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그저 아주 깊은 곳에 있었던 것 뿐인지도 몰라요. 물 속이었는지 땅 속이었는지 구름 속이었는지 어쨌든 아주 깊은 곳에 가면 그저 아주 깊은 곳이라는 느낌만 들지 구름이건 땅이건 물이건 별로 중요하지 않잖아요. 아주 깊은 곳은 어디든 다 똑같다구요. 누군가 아웅 하고 울었던 것도 같은데 나는 그게 뽀르뚜갈어라고 생각했어요. 그거 아세요. 나는 내년이 가기 전까지 꼭 뽀르뚜갈어를 배우고야 말거에요. 세 달이면 할 수 있어요. 매일매일 한다면 그거보다 더 빨리 할 수 있어요. 아웅 아웅 아웅 혼자 있을 땐 누구든지 할 수 있어요. 그런데 아웅 하고 울었던 게 누구였더라. 너무 많은 이들을 만나서 기억하기도 힘드네요 아웅. 만약 리스본이랑 모스크바 둘 중에 하나를 딱 고르라고 한다면 어디를 선택하겠어요. 리스본이요. 아웅. 그럼 리스본이랑 바르셀로나. 리스본이요. 아웅. 그럼 리스본이랑 부에노스 아이레스. 부에노스 아이레스. 소웅. 그럼 부에노스 아이레스랑 빠리. 아웅. 빠리요. 아응. 그럼 빠리랑 뮌헨. 빠리요. 아응. 그럼 빠리랑 빈. 아흐. 빈이요. 아흐. 그럼 빈이랑 서울. 아흐. 빈이요. 그럼 빈이랑 서울. 아흐. 빈이요. 그럼 빈이랑 서울. 아이고, 서울이요.

 

아주 깊은 곳은 무너지지 않으면 갈 수 없다고 하죠. 그래도 벼락같이 무너지는 것만은 아니에요. 역시 선택할 수 있어요. 빈이랑 서울처럼 말이에요. 그것보다 더 심하죠. 벼락같이 무너지지 않으려고 탄탄하게 땅을 고르는 사람들도 있는데 시간이 지나면 다 헛수고라는 걸 알게 돼죠. 아무리 강철같은 땅이라도 무너질 건 무너지게 마련이거든요. 아 쓸데없이 보드라운 흙을 모으기 보다는 미리 관이나 하나 장만해 두세요. 어쩌면 살아 있을 때 가장 신경써서 해둬야 할 일일지도 몰라요. 자기만의 관에 들어가 죽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요. 하나밖에 없는 평생의 힘을 다 쏟아부은 그런 관 말이에요. 나는 종이관을 만들기로 했죠. 믿지 않으실지도 모르겠지만 아주 어렸을 때부터 사실은 카프카를 처음 읽었을때부터 매일 조금씩 준비해왔어요. 아주 멋있는 관을 만들려면 오래 또 열심히 살아야 한답니다. 일년에 열 장이면 많이 모은 거에요. 처음에는 일년에 만 장 정도 모았는데 시간이 지날 수록 줄어들더라구요. 모았던 것 중에서도 버릴 게 많았어요. 이상하더라구요. 세상엔 왜 이리 반복이 많던지. 그런데 사실 제가 모은 종이에 쓰여있는 글자는 다 비슷하긴 해요. 어떤 사람들은 다 똑같은 말이라고 하더라구요. 그래요. 그게 반복이죠. 다른 사람들 눈엔 다 똑같이 보이지만 내 눈엔 다 다르게 보이는 그게 반복이죠. 그 깊은 곳에서 만난 조 씨 영감도 그렇게 말하더라구요. 자기는 20개의 언어를 미치도록 공부했는데 사실은 다 똑같은 언어였다고 말이에요. 그게 반복인가요. 다른 사람들 눈엔 다 다르게 보이지만 내 눈엔 다 똑같이 보이는 그게 반복인가요.

 

그런데 굳이 아주 깊은 곳을 찾아 오려고 하진 마세요. 사실은 거기 서 계신 그곳이 아주 깊은 곳이거든요. 더 깊은 곳도 더 얕은 곳도 아니랍니다. 그저 한 곳에 머물 때마다 이쁜 관이나 하나 만드세요. 맞다. 남들 건 절대 만들어주지 마세요. 그러다 한곳에 계속 머물러있는 수도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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