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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근대리얼리즘 비평선집 - 자료편, 교재용
김윤식 엮음 / 서울대학교출판부 / 2002년 3월
평점 :
절판
김윤식 선생님의 큰 문제의식을 볼 수 있다.
'제도적 장치로서의 근대'란 무엇인가?
임화의 이식문학론을 비판하고 있다. 임화는 '문학이란 형식으로 밖에 표현될 수 없는 내용, 혹은 그러한 내용을 가질 수 밖에 없는 형식, 곧 형식과 내용의 통일물로서 사회적, 경제적 기초 위에 형성된 정신문화의 한 형태라 규정한다. 또 근대문학이란 곧 시민적 사회관계를 토대로 하여 형성된 새로운 시대정신을 언어예술로 표현한 것이 되고, 이 새로운 시대정신이란 바꿔 말하면 봉건적 사회관계의 와해와 시민적 사회관계의 형성을 표현하는 관념형태 곧 근대정신이다.
결국 '신문학에 나타난 근대정신의 해명이' 임화의 신문학사 서술의 '목표이며,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양식의 이끌어냄과 토대구조의 해명이 필요하다'고 한다.
그럼에도 임화는 유물변증법을 엄밀히 적용하지 않았고 임화의 신문학사에서 '토대 및 배경이란 허황한 것이고, 환경만이 실제'일 뿐이다. 토대와 상부구조(이데올로기)와의 관계를 깊이 있게 추구하였더라면 임화는 거기서 문학사회학이 지금에도 갈피를 못 잡고 고민하고 있는 과제들, 예컨대 이글턴이나 알튀세가 당면했던 예술, 과학, 이데올로기 사이의 상대적 독립성에 관한 그 나름의 고민을 겪을 수가 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러지 못했다.
유물변증법에 따르면, 먼저 상부구조와 토대 사이의 매개항이 설정되어야 하고, 그 다음엔 상부구조(이데올로기)들 사이에 매개항이 논의되어야 한다. 이 두 매개항이 토대와 상부구조에 연쇄적으로 작용할 때 비로소 그것은 유물변증법에 합당할 것이다. 그런데 임화는 이 두가지 매개항에 대한 고려가 없고, 다만 그는 그가 독특하게 내세운 '환경'과 '전통' 사이에만 매개항을 인정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되니까 토대와 상부구조와는 아무런 관련 없이 환경과 전통이 따로따로 놀아나는 것으로 되고 말았다. 변증법적인 사고가 모자람을 여기서 분명히 볼 수가 있다.
이어 김윤식 선생님은 임화가 '현해탄 콤플렉스'에 빠져 어찌할 수 없다고 하면서 '제도적 장치가 의식을 결정짓는 것, 그것이 현해탄콤플렉스의 속성이다. 근대적 장치가 먼저 있고 그것에 의식이 제약되기 때문에 의식은 그 순수성, 독자성, 독립성이 보장되지 않거나 아주 미미하게밖에 살아나지 못한다.'
이에 과연 동의할 수 있는가?
계급이라든가 프롤레타리아라든가 부르조아라는 개념은 현실적인 것이기보다 관념의 일종이어서, 사람들은 선험적인 것(직접성)으로 받아들여 반응하기 쉽다. 많은 임화들의 경우가 그러한 사례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관념이 현실을 규정 제약하고 있기 때문에 이는 어쩔 수 없는 한계이다. 이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서는 매개항을 관념과 현실 속에서 수없이 모색해내지 않으면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