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대중문화를 바라보는 시선에 대해서 다시금 반성하게 했다. 일반적으로 맑시스트적 대중문화관은 대중들이 대중문화에 의해 지배 이데올로기로 착취당하게 된다는 비판적 인식이다. 상당부분 동의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내가 대중문화를 즐기려고 노력하고, 대중문화에 대한 애틋한 감정을 가지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이는 '대중'이라는 수식어와 연결된다. 나는 끊임없이 대중을 그리워하고, 그 곳에 길이 있음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아니면 어디로 갈 것인가! 마누엘 푸익은 전복적으로 대중문화를 이용하여 새로운 텍스트를 짜아갔다. 이 작품은 전적으로 대사들과 보고서로 이루어져 있는 새로운 서사이다. 그리고 대사의 대부분은 한 남자가 다른 남자에게 대중영화를 자기의 감상대로 변형시켜서 전달하는 것으로 채워져 있다. 또한 각주들은 동성애에 관한 과학적 담론들이다! 아아 역시 '현대, 중남미 문학'하고 눈이 휘둥그래지면서 흥미롭다. 그럼에도 이 작품이 '대중'들에게 인기를 끌었다는 것에 다시 감탄하면서 말이다. 그렇다. 대중문화를 적극적으로 이용해야 한다. 우리는 그 곳에서부터 출발할 수 밖에 없다. 대중과 만나기 위해서는 대중이 있는 곳으로 가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