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욕구 중의 어떤 것은, 선천적 식욕이나 혹은 잠재적으로 더욱 발달하기를 희망하는 성욕처럼, 우리 본성의 산물이다. 우리의 다른 욕구들 대부분은 우리가 받는 양육, 교육, 우리가 사는 사회, 우리의 환경에 의해 일반적으로 형성된다. 이러한 욕구들의 기원이 생물학적이든 사회적이든 간에, 각 경우에 우리가 욕구들을 선택한 것은 아니란느 사실이다. 우리는 우리의 욕구를 선택할 수 없기 때문에, 우리가 욕구에 따라 행동할 때 우리는 자유롭지 않다.-60-61쪽
그래서 결국 도출되는 것은 '이성을 따르는 행위'가 참으로 자유롭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성 또한 '우리가 선택한 것'이라기보다는 우리에게 '주어진 것'이라 할 수 있지 않는가. 무엇보다도 '우리'라는 것, '나'라는 '주체'의 본질을 '정신적인 것'으로 상정하고 있다는 것이 걸린다. 즉 육체에서 파생되는 욕구는 비본질적인 것이고 '주어진 것'인 반면, 정신에서 파생되는 이성은 본질적이고 '주체적인 것'이라는 전제이다. 다음과 같은 대목들을 살펴보자, 물론 칸트와 헤겔은 가장 주요하게 자유의 실현에 있어서 '공동체'의 의미와 역할에 대해서 큰 차이가 있다.
나의 동기는 단순히 이성과 도덕성의 보편적 법칙과 일치되어 그 자체를 위하여 행위하는 것이어야만 한다. 나는 그것이 나의 의무라는 이유 때문에 수행해야만 한다-칸트 윤리학은 때때로 '의무를 위한 의무'라는 슬로건으로 요약된다. 칸트가 말한 바로부터는 정말로 우리가 그 밖의 다른 것이 아닌, 그 자체를 위해 우리의 의무를 수행할 때 우리는 자유롭다는 사실이 나온다.-64쪽
"의무에서 개인은 단순한 자연적 충동으로부터............. 해방을 맛본다. ...... 의무에서 개인은 그의 본질적 자유를 획득한다."는 것은 참이다. 칸트를 직접적으로 논평하면서 헤겔은 말하길, "나의 의무를 행하면서 나는 홀로 자유롭다. 의무의 이러한 의미를 강조함으로써 칸트 철학의 장점과 그것의 전망의 품위가 형성되었다." 헤겔에게는 그 자체를 위해 우리의 의무를 행하는 것은 우리가 원해서 행하는 자유의 소극적 개념에서 괄목할 만하게 전진한 것이다. -65쪽
헤겔은, 우리가 다른 인간 혹은 우리의 본성적 욕망 혹은 사회적 환경에 의해서 강제되지 않고 선택할 수 있을 때 자유롭다는 의미에서 자유에 관심을 갖는다. 앞서 보았듯이, 우리가 이성적으로 선택할 때만 그러한 자유는 존재할 수 있으며, 우리가 보편적 원리들과 조화를 이루어 선택할 때에만 이성적으로 선택할 수 있다고 헤겔은 생각한다. 이렇게 선택하여 우리의 권리가 만족스러워진다면, 보편적 원리들은 이성적인 노선에 따라 조직된 유기체적 공동체에서 반드시 구현될 것이다. 그러한 공동체에서 개인의 이익과 전체의 이익은 조화를 이룬다. 나의 의무를 선택할 때 나는 자유롭게 선택한다. 왜냐하면 나는 이성적으로 선택하기 때문이며, 나는 보편자의 객관적 형태, 즉 국가에 봉사함으로써 나 자신을 실현하기 때문이다. (....) 보편적 법칙은 국가의 구체적인 제도 속에서 구현되기 때문에 더 이상 추상적이거나 공허하지 않다. 그것은 나에게 공동체 내에서 나의 입장과 역할에 대한 특정한 의무들을 지시한다.-76-77쪽
위 구절에서 '국가'라는 것을 현대의 nation-state의 일반적 형태라고 인지하면 안되는 것 같다. 헤겔의 전제로서 국가는 정부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사회적 삶'을 지시하는 것이며 '전체로서의 공동체'를 의미하는 것이다. 결국 이는 '전체'와 '부분' 또는 '보편'과 '특수'로서의 국가와 개인 사이의 변증법적인 논리를 살펴보아야만, 어떻게 헤겔적 의미에서의 '자유', '공동체', '국가'라는 것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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