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겔 - 시공 로고스 총서 26 시공 로고스 총서 26
피터 싱어 지음, 연효숙 옮김 / 시공사 / 2000년 12월
절판


헤겔의 자유 개념에 대하여 우리가 앞서서 검토한 바에 따르면, 그에게는 우리가 다른 사람, 사회적 환경 혹은 자연적 욕구에 의해 지배되지 않고 선택할 수 있을 때 우리는 자유롭다. 그렇게 검토한 결과 그의 자유 개념을 훨씬 더 잘 이해함으로써 즉시 우리는 그의 관념들의 체계 전체에 대하여 조금은 알 수 있게 되었다. 이제 우리는 <<현상학>>으로부터 헤겔이 모든 인간 역사를 정신 발전의 필연적인 오솔길로 본 것을 알게 되었다. 그가 정신을 역사의 추동력으로 간주한 사실에서, 우리의 고유한 욕구가--그것이 자연적이든 혹은 사회적으로 제한된 것이든 간에-자유에 대한 제한이라는 점을 그가 주장한 이유를 깨닫게 되었다. 헤겔에게서 자유는 우리가 기꺼이 하고자 하는 것을 하는 자유가 아니다. 자유는 자유로운 정신을 갖는 데 있다. 정신은 여타의 모든 것을 지배해야 하며, 또 정신은 제어될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만 한다. 이것은 (칸트에게처럼) 본성의 비지성적 측면이 단순히 억압되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헤겔은 우리의 자연적이고 사회적으로 제한된 욕구에 자리를 마련한다. 그러나 그것은 항상 정신에 의해 정렬되고 지배된 위계 질서 내에 자리한다.-122쪽

이성이 정신에 필수적 매개자라면, 그에 따라 정신은 본성적으로 보편적인 것이다. 개렵적 인간 존재의 특수한 정신들은 공통적인 보편적 이성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에, 연결되어 있다. 헤겔은 이러한 점을 좀더 강하게 언급하려고 했을 것이다. 즉 개별적 인간 존재의 특수한 정신들은 본성적으로 보편적인 어떤 측면, 즉 정신 자체이다. 세계의 이성적 질서에 대한 가장 커다란 장애물은 단순히 개별적 인간 존재들이 자신의 정신이 이러한 보편적 정신의 부분이라는 사실을 깨닫지 못한다는 데 있다. 정신은 이러한 장애물을 조금씩 무너뜨림으로써 자유를 향해 나아간다.-123쪽

사실 이는 에반게리온에서 보여지는 액화된 모든 인간이 정신적 상태로 존재하는 이미지와 같다. 세계의 종말, 또는 역사의 종말.

소위 '물질적 대상'은 의식과 전적으로 무관하게 존립하는 사물이 아니라, '속성'과 '실체'의 개념을 포함하는 의식의 구성물임이 입증된다. 자기의식의 수준에서,의식은 과학의 법칙들이 자신의 고유한 창조의 법칙임을 깨닫게 되며, 그리하여 처음으로 정신은 자신을 세밀한 탐구의 대상으로 삼는다. 또한 바로 이 단계에서 의식은 물질적 대상들을 가져다가 그것들을 작동하며, 그 대상들이 존재하는 방식의 본래적 형태와 일치되게 그것들을 만듦으로써, 세계를 지적으로뿐만 아니라, 실천적으로 형성해 가기 시작한다. 그 다음 자기의식은 또한 이성이 모든 것들을 지배한다는 발견에서 정점을 이루는 과정인 사회적 세계를 형성하기 시작한다. 달리 말하면, 비록 우리가 정신이 실재를 알려고 할 때 단지 정신의 오솔길만을 추적하기 시작했지만, 길의 궁극에 가서 우리가 정신이 실재를 구성한 대로의 정신을 관망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126-127쪽

피터 싱어 또한 지적하는 바이지만, 그렇다고 '물자체'를 부정하거나 고려의 대상으로 삼지 않는다는 것이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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