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 1학년, 나는 홀로 조조영화를 보는 것을 즐겨했다. 영화 보는 것을 좋아했고, 혼자 영화를 보면 보다 집중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또 혼자 영화를 본다음에 카페에 혼자 앉아서 책을 보는 것도 즐겨했다. 그때는 샤르트르나 보부아르 같은 프랑스 작가들의 글들을 좋아했고, 그들처럼 카페에 혼자 앉아서 책을 읽거나 글을 쓰는게 멋있게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곧, 학과일도 생기고, 공부도 많아지고 등등의 이유라기보다는 여자친구가 생겼기 때문에 영화를 혼자 보러가는 일이 없어졌다. 또 영화를 하도 많이 보았기 때문인지, 대중영화는 시시해졌고, 예술영화에 시간을 쏟을 바에는 사회과학서적이나 철학서적들을 읽게 되었다. 머리가 굵어졌다는 이야기.

그래도 오늘처럼, 가끔 혼자서 영화를 보러갈 때가 있다. 그런데 예전만큼 재미있지는 않다. 이 영화도 내가 좋아하는 류승범이 출연하였기 때문에 보았지만, 별반 감흥이 없었다. 추자현이 마약에 중독한 여자로 나와 충격적인 영상(마약에 취한채로 8시간 동안 섹스 등)을 보여주는 것은 그녀의 연기변신에 놀라움이 있었지만(내게 그녀의 이미지는 왈가닥으로, 아마 드라마 '카이스트'에서 처음 그녀를 보았던 것 같다) 그 외에는 어떠한 감흥도 없었다.

나는 문학을 전공하지만서도 이상하게(요즘은 이게 정말 이상한게 되어버렸는데) '메시지' 혹은 '내용'을 중시한다. 때문에 항상 '내용'이 무엇인지를 묻고, 이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물론 '내용'/'형식'의 이분법은 철지난지 오래지만, '구조'라고 이야기해버리면 너무 '형식주의'적인 냄새가 난다)

때문에 이 영화는 충격적인 영상에 있어서는 서구의 마약중독 관련 영화들을 넘지 못하고, 느와르적 느낌에서는 홍콩영화를 넘지 못한다. 류승범과 황정민의 연기는 볼만했지만, '연기'를 보러 영화를 보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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