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상섭 전집 1
염상섭 지음 / 민음사 / 1987년 7월
평점 :
절판


너희들은 무엇을 어덧느냐
 
정말이지 실망한 지리한 장편. 장편은 상업적 질이 낮고, 단편은 예술이라는 예전(?) 편견이 어디서 비롯되었었나 알 수 있다.
어느새 임화식 혹은 카프식 문학관이 내안에 뿌리를 박았는지 도대체 이런 기생끼고 노는 인텔리계층의 이야기를 해서 뭘 어쩌겠다는지 도저히 알 수가 없다. 그것도 '만세전'을 쓴 작가가 말이다. 이 작품의 주된 줄거리는 남녀의 연애문제이다. 이는 불륜과 이혼, 서로 친구의 애인 뺏기 싸움이다. 그 중 기생집에서 기생을 꼬시기 위한 대작전이 작품의 3분의 1은 차지한다. 안타까울 뿐이다. 조선의 사회가 기생과 학생만의 사회가 아닌데 이 둘의 연애담만을 그린다는 박영희의 분노 어린 비판이 생각난다. 이태준과 같이 기생을 조선 전통의 담지자로서 일본에 의해서 농락당하는 조선의 상징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단지 요즘의 룸살롱 마냥 놀아나는 인텔리들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지리하게 묘사해 놓은 횡보의 이 글은 심히 짜증이 난다.

열라게 어이없게도 '사랑의 곳은 성욕의 충동이라는 원소의 동화작용으로 피우는 것'이라고 하면서 그러나 '성욕의 충족만이 련애의 전체로 아는 천박한 남녀에게는 성욕을 충족식힐 긔회가 업시 그 련애관계가 깨트러질 때에는 피차의 인상이 아름답고 깁게 남을 수 잇는 것이다. 독자는 나의 이 론리가 정확한가 아니한가를 마리아라는 처녀로 말미암아 증험할 수 잇슬 것이다--'라고 하고 있다.
염상섭의 문학관을 보여준다는 의미에서는 중요한 대목이지만, 솔직히 어이없음이다. 당대 최고의 지식인이라 자부하던 횡보의 자태이다.

소설적 기법면에서는 눈에 띄는 면들이 없지는 않다. 오스카 와일드의 소설을 이야기하는 남녀를 등장시켜서 그 텍스트를 새롭게 해석하고 서술하고 있는 면모는 마치 마누엘 푸익의 <<거미 여인의 키스>>를 생각나게 할 만큼 과감한 방식으로 보인다. 그만큼 길게 인용을 하면서 이에 대해 토론하는 남녀가 나온다.
이것이 의도한 장치라기 보다는 근대적 서사에 대한 이해나 능력의 부족인듯 하다. 돌연 논설조로 웅변을 토하는 인물들이 잊을만하면 등장하여서 자신의 종교관, 연애관, 인생관, 여성관등을 피력하기 시작하는 것을 보면 그러하다.

조선을 '타자'로 인식하는 듯이 보이는 '조선은 이래서 안되', '조선 사람은 꼭 이렇지', '조선 여자는 못쓰겠어' 등의 발화가 무진장 튀어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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