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p 충격의 역전패를 본 한 일본 네티즌이 자조적 심정으로 올린 일본의 16강 진출 가능성

-호나우지뉴가 골키퍼로 출전할 확률

-지단의 헤어스타일이 대유행할 확률

-최홍만아케보노가 같은 관람차에 탈 수 있을 확률

-WBC에서 중국이 우승할 확률

-마이클 잭슨이 성형수술하지 않았을 확률

-지금 뒤를 돌아봤을 때 귀신이 있을 확률

-남북한이 올해 통일할 확률

장치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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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보고는 조금 웃었다. 사실 월드컵은 조금도 웃기지 않다. 자본과 국가가 맞물려서 작동하는 한 판의 거짓 축제. 2002보다 2006이 더 심각한 것은, 사전의 자본들이 계획한 민족주의 우려먹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꼴도 보기 싫다고 내 주위에는 축구를 증오하는 사람도 있다.

나는 그 정도 까지는 아니지만, 2002년에는 아마 축구 경기를 한 경기나 제대로 보았을까 했고, 올해도 아직 한 번도 못봤다. 2002년 이후, 축구 경기를 처음부터 끝까지 본 적 또한 한번도 없다. 이는 아마도 '민족주의'라는 것이 어느정도 불편하기 때문이고, 또 올해의 자본-국가-민족주의가 한데 뭉친 것을 보는 것은 더욱 더 그러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와는 별도로 (별도이기는 무척 힘들지만) 축구라는 경기 자체는 매우 재미있다. 특히 하는 것은 더욱 그러하다. 나는 축구를 잘 못함에도, 축구를 즐겨했었다. fifa 공식룰에 따르는 A매치도 원시적 경기라고 하지만, 초등학교, 중고등학교, 대학교 축구는 그냥 공과 함께 사람들이 달리는 것이다. ㅎㅎㅎ 그 원시성과 격렬함. :)

이러한 시각에서 축구 경기를 보면, 정말 재미있다. 절묘한 플레이어들의 움직임. 선수들의 절박함. 호흡소리. 땀. 눈물. 공의 휘어짐. 공의 속도. 수비수들의 태클. 이를 절묘하게 피하는 공격수. 또는 태클에 걸려 넘어질 때의 신음. 심판의 눈초리. 카드를 들며 호루라기를 불고 일제히 한 편의 선수들이 항의하고. 관중석의 울림. 폭발직전의 함성. 온 몸을 다해서 소리를 지르면서, 저주를 내뱉거나 화이팅 또는 기도를 하는 사람들.

어찌 놀라운 광경이 아닐소냐!!!

그러나 이것이 '대~한민국'이라는 외침과 결합하면 무언가 무서워진다. 사실 2002월드컵 전에 '대한민국'이라는 용어는 일부 우파들만이 사용하거나, 비아냥의 톤이 강했다. 그러나 이제 '대한민국'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 중 하나가 열광한 붉은 악마들.

이렇게 쉽게 민족주의적 주체로 호명되는 집단들의 열광은 분명 어떠한 상처의 징후가 아닐까. 약소민족이라는 서러움, 공격성 등 '국사'를  통해 얻어지는 집단 기억에 의해 형성된 정체성이 터져나오는 순간들. 이것을 꼭 부정적으로만 보기는 힘들겠다. 상처를 치유하는 방법이 될 수도 있는 것일까.

어쩌면 내가 월드컵을 보기 가장 불편해하는 이유 중 하나는, '우리'로 한데 뭉쳐지기 겁내는 마음도 있을 것이다. 나라는 '주체' 또는 '자의식'이 없어지는 순간의 두려움. 이는 축제에의 두려움, 합일에의 두려움과도 통한다. 그리고 그 '축제'라는 것이 무언가 의심이 갈 때, 더욱 그러하리라. 마약의 유혹처럼.

그래도. 솔직히 말해서, 이겼으면 기분은 더 좋을 것이다. 나는 축구를 보기보다는 애인과 놀겠지만, 놀다가 가끔 스코어를 확인은 하겠지. 뭔가 아쉬울 거다. 지고 있으면. 이기고 있으면, 뭔가 흡족할 테지.

나도 내 축제를 갖고 싶다. 울고 웃고, 흥분하고 춤추고, 땀흘리고, 날뛰고, 소리지르고, 머리를 흔들고, 눈물을 흘리며, 얼싸안고, 몸을 떨고, 감사하고, 기도하고, 웃고, 열광하는. 그런 축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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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자림 2006-06-13 22: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 축제 중이신 것 같은데요? 호호

기인 2006-06-14 0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옹~ 결국 축구 안보고 찰리 브라운 봤어요 ^^;;; 왜 이리 같이 열광하는게 힘든 걸까요. 배후의 도사리고 있는 것들에 대한 불편함 때문일지, 아니면 자의식 때문일지. ㅎㅎ 쫌 갈등되네요~ ^^;

비자림 2006-06-14 15: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호 알라딘 사람들을 즐겁게 만들던 님의 서재 축제도 다 끝났군요.
축구는 저도 봤어요. 전반전 보다가 알라딘 들어와서 리뷰 쓰다가 빨래 널다가 골 넣었다는 소리에 아예 자리를 잡고 앉아 봤지요. 축구에만 열광하는 것에 님이 불편한 것이 아닐른지요? 월드컵의 배후를 알고 비판적으로 상황을 인식할 수 있다면 괜찮을 것 같아요...

기인 2006-06-14 19: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월드컵의 배후와 비판적 상황 때문에 더욱 혼란스럽답니다. 그래서 안 볼 것이다, 라고 하지만 그래서는 문제가 해결 안되고. 보고 싶기도 하고, 안보고 싶기도 하고. 등등 복잡해서요..
비자림님도 서재 축제(^^ㅎㅎ)에 참여해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