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비시선 247
박형준 지음 / 창비 / 200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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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슴벌레 한마리 눈밭을 기어간다
바람에 날리는 눈발이
멀리서 무지개로 부서져 내린다

햇빛 너무 환해
눈밭을 헤치고 나온
사슴벌레 한마리
두 뿔로
공중에 뻗은 나뭇가지 끝
무지개 치받는다

허연 河床 같은 낮달이 흘러가고
까맣게 빛나는 두 뿔에
봄은 오지 않아도
봄은 온다-12쪽

곱씹어야 이해되는 시들이 있다. 아니, 보통 시들은 그렇다.
봄은 오지 않아도/봄은 온다 와 같이 불교용어 같은 싸구려 아포리즘 같은 시행은 아마추어 시인이나 시도할 법하지만, 여기서는 여운을 준다. 해석의 키는 '햇빛 너무 환해/눈밭을 헤치고 나온/ 사슴벌레 라는 것.
그래서 '까맣게 빛나는 두 뿔에/봄은 오지 않아도
여기서 끊어서
'봄은 온다'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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