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근 발작 창비시선 267
조말선 지음 / 창비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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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은 미분화된 덩어리다
벚나무 아래에 버려져 있는 죽은 고양이를
벚나무는 섬세하게 분리할 줄 안다
참새를 놀래키던 발톱과
겨우 쓰레기봉투를 뒤질 때 사용하던 이빨들
진흙이 묻은 검은 털은 천천히
나무가 뒤집어쓰는 먼지가 될 것이다
오월쯤엔
어둠속에서 발광하던 안구들이
가지가지 열릴 것이다
무엇보다도
가장 섬세한 죽음의 앙금들을
나무는 신발 깊숙이 받아들인다
어린 발가락들이 쪽쪽
죽음의 시즙을 빨아먹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그리하여
나무의 한 각에 있는 그가 좀더 예민해지고
한 각에 있는 그녀가 좀더 예민해지고
한 각에 있는 내가 좀더 예민해진다-64-65쪽

고양이 눈알이 가지가지 열리는 나무를 보며
그 나무의 어린 발가락들이 죽음의 시즙을 '쪽쪽' 빨아먹는 소리를 듣는 시인.

그리고 이 시인의 핵심 키워드 '오이디푸스 삼각형'
이는 어쩌면 욕망의 삼각형의 일반/특수 형태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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