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쿠제는 동성애자의 사회적 기능은 비판적인 철학자의 기능과 유사하다고 보고 있다. 그 이유는 동성애자의 존재는 사회의 억압된 부분의 흔적을 영원히 보여주기 때문이다. 서양에서의 다형적 도착증의 억압에 대해, 알트만은 이미 인용된 그의 저서에서 이런 억압은 주로 두 가지 특성을 띠고 있다고 말한다. 첫번째는 반드시 성으로만 규정할 수 없는 인간 행동에서 관능적인 측면을 모두 제거하는 것이며, 둘째는 인간이 본래부터 지닌 양성적 특성을 부정한다는 것이다. 즉, 서양사회가 아무런 생각도 없이 이성애만이 정상적인 성관계라고 인정한다는 것이다. 알트만은 양성적 경향의 억압은 <여성성>, <남성성>으로 대별되는 특권적인 역사, 문화적 개념을 강제로 이식하는 과정에서 형성된다고 밝히고 있다. 이 두 개념은 우리의 무의식적 충동을 억압하여 우리의 의식 속에서 유일한 행동형태로 자리잡으며, 동시에 수세기 동안 지속되어 온 남성우위체제를 유지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다시 말하면, 명확히 규정된 성 역할은 어렸을 때부터 습득된다는 것이다.-259쪽
알트만은 남성이 되거나 여성이 되는 것은 무엇보다도 타자에 의해 규정된다고 본다. 남자들은 여자들을 정복하는 능력에 따라 자기의 남성성이 좌우된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여자들은 한 남자와의 관계를 가지면서 비로소 여성성이 실현된다고 생각한다. 한편 알트만과 마르쿠제 학파는 서양사회가 가장 바람직한 경쟁 모델로 제시하고 있는 <강한 남성>이라는 상투적 문구를 비난하고 있다. 이 상투적 문구는 교묘하게도 남성이란 존재는 폭력을 통해 획득할 수 있는 것이라고 제안하고 있으며, 이것이 바로 이 세상에 항상 공격증후군을 출현시키는 주요인이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알트만은 현대사회에서 양성애자의 정체성이 어떤 형태로든 확립되지 않았다는 것을 지적한다. 그러면서 양성은 이성애와 동성애만이 유일한 성의 형태라는 부르주아 사회의 삶의 양태를 위협하기 때문에, 이들 양쪽에서 압력을 받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이렇나 요인은 아마도 왜 양성이 일반적으로 인정되지 않고 있는가를 설명해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얼마 전까지 이상적으로 수용되어온 계급투쟁과 성 해방 투쟁의 대응관계에 관해, 알트만은 소련에서 레닌이 사상적으로 성 해방을 찬성하면서 동성애에 반대한 법을 철폐했지만, 이 철폐된 법은 스탈린에 의해 1934년에 재도입된다고 지적한다. 그리고 동성애를 부르주아 사회의 타락으로 규정한 편견은 전세계의 모든 공산주의 국가의 기본적인 법사상을 형성하고 있다고 밝힌다.-260쪽
다른 관점에서 테오도르 로작은 그의 저서 <<반문화의 탄생>>에서 성 해방에 관해 언급한다. 거기서 그는 가장 해방이 필요한 여성은 모든 남자가 자신들의 마음속에 가두어 두고 있는 여성상이라고 한다. 로작은 이 사회에서 제거해야 할 억압의 형태는 바로 이것이지 다른 것이 아니며, 모든 여성들이 가슴속에 품고 있는 남성상의 경우도 이에 해당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리고 로작은 이러한 해방이야말로 인류 역사에서 성 생활의 대변혁을 일으킬 수 있는 성에 대한 재해석을 뜻하고 있다고 믿고 있다. 이는 성역할과 관계된 모든 것과 현재 유효하다고 믿고 있는 성 규범의 개념을 재설정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26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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