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의 가을이다 다이어트 식품이 팔리고 小食이 권장되는 옆에선 오늘도 새로 들어온 다국적 치킨점이 생긴다 그들은 소식을 권장하는 지역 정부를 불공정 무역 혐의로 제소한다 허리띠를 졸라매고 기를 쓰고 식물만 먹는 '베지테리언'이라는 기이한 변종이 양키의 도심에 서식하지만 그들은 식물 이외의 것은 날것으로 다 내다 버리는 버릇이 있다 병마개를 소재로 한 소비자의 무의식을 더 질끈 잡아맬 다국적 광고가 그 썩은 고기에 기생한다 백두산 꼭대기 천지에서도 그 병마개는 신비스러운 상징이다 호주의 시드니 거리에도 미국의 뉴욕 거리에도 파리에도 런던에도 가장 번화한 유흥가의 뒷골목에는 너무 살이 쪄서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하는 부랑자가 우물우물 기름진 피자 조각을 씹으며 앉아 젖꼭지를 내놓고 다니는 창녀들을 바라보며 자위 행위를 하고 있다 어디서나 그들은 우울하고 내성적이며 불만에 가득 차 있고 때로는 변태적이다 늘씬한 다리는 언제나 상품이고 그 상품을 둘러싼 모든 것은 비만이다 기름 덩어리가 우적우적 씹히는 삼겹살처럼 겹겹이 더러운 비계가 늘씬한 다리를 거대한 빌딩의 옥상에 검은 스타킹을 신겨 올려보낸다-98쪽
그것이 방송광고윤리위원회의 심의를 거친 비계의 공식적인 포스터다 늘 구도는 이런 식이다 권태가 가장 기본적인 저항의 방식으로 선언되고 차라리 비만을 거부하지 않는 다시 말해 적극적으로 '반문명적'인 할리우드의 안티 할리우드 스타들이 영웅으로 받들어진다 그들에 의하면 비만은 편견이고 기만이다 그러나 그 기만은 자기 기만 미국 놈들은 남의 나라에 파는 닭에 성장 호르몬을 워낙 많이 주사하기 때문에 전세계의 소녀들은 일찍 어른이 된다 곧 있으면 포르노 시장도 개방하라고 할 것이고 청소년들의 건전한 생활을 권장하는 정부를 불공정 거래 혐의로 제소할 것이다 무역에는 분명히 방해니까 미국 놈들 위주의 위원회는 한국 정부의 혐의를 인정하여 경제 제재를 가할 것이다 점점 살찌는 놈들의 자본 천고마비의 자본 헉헉대며 더 많은 피자 조각을 원하는 비곗덩이들 그들은 우울하고 내성적이며 불만에 가득 차 있고 때로는 변태적이다 그것이 그들의 예술이고 문화며 세련된 전위 문명이 그들 발 아래 있으므로 그들이 살찌는 가을은 문명의 가을이다 히스테리와 편집 자학 그리고 피학 절망적으로 거울을 바라보고 거울을 조작하고 거울을 깨고 울며 주인공은 외친다 "다 죽여!" 하긴 3편이 지나도록 람보는 죽지 않았으니까 그렇게들 위안을 삼지만 아무도 문명의 체중은 물어보질 않는다 그것이 예의니까-9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