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을 자다 밤 중에 깬 날은 우울하다. 비가 내린다. 학부 1, 2학년 때는 열심히 시를 썼다. 시인인 교수님께서 시 쓴 것을 가져와보라고 하셨다. 가져가니, 드려다보시고 물으신 말.
"왜 국문과에 들어왔나?"
"자유롭고 싶어서요."
선생님께서는 한동안 조용히 계시더니, 학교에 오면 보통 어디에 있냐고 물으신 후, 연구실에 나와 있으라고 하셨다.
자유롭고 싶다. 국문학을 한다고 해서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 왜 그 때, 저런 말을 했을까.
모든 것을 벗어버릴 수 있다고 생각했었는지도 모른다. 국문학은 의무가 아니라 선택이었고, 문학은 무수히 많았으며, 그 동안 내가 생각했던 문학은 공부가 아닌 것, 즉 자유였다.
그런데 그로부터 6년이 지난 지금 업으로, 학문으로, 공부로 국문학을 하고 있다.
학부에 들어와서는 선배들과의 세미나, 교양학교, 수업 등등에, 그것에서부터의 일정한 거리에서 시를 썼다. 시를 쓰는 행위는 선택이었고, 자유였다. 그런데 요즘은 '시를 써야 한다'라는 의무다.
자유,
나의 선택.
내가 이런 것을 소중히 하는 이유에는, 삶은 유한하다, 나는 언젠가는 사라질 것, 죽음, 등등에 대한 강박이 놓여있을지도 모르겠다. 내가 선택하지 않은 것들. 삶은 본질적으로 비자유.
사람들이 시를 쓰라고 하니, 소설을 써 볼 셈이다. 또 사람들이 소설을 쓰라고 한다면, 시나리오라도 써야겠다. 사람들이 무엇이든 쓰라고 하면, 무엇이든 쓰지 않거나, 무엇이든 쓸 것이다.
쓴다, 라는 것에, 선택이라는 것에, 그래도 유한한 인간이 가장 창조적일 수 있는 것에, 탈출구가 있을 것만 같다. 그래도 아직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