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교실에 있는데 갑자기 장송곡 소리가 들렸다. 선생님은 부리나케 밖으로 나가셨고, 우리도 허둥지둥 그 뒤를 따라 나갔다. 이미 운동장에는 모든 선생님들과 학생들이 나와 있었다. 모두들 바짝 긴장한 채 확성기에 귀를 기울였다. 장송곡은 한참 동안 이어졌고, 다음으로 우리 조국의 위대한 키잡이이자 어버이이신 소중한 주석의 사망 소식이 공포되었다. 사람들은 일제히 울음을 터뜨렸다. 어떤 교직원은 충격을 받아 실신하기까지 했다. 나는 히죽 웃으면서 단짝 친구의 소맷부리를 슬그머니 잡아당겼다. 이렇게 말을 건넬 참이었다. '봐, 아이들도 죄다 울고 있네.....' 그런데 그 친구가 서글프게 흐느끼면서 내 쪽을 돌아보는 게 아닌가. 다행히 나는 하려던 말을 실제로 내뱉지는 않았다.
눈앞의 광경이 그리 재미있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계속 이렇게 울지 않고 있으면 우리 주석님을 향해 내가 진짜 애정을 갖고 있지 않다고 사람들이 생각할 것이고,그러다보면 우리 부모님처럼 나 역시 재교육을 받기 위해 시골로 보내질지 모를 일이었다.-82-83쪽
나는 얼른 눈을 문지르기 시작했다. 어떻게든 눈물을 흘리려고 애를 썼다. 하지만 눈물은 나오지 않았고 그 대신 이마에 진땀만 송골송골 맺혔다. 나는 점점 더 초조해졌다. 벌써부터 내가 감옥 안에 있는 것 같았고, 누군가 다가와서 내 죄를 추궁할 것 같았다. 이대로 가다가는 반혁명분자로 낙인찍혀 저 황량한 사막에서 일생을 보내야 할지도 모른다. 할머니는 아마 그런 소식을 견디지 못하실 거고 슬픔에 겨워 목숨을 잃으실 거다! 우리 부모님은 또 어떻고! 함께 지낸 지 이제 겨우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았는데 앞으로 다시는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때 문득 내 양 볼 위로 눈물이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급기야는 나도 뜨거운 눈물을 흘리기 시작한 것이다..-83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