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다가 새벽에 깨어나면, 가끔 나는 홀로, 다른 사람들과 같이, 늙고 죽어가고 있구나, 라는 것을 느낀다/생각한다. 궁극적으로 혼자서 판단하고 책임져야 하는 것. 혼자서 늙어가고 추억할 수 있는 것.
절대적으로 혼자라는 것.
외로움과는 달리, 책임감이나 막막함을 부수하는 감정. 아니, 그것보다도 그냥 혼자라는 느낌 그 자체. 유일무이한 것. 나, 혹은 '자아'라는 것의 발견. 별반 특별할 것도 유일할 것도 없지만, 특수하고 개별적인 것.
아, 내 삶은 내가 혼자서 살아내야하는 것이구나 라는 것. 반복할 수도 없고, 다른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다는 것. 세상 사람들 모두 어찌보면 비슷비슷한 고민과 삶의 패턴을 공유하지만, 결국은 각자 하나라는 것.
요즘은 계속 주위 사람들과 군대(?)간답시고 환송회 일정이 잡혀서 피곤했다. 사실, 사람들을 보는 것을 그닥 좋아하지 않는다. 그것도 한 두 번이지, 거진 매일 술자리가 있으니 너무 피곤했다. 오늘도 친한 문학모임 사람들 (거진 학부 사람들 중, 가장 친하다고 할 수 있는 그룹)과 만나는 약속이 있었는데, 일방적으로 미루었다.
오늘 오전에는 10년전부터 알고 지낸 선생님을 찾아뵙다. 조선호텔 부페에서 식사를 했는데 (꽤 괜찮다), 연세 55이신 선생님께서는 삶이 너무 빠르다고 하시면서, 삶의 선택지들마다 용기있는 선택을, 자신이 진정 무엇을 원하는지 직시할 수 있는 용기를 강조하셨다.
결국 나도, 너도, 우리는 혼자였구나.
비자림님 시의 구절 중 오늘 맘에 꽂혔던 것
저마다 작은 배에 올라 타 재빨리 돛을 세우고 나아갔다/한 번도 방황하지 않은 사람처럼 서러움을 감추고서
(<대학 시절의 기억> 중)
작은 배라는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