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개의 단어로 된 사전 문학과지성 시인선 276
진은영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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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종일 졸린 잠이야 그 잠 속엔
볼 만한 비디오도 되새길 경구도 없어
그냥 안개 속 같은 잠이야, 라고 잠꼬대하는 순간
안개 속에서 총성이 울리고
안개 속에서 누군가 살해된다
안개 속에서 어디론가 실려가고
모르는 누군가에게 취조당한다
나는 아무것도 협조하지 않았어 아메리칸 드림도
저팬 드림도 꿈꾸지 않았어 빨간 불일 땐 정지했고
휴일과 안식일도 거르지 않았다 한 번도 여당은 뽑지 않았고
금지된 장소에서 개나 오리를 잡은 적도
잔디밭에 들어가 오줌을 눈 적도, 그런데 왜

기계들은 피 흘리며 돌아가는가
착한 사람들의 국경선은 불타는가

치솟아 오르는 燃霧 도시 한가운데
내 코가, 내 입이, 내 눈이 잠든다
우주의 고층빌딩 꼭대기 작은 창
신이 빼꼼 얼굴을 내민다, 살 타는 냄새
탁, 창문을 닫는다-56-5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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