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딴방
신경숙 지음 / 문학동네 / 1999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나는 '그나마' 신경숙을 좋아하는 편이라고 생각해왔다. 어떻게 된 건지(?) 내 주위에는 신경숙을 좋아하는 사람은 그다지 없다. 오히려 '신경숙 류'를 매우 싫어하고 우리 문학을 망친(!) 주범(!!) 중의 하나라고 까지 말씀하시는 선생님(!!!)까지도 있다. (내가 무척 존경하고 좋아하는 선생님^^;)

그럼에도 나는 꽤나 "풍금이 있던 자리"를 좋아하는 독자였다. 사건의 발견(추리 소설 기법)이라든가, 서간체, 반전(?) 등은 꽤나 흥미로웠다. 물론 이 모든 것은 '뻔한' 것이지만 본격 문학에서, 그것도 연애담(?)에서의 이런 기법은 신선했고, 그래서 유의미했다.

그러나.
신경숙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외딴 방'은 중반까지는 꽤나 독특하고 나를 사로잡았는데, 후반부터는 질질 늘어지면서 소설이 아니라 신경숙이 나타나서 나를 짜증나게 했다. 윤대녕, 박완서, 이청준 등이 떠올랐고 조세희나 방현석이 언뜻언뜻 어른거렸다.

강경애의 <<인간문제>>와 비교해서는 물론 장점이 들어난다. <<인간문제>>를 비롯한 많은 카프나 동반자 작가들의 '투쟁'관련 소설의 단점은 졸속히 처리되는 노동자들의 협력과 투쟁에의 길이다. 실상 이것이 노동 운동의 가장 어려운 단계 중의 하나이고 소설이 세세히 묘사해야만 할 성질의 것이나 카프나 동반자 작가의 작품들은 이 부분에서 리얼리티 확보를 못하고 있다.

이제 완전한 산업화 시대(70년대)의 노동 상황을 묘사하고 있는 1장은 매력적인 문체와 다양한 형식상의 시도와 여러 상징들(백로, 외딴 방 등)로 외롭고 파편화된 '외딴 방'의 여성 노동자들을 들어내주고 있다. 지젝이 디킨슨의 소설 분석을 통해서 노동자들에 대한 작가의 시선을 문제를 지적한 것처럼, 강경애의 <인간문제>에서도 분명 '작가'의 시선으로 '노동자'라는 완벽체에 가까운 인물상들을 서술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러한 한계점들을 신경숙은 어느 정도 극복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물론 박해현과 백낙청 선생이 지적한 것처럼 '교묘한 무공해성'이나 지역감정 배제와 같은 문제들이 있기는 하다. 이 '교묘한 무공해성'은 신경숙의 작품 안에서도 나타나는 조세희의 <<난쏘공>>과 연관해도 흥미롭다. '무공해적' 노동자상이야말로 조세희의 <<난쏘공>>에서 전형적으로 나타난다.)

예를 들어 노동자들의 이기적인 면모를 보여주고 있는 73쪽의 이야기는 이의 대표적이다. 물론 노동자를 위해서 투쟁하는 사람들의 면모도 확인할 수 있지만, 이런 인물들은 주변적 인물로 시대적 상황을 전달하고 당시 주인공의 공간을 형성하는 데에만 기여하고 있다. 106쪽에서 노동자들을 균열케 하는 공장 자본가의 지배 원리도 세세하게 나타나 있다.

이런 1장은 엄청나게 매력적이고 신경숙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게 한다. 그러나 2장과 3장에 이르러서 신경숙은 시대 복원에서 과거 16살, 17살, 18살, 19살 '자기'의 복원에만 집중한다. 그 자기는 '사회 속의 자기'라기보 다는 '희재 언니'와의 관계에 있어서의 '자기'에 그칠 뿐이다. 소설은 갑자기 그 장이 엄청나게 수축된다. 그럼에도 2,3장에는 현재 소설가로서의 자기가 자기와 자기 주위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씀으로써 벌어지게 되는 주위 사람들과의 긴장과 갈등, 그리고 글쓰기에 대한 소설가의 자의식을 깊이 있게 표현해서 어느 정도 읽을만 하다. (물론 이는 '문학도'의 입장에서 그렇다는 것이다.) 그러다가 4장에 이르르면 신경숙은 '과거' 그것도 '자신의 과거'에 붙들리고 만다. 이 점이 많은 이들이 신경숙을 비판하는 것이다. '자기 이야기' 철저할 정도로 '자기 이야기' 즉 자기를 통해서 사회상을 복원하는 것도 아니고, 철저한 특수성을 이야기함으로써 신경숙은 무엇을 하려고 하는가?

그나마 문체와 형식도 지루해질 무렵인 '4'장에 와서 말이다. 오히려 이 소설은 4장에서 3,2장 그리고 1장으로 나아가는 것이 훨씬 낫을 것이다. (카프카의 작품처럼 그런 읽기를 시도해 볼까?!)

백로를 보러 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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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무비 2006-06-08 16: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강경애의 몇 작품을 읽고 엄청 충격을 받았던 적이 있어요.
'풍금이 있는 자리'는 강릉 시외버스터미널 주변에 카페가 있더군요.
지날 때마다 한 번 가봐야지, 하고 뒤돌아봐놓고는 못 가봤네요.
그 작품을 꽤 재밌게 읽어서 그랬나 봅니다.^^

기인 2006-06-09 0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저도 신경숙 '풍금이 있는 자리'는 정말 신선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