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마태우스 > 83번째: 춘천 갔다 오다

일시: 7월 16일(토)
누구와: 미녀 둘과
마신 양: 소주 두병 플러스 알파.
미녀 둘과 춘천에 놀러갔다 왔다. 남녀사이는 친구가 될 수 없다는 통념에 정면으로 반하는 우리 셋, 같이 있으면 늘 편하고 좋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서로가 사심이 전혀 없다는 것이고, 또 다른 이유는 서로의 다름을 존중한다는 거다. 한명이 술을 안먹어도 마시라고 강요하는 대신 마시고 싶은 사람만 마시는 게 우리 모임의 미덕이다. 물론 말이 그렇다는 거지, 오늘도 웬만큼은 마셨다. 송어회를 안주로 소주 1병씩을 마시고, 닭갈비집에 가서 소주 한병을 다시 비웠다. 오는 기차 안에서 내내 잤다.
3년 전인가, 어머니, 할머니, 누나 애들을 데리고 춘천에 놀러간 적이 있다. 그때 춘천댐 근처에서 회를 먹었는데, 옆에 시냇물이 흐르는 환상적인 분위기에 그보다 더 환상적인 회, 그리고 맛이 끝내주는 매운탕을 먹으며 소주를 비웠던 기억은 좀처럼 잊혀지질 않았다. 그다음부터 난 누가 어디 놀러가자고 하면 춘천 가자고 노래를 불렀는데, 막상 행동으로 이어지기까지는 어언 3년이 걸렸다.
물론 훼방꾼도 있었다. 기차에서 내려 택시를 탄 뒤 춘천댐을 가자고 했다.
기사: 뭐 하시게?
나: 회 먹으러요.
기사: 아이, 그럼 춘천댐보다 소양댐이 낫지!
나: 어, 그래요?
기사: 춘천댐엔 횟집도 별로 없어. 소양댐에 많지!
즉석 회의 끝에 우리는 소양댐으로 방향을 바꿨다. 2만원 가까이 택시비를 들인 끝에 소양댐에 도착, 하지만 왠지 불안했다. 횟집이 하나도 없었다.
나: 횟집은 어디 있어요?
기사: 저기!
아저씨는 그대로 택시를 돌려 도망가 버렸다. 아저씨가 가리킨 곳은 정통 횟집이 아니라 그냥 휴게소 비슷한 곳인데, “회도 팝니다”라고 써있다. 그런 회를 먹으려고 여기까지 왔단 말인가. 도대체 왜 이런 사지로 우리를 끌고왔담? 겨우 택시를 잡아타 춘천댐으로 갔다.
나: 소양댐에 횟집이 많다고 해서 왔더니, 하나도 없네요.
기사: 아이, 소양댐엔 횟집이 없지! 청평사로 건너가야 몇 개 있는데, 영 부실해. 횟집 하면 역시 춘천댐에 가야 해.
다시 2만원을 들인 끝에 도착한 춘천댐, 그곳은 횟집으로 붐볐다. 기억을 더듬어 3년 전에 갔던 횟집을 찾았다. 아, 그집은 ‘풀장횟집’이란 간판을 내걸고 여전히 성업 중이었다. 3년 전 내가 그랬듯이 같이 간 친구들도 그집의 환상적인 분위기에 “너무 좋다!”를 연발했다. 회는 여전히 맛있었고, 회를 안먹는 친구를 위해 시킨 감자전과 도토리묵은 좀 지나치게 맛이 있었다. 매운탕까지 먹고 난 뒤 냇가에 발을 담군 채 물싸움을 했다.
끝은 좋았지만 난 그 택시기사 아저씨를 이해할 수 없다. 모르면 모른다고 하지 왜 춘천댐에 가려는 사람을 소양댐에 데려다놓고 도망간 걸까. 오늘 모임의 옥의 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