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슴벌레 한마리 눈밭을 기어간다바람에 날리는 눈발이멀리서 무지개로 부서져 내린다햇빛 너무 환해눈밭을 헤치고 나온사슴벌레 한마리두 뿔로 공중에 뻗은 나뭇가지 끝무지개 치받는다허연 河床 같은 낮달이 흘러가고까맣게 빛나는 두 뿔에봄은 오지 않아도봄은 온다-12쪽
곱씹어야 이해되는 시들이 있다. 아니, 보통 시들은 그렇다.봄은 오지 않아도/봄은 온다 와 같이 불교용어 같은 싸구려 아포리즘 같은 시행은 아마추어 시인이나 시도할 법하지만, 여기서는 여운을 준다. 해석의 키는 '햇빛 너무 환해/눈밭을 헤치고 나온/ 사슴벌레 라는 것. 그래서 '까맣게 빛나는 두 뿔에/봄은 오지 않아도여기서 끊어서'봄은 온다'라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