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고양이로소이다 문학사상 세계문학 14
나쓰메 소세키 지음, 유유정 옮김 / 문학사상사 / 199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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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세키의 데뷔작. 38세에 첫 소설을 쓰고, 그 이전에는 시를 썼다 한다. 고양이의 눈으로 인간의 세계를 바라본다. 마침내 맥주를 마시고 독에 빠져서 죽는다. 본 작품은 죽음에 대해서 아무렇지도 않게 빈번히 묘사하지만, 실로 소세키 자신은 죽음과 친숙했고 그만큼 고민을 많이 한 것 같다. 14세때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27세때 폐결핵 진단 이후 끊임없이 질병에 시달려서 기절하기도 몇번 한다. 30세때 아버지가 사망하고 아내는 유산을 한다. 히스테리 증세로 31세에 자살 기도를 하고 영국에 유학해서는 경제적 빈곤과 고독감에서 신경 쇠약에 시달린다. 신경 쇠약이 심해져 아내와 별거하기도 한다. 한국 근대 문인들이 신경증을 호소한 것과 다르지 않다. 죽음은 소세키 곁에 있었다. 결국 49세에 내출혈로 죽는다. 소세키는 자살 예찬론을 본 소설에서 주인의 절친한 친구 미학자인 메이세쯔의 입을 통해 역설하기도 한다.
또한 소세키의 글에서는 근대를 마주한 일본인의 풍경을 볼 수 있다. 루쉰이나 이광수와는 물론 다르다. '자기본위'를 주장한 만큼, 근대에 대한 비판도 만만치 않지만, 전근대를 받아들일 수도 없다. 이는 뒤의 <산시로>에서 잘 나타난다.

'나체 신봉자만 해도 그렇다. 그토록 나체가 좋은 것이라면 자기 딸을 벌거숭이로 해서, 덩달아 자기 자신마저 벌거숭이가 되어 우에노 공원을 산책이라도 해보란 말이다. 못하겠다고? 못하는 게 아니고, 서양인이 하지 않으니, 자신도 안 하는 게 아닐까. 사실상 이 불합리하기 짝이 없는 예복을 입고 데이코쿠 호텔 같은 데로 출입하지 않는냐. 그 사연을 물어보면 별것이 아니다. 그저 서양인이 입으니까 나도 입는다는 것뿐일 테지.
서양인은 강하니까 무리하든 바보스럽든 흉내내지 않고선 못배기는 거겠지. 긴 놈에겐 감겨라, 강한 놈에게 꺾여라, 무거운 놈에겐 눌려라, 그렇게 빌빌거리며 기기만 한다면 못난 수작 일변도가 아닌가? 못난 수작이라도 별수없지 않느냐 한다면 용서할 테니, 너무 일본인을 잘났다고 여기면 안된다.' (288~289)

그럼에도 주인은 '영어' 선생이다. 항시 입에 올리는 것은 일본의 학자라기 보다는 라틴 학자거나 '희랍어'를 한다고 뽐내거나 하는 것이다. 부정하는 근대지만, 어느새 '근대인'이 되고만 일본 근대인의 표정이다.

'신체시는 하이쿠와는 달리, 그렇게 졸지에 지을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일단 지어내기만 하면, 좀더 인간 영혼의 핵심을 건드리는 신묘한 음이 나옵니다.'(447)
 
이는 주인의 문하생이었던 신체시 작가의 말이다.

이처럼 여러 생각을 가진 사람들의 대화로 작가의 사상을 드러내 보인다. 미학자, 철학자, 신체시작가, 이학자, 기업가 등이 등장해서 다투고 논쟁하고 서로 논다. 소세키는 이광수의 '형식'과 같이 독단으로 연설하지 않는다. 실로 '등장인물'이라는 것이 나오는 것이다. 일본의 한 작가가 '근대 소설의 효시인 소세키의 작품이 이렇게 완벽한 것은 하나의 기적이다'라고 했다는데, 실로 그렇다.

소세키 소설은 매 작품이 매우 상이하다고 하지만, 인물군에 있어서는 유사점이 발견된다. 희곡에서도 자주 쓰이는 수법이지만, 주인공의 '친한 친구'가 등장하고 이 인물은 보통 말이 많고 익살스럽다. 그래야 주인공의 내면심리등을 알 수 있는 것이다. 주인공은 과묵한 영웅이어야 한다. 이 설정이 교묘하게 패러디 되어서 그려져 있다.

여기서 주인공이라 하면 아무래도 '주인'이다. 학교 선생님인데, 소세키 자신도 학교 선생이었던 관계로 심하다 할 정도로 선생을 비꼰다. 이 선생은 기업가에게는 관심도 없고, 사못 경멸하기 까지 한다. 산시로에서도 나타나는 인물이다. 세속에는 관심없고 학문에만 매진하는 인물. 이런 유형의 인물들이 대거 등장하고 보다 근접해서 그들의 허위와 심리를 묘파해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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