으로 노동자를 죽인 대가를 치르려는 비윤리적 기업일 뿐이다.
산재사망은 기업에 의한 살인이다. 이는 사회적으로 용납될 수 없는 범죄 행위이다. 한국의 굴지의 기업들은 괜한 돈 들여 언론에 광고하며 ‘사회적 책임’ 운운하는 2중성을 버리고, 땀 흘려 일하고 있는 노동자들의 생명과 그 가족의 행복을 뺏지나 말 일이다.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려면 번지르르한 이미지만 만들지 말고, 그 돈으로 자신들이 고용하고 있는 노동자의 생명과 권리부터 보장하라.
2007. 4. 26
노동건강연대, 매일노동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