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 나는 그의 강의 방식이나 그의 연속되는 사유에 들어갈 길을 찾을 수 없었다. 지치고 침울해 보이는 그는 허탈한 듯이 거기에 앉아 있었고, 머리는 아래로 숙여져 있었다. 그리고 그는 말하면서 페이지를 계속 넘기고 있었고, 커다란 노트를 앞으로 뒤로 그리고 위로 아래로 찾고 있었다. 그가 끊임없이 목청을 가다듬고 기침을 했기 때문에 강연의 흐름이 방해를 받고 있었다. 각 문장들은 따로 흘러나왔으며 거기에도 노력이 필요했다. 또 각 문장들이 여러 조각으로 끊어졌으며 뒤범벅이 되었다..... 부드럽게 흘러나오는 발성은 강의자가 주제를 안팎으로 일단락짓고 또 그 주제를 완전히 소화했을 이루어진다........ 그런데 이 사람은 사물의 가장 깊은 근거로부터 가장 강력한 사유들을 끌어올려야만 했다........... 그의 강의 방식에 수반되는 이러한 어려무과 그 어마어마한 고충을 좀더 생생하게 그린다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을 것이다.-27쪽
헤겔의 강연을 들은 한 학생이 적어놓은 것. 학부에 처음 입학했을 때, 모든 교수들이 헤겔을 말하고 있어서, 나는 새삼 윤동주라도 된냥, '늙은 교수는 헤겔을 이야기하고..'라고 적고는 했다. 그를 한 번 읽어보려고 했다가, 두통만 얻고 포기했었다. 이제 다시 읽으려고, 먼저 개설서를 집어들었다. 그 유명한 피터 싱어가 쓴 헤겔에 대해 개설서로 쓴 책이 바로 이 책이다.
헤겔의 시대와 생애 파트를 읽다가 눈에 띈 구절. ^^; 강사로서의 헤겔도 이랬군. 그런데도 엄청난 돌풍을 일으켰다니, 당시 독일인(?)들은 정말 철학에 대한 애정이 있었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