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근대문학의 기원 가라타니 고진 컬렉션 11
가라타니 고진 지음, 박유하 옮김 / 민음사 / 2005년 3월
구판절판


내가 사이드와 다른 데가 있다고 하면 다음과 같은 점이다. 그는 어떤 식으로 <오리엔트>라는 표상이 서양의 담론 안에서 형성되었는가를 역사적으로 밝혔지만, 그때 그는 표상이 아닌 현실의 오리엔트가 어떤 것인가에 대해서는 결코 말하지 않는다. <오리엔트가 무엇인가>를 알고 있는 것처럼 라하는 것이 <오리엔탈리즘>이기 때문이다. <오리엔트>에 대해 말하는 담론은 그것이 오리엔탈 자신에 의한 것이라 할지라도 이 표상성을 벗어날 수 없다. 여기에서 <오리엔트>는 칸트가 말하는 인식할 수 없는 <물자체>에 해당한다. 물론 사이드의 방법은 의도적인 것이었다. 그가 팔레스타인의 현실에 정치적으로 깊이 관여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그가 벗겨내려 한 것은 이러한 상황을 은페시키는 역사적인 표상이지만 그럴 것을 그에게 촉구한 것도 이러한 역사적, 경제적 상황이다. 덧붙여 말하자면, 칸트가 말하는 물자체도 우리가 거기에 속하는 역사적인, 그러나 언제든지 그냥 토과할 수 없는 ,상황>으로 이해하면 현재에도 신선한 의미를 가질 것이다.-255쪽

지난 겨울에 사이드의 <오리엔탈리즘>을 읽으면서 논쟁이 되었던 부분 중 하나. 그렇다면 사이드에게 있어 '오리엔트'가 무엇인가 라는 것. 나는 이것이 칸트의 '물자체'와 유사한 인식 불가능한 '실재' 같은 것이라 했는데. 고진의 지적이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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