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를 한다, 그리고 '민주화된다'는 것은 헌법에 정한 대로 국민의 대표를 국민의 손으로 선출하고, 행정 사법 입법으로 분립된 국가권력이 '법대로' 굴러간다는 것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민주화된다는 것은 인간과 인간 사이가 인간화됨을 의미한다. 그 인간화의 핵심은 평등이다. 내 자유와 행복의 기초가, 다른 인간에 대한 차별과 학대 위에 놓여서는 안 된다는 의미의 평등. 곧, 민주화는 인간됨의 평균수준이 사회 전체적으로 함께 진전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누구든지 성별 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현행 대한민국 헌법 11조)는 '공자님 말씀'이 현실에서 이루어지기란 결코 쉽지 않다. 국민국가와 자본주의가 지배하는 사회적 '자연 상태'에서 재생산되는 것은 불평등과 야만적 경쟁이지, 평등과 사랑이 아니다. 평등과 사랑의 재생산을 위해서는 전 사회가 의식적으로 노력해서 자연 상태를 제어해야 한다. 아니면 노인 어린이 여성 장애인 환자 빈貧자는 설 땅이 없다. 그래서 '민주주의'는 추상적 정치 원리일 뿐 아니라, 삶의 근본적 태도이자 매너이기도 하다. 인권을 존중하고 차별하지 않으며, 폭력의 지배를 거부하는 것, 이는 삶의 미시적이고 일상적인 공간에서 실행되어야 한다.
그래서 민주주의는 사는 것이다.-77-7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