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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en Breath Becomes Air (Audio CD, Unabridged)
Paul Kalanithi / Random House / 2016년 2월
평점 :
절판
Paul Kalanithi, "When Breath Becomes Air", Random House, 2016.
곧 자신이 죽을 것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이 쓴 글을 읽을 때는 경건한 마음이 든다. 죽음 앞에 선 단독자가 쓰는 글이 담고 있을 수밖에 없는 어떠한 진실이 있다고 믿기 때문일 것이다. 결국 우리 또한 마주해야 할 죽음을 앞서 경험하고 진지하게 고찰한 ‘선배’의 글을 후배는 경건하게 읽을 수밖에 없다.
저자는 36살의 신경외과 레진던트 3년차이자 뇌과학자로 전도유망한 젊은이였다. 스탠포드에서 교수자리도 바로 눈앞에 놓여있었다. 수술실에서 정신없이 하루하루를 보내던 그는 폐암 4기를 진단 받게 된다. 그 이후에, 자신의 삶을 돌아보면서, 삶에는 어떠한 의미가 있는지를 영문학 석사이자 뇌신경외과 의사로서 술회하며 책을 쓴다.
그는 어린시절부터 문학을 탐닉했다. 영문학, 러시아문학, 독문학 등등. 소설, 시를 가리지 않고, 문학이야말로 인간을, 세계를 이해하게 하고, 삶에 의미를 가져다준다고 믿었다. 그러나 동시에 생물학과 뇌에 대한 관심도 가지고 있었다. 영문학 석사까지 끝낸 후, 그는 의학의 길로 나아가게 된다. 여전히 문학이 삶을 이해하게 한다고 믿었지만, 그는 이를 가능하게 하는 뇌 또한 분석하고 싶어 했다. 그는 뇌신경외과 레지던트 과정을 거치면서 많은 뇌수술 환자들을 만나게 된다. 뇌수술 후유증으로 숫자로만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환자, 감정을 조절하지 못하게 된 환자 등등을 만나면서, 삶에 의미는 무엇일까,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고민한다.
글을 읽으면서, 내내 저자의 삶과 문학과 뇌에 대한 통찰에 잔잔한 감동을 받았다. 특히 이 글의 후기를 읽으면서는 눈물을 참을 수 없었다. 후기는 저자가 죽고 나서 저자의 아내에 의해서 쓰였다. 저자가 말기암을 진단받고 이 글을 쓰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 저자가 마침내 뇌에 종양이 전이되었다는 말을 듣고, 괴로워했다는 말을 담담히 적는 아내의 글에서 눈물이 많이 났다. 저자는 얼마나 두려웠을까... 그가 의사로서 담당했던 뇌수술, 뇌종양이 정체성에 미치는 영향을 환자로 경험하게 되다니... 그리고 독자가 읽을 수 있는 저자의 본문은, 아직 저자가 자신의 뇌에 종양이 전이되기 이전이었기 때문에 저자의 아내를 통해서만 저자가 어떻게 느꼈을 지를 간접적으로 읽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 더욱 슬펐다. 또 저자는 결코 읽지 못했을, 사후 저자의 책과 아내의 에필로그라는 점도...
결국 마지막에 저자는 더 이상 치료를 거부하고 몰핀을 맞으며 영원한 잠에 든다. 책에서 일관되게 그가 고민했던,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또는 "어떻게 죽어야 하는가", "무엇이 의미있는 삶인가"에 대해서 스스로의 삶/죽음으로 대답한 셈이다.
저자의 아내도 술회했지만, 책의 본문만 읽어서도 저자가 따뜻함, 사려 깊음, 풍부한 인문학적 통찰, 날카로운 과학적 지식과 노련한 의학기술을 지닌 정말 '좋은' 사람이었음을 알게 된다. 그가 세상을 떠났다는 것이 슬프다. 그래도 이 책을 남겼다는 것에 감사하게 된다.
문학, 뇌수술, 뇌과학, 암투병기에 관심 있는 이들은 필히 읽어야 될 수필이다. 따뜻한 문학도이면서 동시에 노려한 뇌의학자, 과학자이며 동시에 말기 암환자가 바라보는 세계는 슬프지만 또 따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