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여자 사랑하기
빌헬름 게나찌노 지음, 이재영 옮김 / 창비 / 2006년 6월
절판


나의 다음번 종말론 강연의 핵심은, 머지않아 그야말로 최후의, 신종의 종말론적 파시즘이 우리를 덮칠 거라는 내용이 될 것이다. 이 파시즘은 별로 사람들의 저항을 받지 않을 것이므로, 신속하게 도래할 것이다. 사회 분위기가 이미 이런 파시즘에 아주 유리하게 조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이전의 어떤 파시즘보다도 더 열렬히 이 새로운 파시즘을 환영할 것이다. 이 종말론적 파시즘은 대중에게 지속적으로 오락을 제공해주는 방식으로 우리에게 다가올 것이기 때문이다. 국가는 점차 전체적(또한 전체주의적)인 경향을 드러내는 대중오락을 저지하지 않으면서도 여전히 국민의 복지를 추구한다고 주장해왔는데, 이런 모순은 적어도 삼십년쯤 전에 이미(이 부분은 자세히 설명할 것이다) 발견되었어야 했다.-63-64쪽

(그리고 나는 이렇게 첨언할 것이다.) 매일 서너 시간씩 텔레비전 앞에 앉아 있는 사람들의 사고는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는 사실을 우리는 모두 좀더 일찍 깨달았어야 했다. 나는 국가를 점점 견고해지는 얼음덩어리에 비유할 것이다. 이 얼음덩어리는 매일 저녁 뉴스 시간에 우리 앞에서 유유히 유영하지만, 우리는 이것을 만질 수도, 이해할 수도, 평가할 수도 없다. 이것은 자신에게 속하지 않는다고 판단되는 주변의 모든 것을 칼날처럼 날카로운 모서리로 잘라낸다. 모든 파시즘은 특정한 희생자 집단을 용인하도록 사회를 조종하는 데서 시작하며, 이러한 용인은 대중오락의 비호를 받으면서 부지불식중에 관철된다.-64쪽

나는 이러한 사실들을 내 쎄미나의 참가자들에게 부각시킬 것이다. 오락파시즘은 이미 특정 집단들 (실업자, 노숙자, 노동기피자, 노인, 장애자, 희생자, 만성환자 등)을 겨냥하고 있다. 형제애를 고무하는 척하는 텔레비전 쇼들은 이들을 집중조명해 슬그머니 배제해버린다. 이제 얼음덩어리 파ㅣ즘에게 남은 일은 이런 희생자들의 배제를 용인하면서 즐거워하고, 이들에게 은근슬쩍 죄를 덮어씌우면서 만족감을 느끼는 대중을 더 많이 만들어내는 일뿐이다. 그렇게 되면 파시즘의 메커니즘(지목되지 않은 사람들이 지목된 사람들에게 자발적으로 죄를 덮어씌우는 메커니즘)은 더이상 되돌릴 수 없을 만큼 사회에 깊이 뿌리박힐 것이다. 일단 파시즘이 관철되고 나면, 익숙해진 배제의 메커니즘을 제거할 어떤 수정도 불가능할 것이다.-64-65쪽

경청할 만한 내용. 그리고, 우리나라만 '파시즘'이라는 개념을 과다 사용하는 것은 아니군. 하긴, 독일은 정말 상황이 심각하다고 들었다. 스킨족들과 네오나찌들을 마주치는 것이 어렵지 않다고. 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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