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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라다이스 가든 1 - 2006 제30회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
권기태 지음 / 민음사 / 2006년 8월
평점 :
훈련소에서 읽기 시작했던 책을 얼마 전에서야 끝맺음 한다. 이 책이 민음사의 '오늘의 작가상'을 받았다는 것이, 그것도 '백수생활백서'라는 책과 공동수상했다는 것은 놀라운 뉴스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시대의 유토피아라는 진정성있고 묵직한 주제의식 하에, 이 소설은 긴박감있는 스토리로 대부분이 채워진다. 언제나 평단이 '스토리라인'라는 것에 그리 큰 점수를 부여하지 않던 것이 상례이기 때문에, 이 소설이 작가상이라는 나름 큰 문학상을 받았다는 것이 의외였다.
그리고 평단의 시각을, 국문과 대학원생 특히 석사논문을 쓴 (그러니까 2년동안 죽어라 문학작품만 뜯어먹으면서 글쓰고 욕 바가지로 먹어본) 사람들 중 다수 또한 이러한 시각을 공유하는 것이 보통이다. 그리고 나는 보통이다;;;
그래서인지, 이 소설의 긴박감있는 스토리라인, 잘짜여진 영화구성과도 같은 대사와 장면묘사가 소설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쓸데없어'보이기도 하는 것은 '문학상' 수상작에 대한 내 기대지평 때문일 것이다.
여기서 대중소설(?)과 본격소설(?)같은 차이를 새삼 확인하거나 새삼 그 '질적인 차이'의 존재여부에 대해서 주절대는 것보다, 스토리에서 얻는 쾌감은 대중소설에서, 주제의식이나 문장 또는 잘짜여진 구조에서 얻는 쾌감은 본격소설에서 얻는다고 생각했던 내 입장으로는, 이 소설이 문학상에 뽑히게 된 것은 '나이브'해진 수상심사라고 생각될 뿐.
그래도 어쨌든, 시간 보내기 좋으면서도, 주제의식도 괜찮고, 영화로 만들어도 공지영씨의 소설보다는 괜찮을 것 같고 그렇기는 하다.
'우리시대의 유토피아'는 결국 자본주의의 흐름을 절단하여 새로운 분절 공간을 만들어내는 일로 귀결될 수 밖에 없는지는 아직 동의하기 힘들다. 그래도 그 것이 지금 당장 내딛을 수 있는 가장 큰 한발 중에 하나임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럼에도 작가는 이러한 유토피아적 공간을 둘러싼 자본주의의 침공에 관해 매혹적이고 숨가쁜 스토리-라인으로 이 두권의 분량을 채우기 보다, 정말 자본주의를 거스르는 공간이 가능할 것인지 그렇다면 이는 어떤 난관이 있을지에 대해서 더 고민하여 천착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래도 작가의 다음 작품이 기다려진다. 이만큼 무거운 주제의식을, 이렇게 가볍고 숨가쁜 스토리로 채워넣다니 ^^;
다음 작품은 좀 더 흥미진진 할지, 아니면 좀 더 느릿하고 무거울지. 나는 느릿하고 무거웠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