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비시선 247
박형준 지음 / 창비 / 200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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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발자국 속에서
울고 있는가
물 위에
가볍게 뜬
소금쟁이가
만드는 파문 같은

누가
하늘과 거의 뒤섞인
강물을 바라보고 있는가
편안하게 등을 굽힌 채
빛이 거룻배처럼 삭아버린
모습을 보고 있는가,
누가 고통의 미묘한
발자국 속에서
울다 가는가-8-9쪽

오늘처럼 비가 '막' 오는 때가 아닌, 비가 부슬부슬 내리다 말 무렵. 작은 웅덩이들 마다의 더 작은 파문들. 시인의 시선이 고요하다. '편안하게 등을 굽힌 채/빛이 거룻배처럼 삭아버린/ 모습을 보고 있는가' 라는 구절도 좋다. 풍경이란 빛의 반사. 시골 어촌에 삭은 거룻배가 반사하고 있는 빛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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