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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입니다 존중해주시죠 - 제4회 중앙장편문학상 수상작
이수진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3년 4월
평점 :
품절
57. 이수진, “취향입니다 존중해주시죠”, 웅진지식하우스, 2013.
나는 80년대 태생 작가들에게 같은 세대라는 의식을 지닌다. 유사한 경험과 고민을 문학적으로 형상화할 것이라 기대하고, ‘같은 세상’을 살아가고 있을 거라고 가정한다. 어찌보면 79년생에게 87년생보다는 가깝지만, ‘80~’이라는 숫자 탓인지, 광주라는 기점 때문인지, Y2K 이후에 대학생활을 시작했다는 것인지 몰라도, 79보다는 87에 더 가까움을 느낀다.
그래서 80년대생 작가들의 소설이 나오면 종종 보는 편이다. 끝까지 읽는 경우는 별로 없다. 너무 장르만화적인 대사나 주인공 설정이 거부감이 드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그래도 이수진의 글은 끝까지 읽게 하는 힘은 있다. 하지만 읽고 나니 아쉽다.
이 글은 중후반까지는 “일베의 탄생”이나 그들의 심리를 묘파하는 서사로 읽힌다. 찌질한 남성이 ‘고양이’ 같은 여성을 타자화하고 여혐에 휩싸여 있는 모습을, 여성 작가가 그리고 있다는데에 그러한 기대를 갖게 한다. 그러나 후반에 이르면, ‘취향이니까 존중’해야 한다는 작가의 장광설이 전면화되면서, 오히려 ‘고양이’가 취향의 강요일 수 있다는 남성의 목소리가 전면화되고 만다.
생각해볼 면들은 분명 있다. 취향이 대중문화의 전면화 이후에 문화자본이라는 개념으로 잘 설명되지 못하는 면들도 있지만, 여전히 이와 긴밀한 관계 속에서 포착될 필요는 있을 것이다. 고양이를 기를만한 물질적, 시간적, 심리적 자원이 있는 사람들, 클래식을 듣고 공연을 다니는 사람들 등등.
이 글에서는 ‘고양이’로 상징되는 취향이 스스로를 차별화하는 기제로 작동함을 비판한다. 과연 그러한지, 이것이 그렇게 중요한 문제인지, 중요한 문제라면 왜 그러한지, 나는 설득되지 못했다. 환언하자면, 오늘날 ‘특별함’에 대한 열망으로서의 ‘취향’에 대한 강조와 인정투쟁이 중요한 문제인지 설득이 안 된다. 오히려 나는 오늘날 젊은이들은 ‘평범함’에 대한 열망과 그 평범함의 획득 (불)가능성이 훨씬 더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평범하기 위해 죽을만큼 힘을 써야 하는 사회...
여러 인물들을 생생하게 그려내고, 이들의 심리를 잘 묘사했다는 것은 장점이다. 특히 소설가 지망생의 심리는 핍진하게 드러나는데, 이는 작가의 경험이 잘 반영되었기 때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