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이 내일모래다. 사촌동생이 이번에 시험을 봐서 전화를 걸었는데, 이 친구가 잔뜩 긴장해 있어서 마음이 아팠다. 에효. 입시제도란게 뭔지. 아이들, 진짜 '아이들'에게 엄청난 스트레스를 주는 구먼. 이게 정말 적절히 대학의 '수학능력'을 평가할 수 있는 건지. 어쨌든 수험생 모두들 실수없이, 자신이 공부한 것의 실력발휘를 잘 하기를.

사촌동생한테 그렇게 전화를 하고 보니, 예전에 내가 수능보던때가 떠오른다. ㅋ 벌써 7년 전의 일이구나. 당시 재수를 하던 나는 수능 전에 두 친구가 독서실로 와서 나한테 엿을 사주고 밥도 사주었던 게 기억난다. 당시 나는 독서실에 없고 헬스장에서 헬스를 2시간이나 하고 왔는데, 친구들이 2시간 동안이나 독서실 앞에서 기달리고 있었다. 나는 삐삐도 핸드폰도 없어서, 그들은 무작정 죽치고 독서실 앞에서 기달렸다. 보니 무지 반가웠고, 고마웠다. 생각도 못하고 있었어서.

ㅋ 그 두친구랑, 실제로 재수를 같이 했던 한 친구. 나는 재수할때 학원을 안 다니고 이 친구랑 9시부터 밤 12시까지 독서실에서 공부를 했기 때문에, 둘은 완전히 일상-_-을 공유했다. 점심과 저녁먹고 오락실에 들리닌 것이 유일한 낙이었는데 ㅋㅋ

이들이 어쨌든 지금도 가장 친한 친구들이다. 대학원 학우들은 다른 의미에서 친하고, 이들을 만나면 이들을 사귀었을 때로 돌아간다. 이 세명 친구들 모두 중학교, 고등학교 동기고, 셋 중 둘(재수 안한 둘)은 대학교도 동기, 그 둘 중 하나는 공익까지 동기다. ㅋㅋㅋ

 사실 재수 같이한 친구도 서울대 기계공학과 붙었는데, 아버지가 한의대생인 관계로 한의대를 선택했다. 그 친구랑 같이 대학을 다녔으면 진짜 대학생활 달랐으리라. ㅋㅋ 선배들한테 의식화도 안되고 과활동도 안하고 그 친구랑 붙어다니면서 게임만 했을 것 같다. ㅎㅎ 어찌보면 다행 :)

이 R이라는 친구는 이제 한의사 자격시험을 앞두고 있어서 엿사가지고 밥이나 사줄 생각. 이 친구는 나중에 내 주치의를 하겠다고, 진료시간 끝나고 나면 문 닫고 진료해주겠다고 한다. ㅋ 공부도 매우 열심히 하고 진진한 친구라서 믿음이 간다. 언제나 너무 착하고 순진하고 자상한 친구라서 여자친구를 만들어주려고 소개팅도 시켜주고 그랬는데, 26년 인생에 처음으로 얼마전에 CC로 연애를 시작해서, 그 연애가 잘되기만을 바랄 뿐이다.

그 다음에 내게 엿을 사주었던 두 친구, L과 K.

L은 중, 고, 대, 공익까지 동기인 친구 ㅋㅋㅋ 이 친구도 착하고 자상하다. 이 친구는 대학교 들어가자 마자 한 첫 미팅상대와 지금까지 7년동안 연애하고 있다. 대단하다. 지금은 공익을 하면서 변리사 준비 중. 인생은 역시 시험의 연속. 이 친구한테도 엿사주고 밥사멕여야지. 대학교는 과가 달라서 수업 하나만 같이 들었다. ㅋ 그것도 내가 국문과 전공 들으라고 해서 울며겨자 먹기 식으로 국문과 전공을 같이 들어준 친구 ^^

이 친구랑은 고등학교 1학년때 같은 반이었는데, 의협심같은게 꽤나 있어서 옆에서 내가 조마조마 한적도 꽤 있다. 또 남한테 뭐든지 안지려고 하는 성격도 있는데, 이상하게도 고1 첫 시험때 내가 전교5등을 했는데 이 친구는 6등을 했고, 그 이후로 항상 거의 등수가 똑같아서 미안하기도 했다. 내가 1~2등 오르면 이 친구도 1~2등 오르고, 내가 또 1~2등 떨어지면 이 친구도 1~2등 떨어져서, 전교등수가 1등 아니면 2등 차이나니까 나로서는 눈치 보일 수 밖에. 한 번은 수학시험보고 망했다고 내가 절망하고 있었는데, 점수 말했다가 이 친구한테 맞을 뻔 한 기억도. ㅋㅋㅋ 사실 반이 15개반이라서 전교6등이면 왠만하면 반에서 1등인데, 또 하필이면 같은 반이 되서 그 친구는 결국 1학년 끝날때까지 반에서 1등 한번 못했다. 또 고2때는 내가 학년장을 했는데 이 친구는 전체 선도부부장 K는 선도부장을 해서 편제상 내 아래라고 나름 분해했던 것도 생각난다. 지금 돌이켜보니 다 열라 웃긴 추억이다. 항상 12시 야자 끝나면 이 친구랑 내 집앞까지 함께와서 2~3시까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는 했다. (항상 내 집앞에서 헤어졌는지 학교에서 이 친구집 가는 길 도중에 내 집이 있었고, 내 집에서 이 친구 집은 5분 거리였다. ㅋ)

지금 생각하니 '여고생' 같은데, 이건 역시 편견이리라. '남고생'도 친구끼리 밤늦게까지 수다떤다. ㅋ

또 한친구 K도 중, 고, 대학 동기. 이 친구는 고1때부터 전교1등을 해서, 서울대 의대를 들어갔는데, 들어갈 때도 고교장 추천으로 들어갔고, 들어가서도 20등 안을 계속 유지하는 친구인데, 항상 뭔가 설렁설렁하는데도 뭐든지 잘했던 친구다. 본과 때는 현대의학의 한계나 의사의 한계에 대해서 고민을 많이 하는 것 같더니만 정형외과 레지던트를 밟는다고 한다. 나는 왜 정형외과냐고, 쫌 도전적인 과를 선택하지 예를 들면 뇌의학이나 라고 했더니, 정형외과는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 사이의 뚜렷한 선이 있다고. 그 말은 다른과는 안 그런점이 많다는 말. 새로운 수술법이나 인공관절 같은 것을 연구할꺼라고 한다. 서울 의대는 보통 학교나 큰 병원에 남는다고 한다. 이 친구도 계속 학교나 큰 병원에 남을 셈.

인문학도인 내가 오히려 과학과 의학 발전에 낙관적인 반면, 의학도인 이 친구는 꽤나 비관적이다. 예과때는 소설이나 인문학 서적도 꽤 읽고, 사진도 찍으러 다니고 밴드도 하고 여행도 이곳저곳 많이 다녀서, 참 잼있게 사는구나 하면서도 이제 본과과면 넌 죽었다 ㅋㅋ 했는데, 본과가서도 뭐 설렁설렁해서 안 힘드냐고 물어보니, 뭐 다들하는건데 -_-; 라면서 대충 고등학교 때랑 비슷하게 하면된다고 해서 놀랐던 기억이 있다. 밴드 공연 구경갔는데, 밴드의 꽃인 1기타를 치는 이 친구 모습이 꽤나 자유롭게 보여서 멋있었다 :)

인턴도 남들은 죽는다고 하던데, 운이 좋은 건지, 할만하다고 하면서 룰루랄라 설렁설렁이다. ㅋ 그러면서도 할건 다하면서 잘 하니, 역시 연구대상이기는 하다. 이제 쫌 있으면 레지과정이라서 레지때는 너 죽었다 ㅋㅋ 라고 하기는 했지만, 이 또한 왠지 그냥 할만해 라고 할 것 같아서 조금 억울(?)하기도 하다. ㅎ

 

내 3친구들. 뭐 다들 잘 살겠지. 생각해보면 다 배부른 놈들이군. 계속 친하게 지내야겠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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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1-14 10: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기인 2006-11-14 13: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 ㅇ님/ 네 맞아요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